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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1996년도 작품입니다. 지금이 분명 2011년도죠?
15년이나 지난 책입니다만, 마치 신간처럼 포장되어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난감하기 그지 없네요,
최근의 몇몇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책은 말이죠, 당황스럽기 그지 없을 정도로 오래되거나 옛날 책들인 경우가 많아요.
'좋은 책이니까, 시간이 오래됐다고 해서 감동이 사라지는것도 아니고, 상관없어!' 라고 하신다면 할말이 없습니다만,
현재를 배경으로 하는 누군가의 책을 읽고
그 사람의 글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상상력은 명백히 현재의 모습입니다.
저로 말할것 같으면, 책 자체에는 전혀 언급이 되지 않았던,
그래서 작가의 최신작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던 책이 사실은 10년이나 20년전 책이라는것을 알게 되면,
그 글을 읽고 상상하고 즐거웠던 것들은 모두 거짓이며, 소설속의 모든 현재는 10년이나 15년전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지 않네요.
또, 아무리 유명한 작가의 책이라고 해도, 오래된 소설이 발매되는 경우는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죠,
몇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최근에 최신작인듯이 소개된 파울로 코엘료의 '브리다'는 1990년도에 발간된 책이 랍니다.
(http://blog.naver.com/haoji82/70096796582)
또 온다리쿠의 '여름의 마지막 장미'는 2004년도에 발간된 책이었고요.
(http://blog.naver.com/haoji82/70100235645)
이런 책들은 순간적으로는 팔리겠지만요, 결국은 여러 독자들이 소설에서 멀어지는 계기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국가에서의 발행년도를 보고, '작가의 초기작, 혹은 과도기상 소설' 이라고 생각하면 될 일인데,
출판사의 계획적인 홍보로 인해, 퀄리티가 떨어지는 초기작을 마치 최신작인듯 읽게 된다면,
그 작가나 혹은 국가의 문학수준을 업신여기게 되고, 장기적으로 독자가 소설에서 멀어지는 경우도 생기게 될거라고 생각되네요.
이 소설 같은 경우는 특히나 지독하네요. 책을 살짝 넘기면 있는 저자의 약력에 조차 작품의 발간년도를 표기하지 않았으니까요,
의도적으로 독자를 속이려고 한다고 밖에 볼 수가 없어요.
아무튼요, 저도 그렇고 에쿠니 가오리를 사랑하는 여러독자를 위해서도 예전 소설들이 번역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원작의 출간년도를 좀 더 확실히 표기해야 하는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들어오는 모든 책들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그 편이 우리나라의 문학발전이나, 장기적인 번영을 위해 좋다고 생각되네요!
솔직히, 저같은 일게 블로거의 말따위를 누가 새겨 들을까 싶습니다만,,,,,
다시 책의 이야기를 하자면, 이 책의 원제는 '수채(싱크대) 아래 뼈 流しの下の骨' 입니다.
"나는 지금 누군가를 죽이게되면. 뼈를 싱크대 밑에 숨길 것 같아." 등장인물이 한 말 때문인데요,
원제가 주는 괴기로움 때문인지, (혹은 출간년도를 속이기 위해서인지!) 제목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여러 흉흉한 추측이 가능합니다만, 원제보다 바뀐 제목이 이 소설에 더 어울리는 건 사실입니다.
이 소설은 에쿠니 가오리 소설의 특징을 오롯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혼'이나, '동성애' 같은 소설속 사건의 쇼킹함에 비해 감정적 기복이 적은 서사,
어찌보면 줄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소한 일들을 자연스럽게 삽입해서, 감정을 천천히 고조시키는 특유의 '뜬금없는' 문장들은
몇개만 읽어봐도, '아,,, 에쿠니 가오리구나.' 라는 걸 알 수 있게 합니다.
어떤 이의 일상에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이밀고, 더럽고 음습한 것들, 격한 감정들만을 제거하고,
뜬금없는 이야기나 출처를 알수없는 감정들에 상상력을 가미해,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만들고, 마지막으로 정갈하게 담아낸 느낌이예요. 여전히.
그녀의 소설중에서도
비교적 감정의 기복이 없는 소설처럼 느껴졌던건 역시 주인공 외에도 여러 인물이 비중있게 등장하는 소설인지라,
화자인 셋째 고토코의 감정을 적당히 완충해 주는 것이기 때문일수도 있겠고,
한편으로는 여러가지 네거티브한 문제를 가지고 그 문제의 중심이 되어 돌아가는 가족 구성원들과 달리,
고토코 자체가 소설중에서도 맞딱뜨리는 사건이라고는 '완벽한 남자친구와의 연애' 같은 행복한 류의 것이니까요.
기본적으로 고토코 자체가 워낙 '무딘' 인물로 묘사되어 지기도 하고요.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당시 작가가 매우 행복한 상태 였나?' 라고 막연히 짐작하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1996년도 말입니다!
나름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결과적으로 실망스러운 책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독점하다시피 발행하고 있는 소담 출판사, 상당히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요. 흐음.
물론 이건 소설자체의 완성도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