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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ㅣ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헝거게임을 읽으면서 전세계적으로 대대적인 화제가 되었던 만화 '배틀 로얄'을 떠올리는 것은
'1990년대 문화'에 조그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한 일입니다.
(배틀로얄에 관련된 정보 = http://100.naver.com/100.nhn?docid=775079)
비교를 안 할수가 없더군요,
'유흥의 일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타인을 죽여아만 하는 소년 소녀' 라는 대략의 구성이 비슷한건 사실이지요. 다만,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도덕적인 면면을 부각시키고, 각각의 캐릭터가 '교육제도에서 생기는 병폐'를 상징하던
배틀 로얄이 학원제도에 대한 비난을 다소 포함하고 있었다면,
이 헝거 게임은 '집권층이 대중을 다루는 방식으로서의 리얼리티 쇼'에 대한 비판적 접근과
비이성적이며 잔인한 광기에 열광하는 사회를 풍자한다는 느낌으로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기본적인 틀이 같더라도, 이 두개의 소설은 명백한 차이점을 지닙니다.
죽여야 하는 인물들이 같은 반 학우로 서로가 아는 존재라는 배틀로얄에서는
'살인'에 대한 공포와 반감은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는데 비해,
(첫번째 살인 후에 거의 절규에 가까운 죄책감을 느끼던 인물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나네요,)
소설 헝거게임에서는 누군가를 죽이는데 드는 죄책감이나 슬픔은 약하게 드러납니다.
캣니스 또한 누군가를 죽이고 살아 남게 되지만, 기본적으로 살인이 범죄라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당한 일을 행한다는 느낌입니다.
환타지적인 세계관도 한몫하겠지만, 정당방위로서의 살인이 부각되기 때문인데요, 이를 통해 극 속의
살인을 합리화 시키고, 캣니스가 이 살인 게임에 보다 충실하게 임할 수 있도록 독자를 설득하는 역활을 합니다.
이 같은 장치는 게임에 흥미진진함이 발생시키지만,
현실과 근접한 가치관을 지닌 이 소설이 유독 살인에 관해서만 합리화 된다는 사실은,
솔직히 위험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헝거게임의 목적에 충실한 '게이머' 들도 캣니스와 같은 인간이며 단지 잘못된 세뇌로 인해 선과 악을 구분할수 없는 상태라던가,
그들의 편에 서서 그럴듯한 변명을 해주었으면 오히려 좀더 설득적인 소설이 되었을텐데, 그런 면모보다는
우승이라는 해피엔딩을 통해, 이 소설이 명백한 상업소설임을 드러냅니다.
이 소설의 어쩔수 없는 한계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씁쓸한 기분이 드는건 어쩔수 없었습니다.
(작가 자신이 추구하는 것 처럼 보이는) 킬링타임용 소설이라는 면으로 두고 봤을때, 이 소설은 부족함이 없습니다.
조금 뻔하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와 흥미로운 세계관은 양질의 가독성을 위한 윤활유의 역활을 톡톡히 하니까요,
이 책을 정말 빠르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거라면 좋아, 라고 생각하는 독자분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