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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17 ㅣ 미래의 문학 3
새뮤얼 딜레이니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3년 4월
평점 :
미래의 과학, 사피어 워프 가설
■ 바벨-17입니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인데, 폴라 북스라는 출판사에서 미래의 문학이라는 이름을 걸고, 국내에 발간되지 못했던 고전 SF 소설을 새롭게 발간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책은 '미래의 문학' 3번때 출간물입니다. 이 소설은 사피어 워프 가설 (The Sapir-Whorf Hypothesis)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쉽게 말하자면 언어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내용의 주장이고요, 많은 SF 소설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가설입니다. 사피어 워프 가설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의 사이트를 참고 하시면 되겠습니다.
- http://ko.wikipedia.org/wiki/%EC%82%AC%ED%94%BC%EC%96%B4-%EC%9B%8C%ED%94%84_%EA%B0%80%EC%84%A4
-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702/h2007020618450685150.htm
닥치고 번역
■ 정말정말 번역을 짚고 넘어 가지 않을수가 없네요. 부드럽지 않은 문장이 이곳저곳에 존재함은 물론이거와, 기본적인 퇴고도 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문장도 눈에 띄더군요. 의미를 알수 없는 직역 문장같은 것들도, 문장의 순서가 뒤죽박죽인 부분도 적지 않앗습니다. 소설을 읽기 시작할때는 강렬한 집중력이 유발되었지만, 읽기 힘든 문장들로 인해 읽으면 읽을수록 집중이 떨어지더군요. 솔직히 완성된 번역본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습작노트에 실린 비뚜름한 연필 글씨를 가져다 썼다고 느껴지는 수준이었습니다. (소설의 원문 문장 자체가 다소 난해하다고 하네요.)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비교적 오래된 소설인것이 확연히 느껴지더군요.(1966년 발간) 하지만, 그렇게 오래전 소설임에도 준수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내포한 철학도 체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례로, '시인'이 대접받는 미래 사회라는 설정은 지금도 여전히 세련된 세계관이고요. 성형 수술을 통해 변화된 인류가 상징하는 흑백 갈등에 대한 은유적 표현은 작가가 준수한 문학성에 정치색이나 철학을 녹여내는 수준이다. 라고 말할수 있겠습니다.
물론 지금에 이르러 어느정도는 정형화된 상업 소설의 시점에서 바라보면, 이야기의 구조에 아랑곳하지 않고 등장하는 '언어학 개론'이라거나, 복합적이거나 세밀한 플롯이 부족한 이야기의 전개는 이 책이 우드락 페스티벌 시대의 SF책이라는 사실을 선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건 난해한 문장으로 이 모든 장단점의 느낌조차 흐릿하게 밖에는 알 수 없다는것입니다. 이 소설의 구매를 진심으로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현대문학의 종합출판 브랜드 폴라북스에서는 새로운 과학소설(SF) 총서 ‘미래의 문학’을 출간하고 있다. 이 총서는 문학사적인 의의와 읽는 재미를 겸비한 해외 과학소설의 고전과 최신작을 충실한 해설과 함께 체계적으로 소개할 의도로 기획되었다.'
라는게 이 책에 대한 출판사의 소개글이더군요... 글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