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고독
크리스틴 해나 지음, 원은주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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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고독

2011년도에 읽은 책입니다. 책을 읽고 2년의 시간이 흘렀네요. 아마존 올해의 책, 아마존,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등 미국에서의 화려한 대중성을 어필하는 소설입니다. 미국에서 작가의 인지도는 상당히 높은 편인데요. 특히 2015년도에 발간된 <나이팅 게일>은 평론가들의 호평은 물론 2021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450만 부 이상 판매되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전반부에서 중반부로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는, 한 개의 소설안에 다양한 장르를 담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알래스카의 풍경을 그리는 작가의 문장은 대자연의 날카로움을 풍부하게 담고 있었고, 자연으로 인해 닥치는 위기에 마을사람들과 고군분투하며 생존을 일궈내는 장면에서는 <로빈슨 크루스 >같은 모험물 특유의 활력이 느껴집니다. 책의 큰 줄거리는 주인공 레니와 소꿉친구 메슈의 성장과 로맨스인 소설로, 성장 소설과 로맨스 소설의 풍취 또한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또, 광기에 사로잡히는 레니 아버지를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샤이닝>과 같은 호러물의 향기가 나기도 하죠. 이야기 각각의 완성도는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689 페이지로 책의 길이도 짧지 않지만, 많은 독자들을 빠져들게 했던 베스트셀러 작가답다고 해야 할까요. 이 책을 읽다보면 쉬이 진한 감정들이 우러나옵니다.

하지만 전반부와 중반부의 굴곡있는 이야기를 지나, 후반부로 갈수록 아쉬움이 커지는 소설입니다. 주인공과 어머니 결속력이 단단하게 다져지고, 또 다른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절정으로 치닿게 되면 이 소설을 점차 로맨스 소설 색깔에 치중하게 됩니다. 이는 전반의 다채로운 장르색을 옅어지게 만들정도로 급격하고 농도짙은 변화로 찾아옵니다. 결국 이 소설이 다양한 장르의 장점을 일부 차용한 로맨스 소설이라는 인상으로 마무리 되더군요. 이 책의 첫 백 몇 백장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기에 뒷부분의 갑작스러운 '모든것은 로맨스다' 같은 전환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작가는 이 책의 중요한 부분마다 반전을 섞어 가독성을 증가시키는데요. 결말부에 등장하는 반전의 경우 뻔한 힌트를 중복적으로 쏟아져, 의아함이 들 정도였습니다. 마치 구멍이 숭숭 뚤린 천으로 눈을 가리고 달리는 '눈가리고 달리기 대회' 같았습니다. 또, 주인공 레니를 시련으로 몰고 가는 엄마의 캐릭터와 인생굴곡은 애정어린 시선으로 참고 지나 가기에는, 지나치게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답답함만 느껴졌다면 어쩔수 없는 부분으로 이해가 갔을텐데, 실종자 발생이라는 결론을 통한 모녀 화해의 합의점을 도출했던 이야기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르면 아버지를 추억하거나 미화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더군요. 이런 통일성 없는 전개는 돌고돌아 '이 책은 좋은 책인가?' 라는 의문을 불러 일으킵니다.

이 책은 도우만들기나 굽기 과정 생략하고 , 재료준비 후 곧바로 완성된 피자를 보여주는 요리책 같이 느껴지더군요. 사진을 담는데는 그편이 예쁘거나, 쉬울지도 모르겠지만 요리책으로서의 기능은 어떻게 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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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벨리스크의 문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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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벨리스크의 문 (황금가지, 2019년) 부서진 대지 시리즈 2

원 제 The Obelisk Gate (2016년)

#오벨리스크의문

#NK제미신

#박슬라

#부서진대지

#2권에서도여전히뛰어난소설

1. 부서진 대지 3부작 중 2편에 해당하는 소설입니다. NK제미신은 이 소설을 통해 2016년도에 이어 2017년에도 휴고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두 번째 시리즈라기보다는 2권에 가까운 소설인데, 1편이 끝나는 시점에서의 같은 인물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연속성을 가진 2편의 소설이 2년 연속 휴고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이 소설이 1편과는 차별화되는 소설이기 때문이겠습니다. 전편에서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출생의 비밀 같은 의구심을 해소하고 각 캐릭터의 성격을 확고히 적립하는 편이었다면, 이 소설은 등장인물을 둘러싼 세계에 좀 더 주의를 기울입니다.



2. 속편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세계관을 가진 많은 시리즈가 있었는데요. 이 소설은 2권에서도 여전히 뛰어난 소설입니다. 1편이 매트릭스 같았다면 이 소설은 좀 더 인디아나 존스에 가까운 쪽입니다. 나쑨과 샤파를 둘러싸고 점차 밝혀지는 세계의 비밀은 삐걱거리며 열리는 빗장과 같이, 고대 거석이 음각된 돌문을 힘주어 낑낑거리면서 겨우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더군요. 1편에서 여러 주인공을 바꾸게 되는 인물들과의 어울림이 중요했다고 하면, 2편은 여러 인물들의 변주가 주는 즐거움이 있는 소설입니다.

3. 이 책을 2편까지 읽게 된다면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더욱 선명한 메시지를 띄우게 됩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 이후 오래된 문제였지만,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미국에서 벌어졌던 흑백 갈등을 생각해 볼 때 여전히 깊이 있게 느껴지더군요.


4. 국내에도 '킨' 같이 소수 인종 작가들의 여러 소설들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절판되거나, 흐름이 옅어지기 전에 정성껏 사들여 모으고 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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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팔이 의사
포프 브록 지음, 조은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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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이야기지만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는 책 보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지 못하는 책은 보통 몇 장에서 몇 백장 읽다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물게는, 미처 감상을 정리 못한 상태로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러 소개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긴 하죠.) 이 책 또한 심각한 위기가 몇 차례 있었지만, 잘 피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나야말로 이 책을 잘 소개할 수 있겠구나.'라는 책임감 같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의 영어 제목은 (Charlatan: America's Most Dangerous Huckster, the Man Who Pursued Him, and the Age of Flimflam) 로 다소 긴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2008년 2월에 발간되었더군요.

이 책은 미국에서 가장 뻔뻔한 사기극을 펼친 의사 'John. R. Brinkley(이하 브링클리)'와 그를 끝까지 뒤쫓은 'Morris Fishbein(이하 피시바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세기 미국의 가장 뻔뻔한 사기꾼이라 불리는 브링클리는 시들어가는 정력을 회복시켜주겠다며 남성들에게 기이한 외과수술법을 소개한다. 그의 치료법은 단순했다. 염소의 고환을 사람의 음낭에 넣는 것이었다. 이렇게 염소 고환 이식술을 통해 발기부전 치료법의 돌파구를 찾았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들었다. 그는 곧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부자가 되었는데, 미국 의사들의 평균 소득이 7,000달러에 못 미치던 때 자그마치 1,200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그는 단순한 돌팔이 그 이상이었다. 그의 외과의사로서 능력보다, 마케터로서의 재능이 훨씬 뛰어났을지도 모른다. 광고를 위해 라디오 방송국과 송전탑을 짓고,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컨트리 뮤직을 라디오에 도입하기도 했다. 브링클리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의학적인 조언을 함으로써 수많은 가정을 병들게 했고, 염소 고환 이식술을 통해 수많은 환자들을 죽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고 사람들의 맹목적인 믿음이 더해져, 그는 주지사 출마까지 하게 된다.

돌팔이 의사 줄거리 (출판사 제공)


이 책은 작가가 재구성이나 개입을 통해 실감 나는 이야기를 만들었다기보다는, 역사적인 사실 여러 가지를 차곡차곡 쌓아 만든 책이니까요. 일종의 다큐멘터리와 같은 책입니다. 한 사람의 일생 중 몇 가지 단면만을 잘라내 서사를 만들고, 한 권의 책으로 엮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러 자료의 나열로 인해 지루해지거나, 당대의 유명인으로 추종자가 많았던 브링클리의 자료가 잘못된 방향으로 이야기를 몰고 갈 수도 있습니다. 작가는 영리한 선택을 합니다. 이 책의 제목은 돌팔이 의사이지만 사실은 돌팔이 의사와 (유력한 의학저널인 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JAMA) 편집장이자 돌팔이 사냥꾼으로 유명했던) 피쉬바인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두 인물 간의 라이벌 같은 구도를 생성합니다.



일단 이 책의 번역이 형편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이 책은 의학 논문과 같이 길게 늘어지는 문장의 사용빈도가 높고, 전문적인 단어들도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잘 짜인 다큐멘터리 같은 책인지라, 감칠맛 나는 진행 또한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역자는 문장의 자연스러운 변화나, 적절한 부사의 사용 등에 있어서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이 책의 번역자은, 이 책을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보다는 초벌 번역된 의학논문처럼 만들어 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역사나 의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드문드문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멸균 수술의 선구자 조셉 리스터'라는 표현은 '무균수술의 선구자 조지프 리스터' 가 적당한 표현이겠습니다.)


역자의 이런 '노력 없는' 번역은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책의 가치를 낮추는데 기여합니다.

원문의 내용이 잘 짜여 있었다면, 번역의 단점도 가려 보였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브링클리와 피쉬바인과의 갈등을 주요 소재로 삼았음에도 큰 줄기에서 빠져나오는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허용합니다. 책을 읽은 후에는 잘 기억나지 않는 여러 등장인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났다가 돌연히 사라집니다. 제가 이 책 <돌팔이 의사>와 비교로 삼았던 책은, <수술의 역사>라는 책인데요. <수술의 역사>는 조지프 리스터의 일생과 그가 주장한 무균 요법으로 변화되는 세상에 관한 책으로 <돌팔이 의사>와 유사한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술의 역사>는 주요 인물의 동선과 업적이 큰 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를 잘 추슬렀고, 이 책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여러 반점에도 불구하고 생각해 볼 구석이 많은 책입니다. 두 가지 상반되는 감정이 들더군요

1. 위안으로 삼을만한 건, 브링클리가 사용하던 광고방법이나 선동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특정인의 선동에 대한 제제로 작용할 방송법의 발전이 있었습니다. 또한 의료법의 개선, 의사면허의 강화 같은 조치가 이루어졌으며, 결국 의학에 있어서는 Brinkley 같은 이들이 주류에서 각광받기는 힘들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실들은 인류가 오점을 통해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또, 라디오를 통한 블루스 혹은 힐빌리 음악(컨트리음악)의 송출로 이런 음악이 널리 퍼져나가게 된 점도 위안으로 삼을만하겠군요. 블루스가 없는 삶을 상상하기는 어렵죠.


2. 반면 또 다른 돌팔이들과의 싸움이 여전히 유효합니다. 빼어난 부자, 엔터테인먼트로 쌓은 보스 이미지, 아름다운 아내와 자식들. 평등, 존중이 아닌 애국심에 호소, 여러 도덕적인 오점이나 능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약자와 소외된 계층에 강력한 지지를 얻으며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른 사람이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여러모로 이 책의 주인공인 브링클리를 닮았습니다. 작가조차 이 책이 러시아와 한국에서 번역될 수 있었던 건, 브링클리가 도널드 트럼프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본인의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었습니다. 브링클리는 주지사 당선에 실패했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에까지 올랐으며, 현재도 공화당의 강력한 차기 대권 후보입니다. 어쩌면 인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의료의 변두리에 무허가 약장수가 있고, 거기에 현혹되는 사람들이 있었던 건 오래된 일입니다. 2023년 의학의 발전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신약의 개발이 상상과 동시에 이루어지고, 최첨단 수술법이 여러의, 학자들에게 교차로 검증을 받으며 완성해 나가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애국심에 의해서 더 크게 포장되는 원천기술, 과장된 선전을 통해 효과가 뻥튀기 되는 수술법,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기 힘든 비과학적인 의료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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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완벽한 1년
샤를로테 루카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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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성장 소설이라고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요. 해외에 사이트에 소개된 이 소설의 장르는 로맨스더군요. 독일에서는 2016년 발행된 소설로, 국내에서는 2017년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작가인 Wiebke Lorenz 는 독일의 작가로, 10권 남짓한 포트 폴리오는 대부분이 스릴러 아니면 로맨스로 이루어 있더군요.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Charlotte Lucas라는 가명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원제는 <Dein perfektes Jahr: Roman Taschenbuch>로, 영문 제목은 <Your Perfect Year> 입니다.

중고 서점의 추천코너에서 발견후 읽기 시작했는데요. 얼마 전에 읽었던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라는 소설과 비슷한 장점, 단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설의 차별되는 점이라면 두 명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것입니다. 즉 남자 주인공 요나단과 여자 주인공 한나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끌고 가게 되며, 서로 다름 시간을 이리저리 떠돌던 이야기는 두 주인공이 같은 시간을 맞이하게 되면서 서서히 마무리하게 됩니다.

대저택과 유명 출판사를 소유한, 번거로운 일들을 돈으로 해결하며 오직 평온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는 데 만족하며 살아가는 남자 요나단 그리프. 1월 1일, 여느 때처럼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하던 요나단 그리프는 자신의 자전거 핸들에 다이어리가 들어 있는 가방이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한다. 첫 장에 ‘당신의 완벽한 1년’이라고 적힌 그 다이어리에는 ‘3월 16일에는 뤼트 카페에서 케이크 먹기’처럼 새로 시작하는 1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지가 구체적으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는 30년 전 자신을 떠났던 어머니의 서체를 닮은 글씨들이 가득 적힌 다이어리의 주인을 찾기로 마음먹는다.

한나는 꿈이 이루어져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랫동안 친구와 준비한 일이 성공의 조짐을 보이고, 남자친구 지몬이 곧 청혼하여 결혼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몬은 병원에서 암 선고를 받게 된다. 한나를 너무나 사랑한 지몬은 그녀의 짐이 되길 원치 않아 그녀를 자유롭게 놓아주겠노라고 이별을 선언한다. 갑작스럽게 닥친 비극적 상황을 그냥 받아들일 수 없었던 한나는 지몬을 위한 새해 다이어리를 준비한다. ‘당신의 완벽한 1년’이라고 이름 지은 다이어리에 새로운 한 해 동안 둘이 어디서 무엇을 할지를 작성하며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1월 1일 아침, 그 다이어리는 낯선 사람의 자전거 핸들에 걸리게 된다.

당신의 완벽한 1년 줄거리 (출판사 제공)


개연성을 중요시 여기는 독자라면 이상한 소설이라고 생각들 지도 모릅니다. 여자 주인공 입장에서 보자면 이 소설은 '남자친구를 암으로 잃은 여자 주인공이 백만장자와의 사람에 빠진다'라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40년간 비슷한 패턴의 삶을 살던 백만장자 상속자가 갑작스럽게 발견한 다이어리로 인해 인생을 통째로 바뀌게 된다.'라는 이야기거나 혹은, '부족할 것 없는 까칠한 돌싱남이 갑자기 발견한 다이어리의 주인과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라는 줄거리입니다. 개연성을 중요시하는 독자가 아니더라도 설득당하기 쉽지 않은 소설입니다. (남자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한 독자라면 더욱 그럴지도 모르고요.)


이 소설의 장점은 두 명의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순간의 짜릿함이 잘 표현돼있다는 점입니다. 여자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잘하는 독자라거나, 총 583페이지의 소설책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남, 여 주인공 간의 스파크에 모든 것을 거는 로맨스 소설 마니아라면 추천 가능하겠습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와 신데렐라가 된 여성의 커플 탄생 이후 뒷이야기가 더 많이 궁금하더군요. 그렇게 인생 전반을 다룰 게 아니라면 남자 주인공의 시점을 취급할 만한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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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의 법칙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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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의 법칙 (알에이치코리아, 2023년) 미키할러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미키 할러(Mickey Haller)' 시리즈인데요, 그는 '해리 보슈(Harry Bosch)'의 이복동생으로 2005년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The Lincoln Lawyer)를 통해 등장을 시작했습니다. 이 소설은 2011년 영화화도 이루어졌으며, 이후 작가의 원조 히트 시리즈인 '해리 보슈' 시리즈와 함께 대중성 및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는 시리즈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소설 <변론의 법칙>은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로는 드물게 빠르게 출간되었습니다. 미국에서 2020년 발간된 소설로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을 이토록 빠르게 한국어판으로 만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저는 '미키 할러'나 '해리보슈'같은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은 늘 빠지지 않고 챙겨보는 열혈 독자인데요. 미키할러 시리즈는 늘 재미있게 즐겼고, 이 소설 또한 그렇더군요.

Mickey Haller series Books in published order: 미국 기준

The Lincoln Lawyer (2005)

The Brass Verdict (2008) (also featuring Harry Bosch)

The Reversal (2010) (also featuring Harry Bosch)

The Fifth Witness (2011)

The Gods of Guilt (2013)

The Law Of Innocence (2020) (also featuring Harry Bosch)

Resurrection Walk (November 7, 2023) (also featuring Harry Bosch)

michaelconnelly.com/series/

'미키 할러'의 법정물을 읽다 보면 그들이 어느 정도는 비슷한 공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먼저, 대부분의 미키 할러 시리즈는 사건의 진행을 마치 게임처럼 서술합니다. 사건 전체를 알맞은 구획으로 나누고, 한 구획에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이야기를 구겨 넣습니다. 매 구획에서 상대편과 치고받는 라운드가 펼쳐집니다. 각 라운드의 승패가 이어지고 기복 있는 기승전결이 펼쳐집니다. 혈투가 이어지고, 대부분은 미키할러의 승리로 귀결됩니다. 때로는 패배할 때도 있는데, 패배 또한 승리로 이어지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합니다.




이야기를 풀어 나갈 때 재미를 주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예상되는 공격에 대한 반격을 하는 건 가장 흔한 재미있는 방식이지만, 상대방의 공격을 파악하거나 예측하는 부분에서 날카로운 추리를 통한 재미를 우려내기도 하고, 단서를 쫓아 진실에 접근하는 흥미진진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상대편에게 유리한 증거물을 쓸모없이 만들거나, 배심원을 뽑는 노하우를 발휘해 판결의 진행을 유리하게 만드는 것도 늘 통하는 방식입니다. 실제 법정에서 일어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쌓여 완성된 소설은, 마치 여러 개의 얇은 층이 쌓여 완성된 크레이프 케이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변호사로서 사건을 수임한 경우) 극의 중반부터는 또 법의 부조리함과 공권력의 폭력성에 대한 반감을 자신의 편으로 삼는 이벤트가 연속해서 등장합니다. 이번 소설의 경우 '사라진 증거물'이라든지, '부조리한 경찰' 같은 부분이겠네요. 또, 미키 할러 시리즈의 대부분이 판결까지 이어지지 않고, 법의 교묘한 허점이나 빈 곳을 이용해서 절차상의 무효 혹은 중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소설이 또한 그러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95%의 사건이 중재를 통해 해결된다는 인터뷰가 있긴 하더군요.)

이 소설은 대단원은 약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주인공이자 원고인 '미키 할러'는 배심원의 판단을 통해 무죄를 입증할 수도 있었지만, 연방수사국의 힘을 빌려 '사법상 무죄'를 인정받습니다. 완전한 입증이 아닌 절충과 협상을 통해서 얻어낸 무죄에서 우러나는 찝찝함은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심지어 미키할러조차 독백을 통해서도 이런 감상을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또, 이 소설에서 모든 일의 배경으로 지목당하는, 숨겨진 집단은 끝까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도 이 소설이 불투명하게 느껴지는데 일조합니다.


이 소설의 또 다른 단점은 다른 시리즈에서도 매번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소설에서 할러의 애인으로 등장하는 여성들은 너무 쉽게 그를 떠나거나 돌아옵니다. 심지어 스토리와도 동떨어져 진행되는 부분인데요, 작중의 여성 캐릭터는 지나치게 의존적이거나 변덕스러워서 여성 캐릭터를 지나치게 소모적으로 풀어나가듯 여겨집니다. (마찬가지로 여자인) 상대 '버그'검사는 무능력하고 자신의 논리에 갇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캐릭터로 연달아 할러에게 스코어를 내주기만 하는 캐릭터로 보입니다. '돈 많은 바람둥이 변호사'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여자를 취할 수 있거나 그것을 이용합니다. 반면에, 사회적으로 견실한 커리어를 쌓아온 여검사는 변호인의 무죄 입증의 중요한 증거를 무감각하게 말살하는 무능력 검사라는 설정은, 새로운 버전의 제임스 본드가 되기에는 지나치게 편파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미키할러시리즈의 한국판은 2020년까지 끌어올렸으니, 다음은 해리 보슈 시리즈입니다. 아래는 한국에서 마지막 출간된 해리 보슈 이후 미국에서 출간된 해리 보슈 시리즈입니다. 3달에 한 번 꼴로 출간된다고 해도, 2년이 꼬박 걸리는 작업입니다. 번역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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