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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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 결코 원치 않는 일이 일어났네요. 이 소설은 '7년의 밤' (리뷰 보기 = http://blog.naver.com/haoji82/70113275157) 작가인 정유정씨의 소설입니다. 전작은 상업적으로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면서 정유정 작가를 돌연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했고요.(아직까지도 베스트 셀러 순위에 머물러 있더군요.) 순문학계에서도 신선한 이슈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전작의 성공은 단단한 인물들과  합이  꼭 짜여진 이야기, 의외성을 가진 인물 배치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지 않은 비약과 비현실적이고 우연한 설정이 거푸 등잠함에도, 월등한 장점으로 단점을 커버한 완성도 높은 소설이 었죠.

 

단점

 

■ 이번 소설은 작가가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첫번째는 인간의 욕심에 의해 버려지거나, 소모되는 애완견에 관한 이야기, 두번째는 광주 사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버려지는 개와 사살되는 인간을 모자이크식 구성을 통해 나열하며, 버려지거나 식용되는 동물에 대한 가련함을 말하고 싶었던것 같아요. 또,  무력한 시민들의 집회나 학살장면을 통해서는 현대사의 추악한 단면을 회상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하나 성공하지 못합니다.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일단 과장된 감정씬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감정이 절제된 장면간의 전환보다는, 호소력 짙은 감정씬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독자의 입장에서는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의 유치한 이야기거나, 흐름에 방해될 정도의 방만한 문장들 입니다. 죽어가는 개를 향해 "링고, 안돼" "링고, 가만있어" 같은 따옴표가 반복되는 상황이라니... 일부 젊은 여성들이 자신을 타인화시켜 혀짧은 소리로 내는 "링고는 슬퍼요." "링고는 있잖아요..." 같은  말투와 다름없이 유치하더군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보편적인 정서'로는 이해가 힘듭니다. 선량한 사람이 희생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을 노리고 다니는) 도사견을 보호하기 위해 폭행을 행사 한다거나, 사람들이 끊임없이 죽어가는 지자체의 예방 처치를 나만 살기 위한 집단 학살 수준으로 치부하는 작가의 문장에는 도통 설득력이 없습니다.  왜 거리에서 '믿음천국, 불신지옥'같은 플랜카드를 들고 다니는 노인분들과 같더군요. 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토대로, 독자에게 호소하니 먹힐리가 없습니다. 솔직히 중반 이후로는 이 작가가 전작에서 반짝거리는 보편적 상업성을 가지고 있던 그 작가가 맞나 자꾸만 생각나게 했습니다.

 

 또, 괴병이 발생된 가상의 도시 '화양'에서 일어난 일들이라는 배경자체가 평범한건 아닙니다만, 모든 에피소드가 현저히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치명적 바이러스의 확산' '썰매를 타고 싶은 수의사' '아버지를 죽이고자 하는 싸이코 패스' '계엄령에 반발하는 군중들' '인터넷 매체의 여기자의 취재전쟁' '가족의 생사가 불분명한 간호사' '사랑하는 애인을 잃은 도사견의 복수' 가 등장하는 한권짜리 소설이니까요. 작가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많은 갈래의 주제는,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의 진행으로 귀결되기 보다는,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만 초점이 맞추어 진행됩니다. 개연성이 떨어질 뿐더러, 흥미도 감소하지요. 결국에는 알수 없는 길로 통통 튀는 기발함이나 설득 가능한 에피소드는 없고 여러 시점에서의 신파만 나열 됩니다. 제목조차 실패가 아닌가요? '28' 이라니... 되뇌여 반복할때마다, 좋지 않은 기분이 들게 하는 제목이지요.

 

장점

 

■ 이 소설의 장점은, 잘 읽힌다는 겁니다.  그렇게 말도 않되고 혀를 차면서도 끝까지 읽게 되는 가독성이라니... 이상의 장점은 찾지 못했습니다만,,,

 

총평

 

■ 과거의 작품을 굉장히 좋아했던 독자로서, 정유정 작가님이 잠시 휴가를 떠날때가 아닌가 싶네요.  좋아한다던 찰스 디킨스, 레이먼드 챈들러, 스티븐 킹의 소설을 다시 읽어 봐야 할때라고 생각합니다. (정유정 작가의 스티븐 킹에 관한 이야기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30&contents_id=6052)

  전도 유망한 작가의 2년 3개월만에 신작. 다음 이야기도 이렇다면 곤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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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17 미래의 문학 3
새뮤얼 딜레이니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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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과학, 사피어 워프 가설

 

■ 바벨-17입니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인데, 폴라 북스라는 출판사에서 미래의 문학이라는 이름을 걸고, 국내에 발간되지 못했던 고전 SF 소설을 새롭게 발간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책은 '미래의 문학' 3번때 출간물입니다. 이 소설은  사피어 워프 가설 (The Sapir-Whorf Hypothesis)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쉽게 말하자면 언어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내용의 주장이고요,  많은 SF 소설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가설입니다. 사피어 워프 가설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의 사이트를 참고 하시면 되겠습니다.

 

- http://ko.wikipedia.org/wiki/%EC%82%AC%ED%94%BC%EC%96%B4-%EC%9B%8C%ED%94%84_%EA%B0%80%EC%84%A4

-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702/h2007020618450685150.htm

 

 

닥치고 번역

 

■ 정말정말 번역을 짚고 넘어 가지 않을수가 없네요. 부드럽지 않은 문장이 이곳저곳에 존재함은 물론이거와, 기본적인 퇴고도 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문장도 눈에 띄더군요. 의미를 알수 없는 직역 문장같은 것들도, 문장의 순서가 뒤죽박죽인 부분도 적지 않앗습니다. 소설을 읽기 시작할때는 강렬한 집중력이 유발되었지만, 읽기 힘든 문장들로 인해 읽으면 읽을수록 집중이 떨어지더군요. 솔직히 완성된 번역본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습작노트에 실린 비뚜름한 연필 글씨를 가져다 썼다고 느껴지는 수준이었습니다. (소설의 원문 문장 자체가 다소 난해하다고 하네요.)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비교적 오래된 소설인것이 확연히 느껴지더군요.(1966년 발간) 하지만, 그렇게 오래전 소설임에도 준수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내포한 철학도 체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례로, '시인'이 대접받는 미래 사회라는 설정은 지금도 여전히 세련된 세계관이고요. 성형 수술을 통해 변화된 인류가 상징하는 흑백 갈등에 대한 은유적 표현은 작가가 준수한 문학성에 정치색이나 철학을 녹여내는 수준이다. 라고 말할수 있겠습니다.

 물론 지금에 이르러 어느정도는 정형화된 상업 소설의 시점에서 바라보면, 이야기의 구조에 아랑곳하지 않고 등장하는 '언어학 개론'이라거나, 복합적이거나 세밀한 플롯이 부족한 이야기의 전개는 이 책이 우드락 페스티벌 시대의 SF책이라는 사실을 선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건  난해한 문장으로 이 모든 장단점의 느낌조차 흐릿하게 밖에는 알 수 없다는것입니다. 이 소설의 구매를 진심으로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현대문학의 종합출판 브랜드 폴라북스에서는 새로운 과학소설(SF) 총서 ‘미래의 문학’을 출간하고 있다. 이 총서는 문학사적인 의의와 읽는 재미를 겸비한 해외 과학소설의 고전과 최신작을 충실한 해설과 함께 체계적으로 소개할 의도로 기획되었다.'

라는게 이 책에 대한 출판사의 소개글이더군요...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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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드리 2013-08-1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원서 사서 읽다가 중간 조금 지나서 포기했던 사람인데 원문울 보면 비문과 운문이 뒤섞인 피네간의 경야 같은 포스트모던한 스타일이 연상되더군요. "부드럽지 않은 문장이 이곳저곳에 존재함은 물론이거와, 기본적인 퇴고도 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문장도 눈에 띄더군요. 의미를 알수 없는 직역 문장이나 문장의 순서가 뒤죽박죽인 부분도 적지 않앗습니다"라고 주장하시는데, 이게 원서와 거의 일치한다는 게 함정.ㅎㅎ (특히 한국어판 213 페이지부터 218 페이지 사이.) 결론은 원서의 텍스트를 최대한 존중한 섬세하고 뛰어난 번역이라는 거죠. 위에서 다른 리뷰어도 말했듯이 현대문학판 바벨17의 문장은 지금까지 국내에 번역되어 나온 SF작품의 문장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까오지 2015-04-07 19:04   좋아요 0 | URL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주신 정보를 토대로 글을 조금 수정해 보았습니다.

shrike 2013-08-20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책좀 읽어보신 분이라면 정말 몰라서 오역을 하는 거와 원서를 최대한 살려서 번역한 것 정도는 구별하실 수 있을텐데요. 그리고 원문과 교차비교하는 정도까진 바라지도 않습나다. 오역이라고 주장하시려면 한국어 번역본에서 내용을 발췌하는 정도는 보여주셔야 하지 않나요.그리고 한 가지 더 어이없는 점이 있네요. 만약에 이 책이 오역이 난무한 허섭쓰레기라고 칩시다. 그런데 이 책이 오역인거랑 한국 SF팬 수준이랑 도대체 뭔 상관인지 제 안좋은 짱구를 아무리 굴려봐도 모르겠네요. 본인이 맘에 안드는 책을 다른 독자들이 하도 칭송하는게 눈꼴시렵나요? 이 글만 읽어보면 작성자님께서는 이상한 편견을 가지신 것 같아요. 물론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은 당연히 있을 수 있고 필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당한 근거를 제시해서 비판해주시고 자신이 읽은 SF작품 '한권' 이 맘에 안든다고 번역가, 출판사(미래의문학), SF독자까지 한데 묶어 질이 떨어진다고 '매도' 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평읽으면서 이렇게 기분나빴던 적도 없었던거 같습니다. 감정적으로 격앙되서 대응한건 미안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모바일로 쓰다보니 오타검수를 제대로 못했는데 양해 바랍니다.

까오지 2013-08-21 13:29   좋아요 0 | URL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시간을 내어서 한번더 읽어 보겠습니다.

까오지 2015-04-08 11:36   좋아요 0 | URL
당시에는 특별한 감흥이 없어서 별다른 댓글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Shike 님의 글을 오랜만에 다시 보니 오해한 부분이 있는듯하여 바로 잡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이 오역인거랑 한국 SF팬 수준이랑 도대체 뭔 상관인지 제 안좋은 짱구를 아무리 굴려봐도 모르겠네요. ˝ 라고 하셨는데요. 아마도, 제 문장중에
`우리 나라 SF 소설 팬들은 마치 한화팬과 같네요.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속에서도 기대하고 기대하는 면이 말이죠.` 라는 표현 점을 집어 말씀하신듯하네요. 제 표현은 우리나라의 SF팬을 비하하는 표현이 아닙니다.

한화팬이라는 비유가, 계속 져도 참고 본다. 라는 의미라는건 아실테니까요,

(이 소설이 형편없는 소설이라는 가정하에) 양질의 SF 작품이 계속 발번역되고, 심지어 번역되지 않는데도, 계속해서 또 찾아 본다. 라는 `부처`로서의 `팬심`을 이야기 하는것입니다.

아무튼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잘 정리했고요. 이 소설의 발번역이라고 주장한 사실은 제 무지에서 비롯됐지만, 이 소설이 허술한 소설이라고 여전히 생각합니다.

독자 2013-08-21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http://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kskaen&artSeqNo=1766992&viewReply=1

한동안 장안의 화제였던(?) 이 글하고 느낌이 너무 비슷하네요;;;;;

까오지 2015-04-07 19:04   좋아요 0 | URL
흐흐, 글이 재미있네요. 본인의 무지를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 2013-08-21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무지까지는 아닌 것 같고... 문장과 글쓰기에 대한 감수성을 좀더 기르셔야 할듯요. 명확하고 논리적인 문장을 좋아한다면 (좀 어렵긴 하지만) 링크에 있는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강력 추천합니다. 국내 문화계나 영화계에서도 격찬에 가까운 평을 들은 SF 최고의 걸작입니다.

까오지 2015-04-07 18:58   좋아요 0 | URL
좋은책을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punster 2013-09-09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무지한 사람에 속하는군요...^^
읽다가 도저히 감당이 안되 읽기를 중단한 몇 안되는 책 중에 하나로 남았습니다.
SF도 좋아하고... 책읽기도 좋아하는 50대입니다만...
공학이 전공이다보니 아직 심오한 문학적 향기와 은유의 감수성은 기르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까오지님의 의견에 동감하는 사람도 드믈게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고자 감히 몇자 적습니다. ^^

까오지 2015-04-07 18:58   좋아요 0 | URL
좋은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월플라워 - 삶의 가장자리에 서 있으면, 특별한 것들을 볼 수 있어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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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소개

 

■ '월 플라워'라는 소설입니다. 원제는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이고요, 1999년 발행된 이 소설은 '청소년의 성과 약물중독'을 직접적으로 다룸으로서 미국일부에서 판매금지까지 당했다고 하네요.논쟁적인 주제와 충격적인 결말에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요, 얼마전에는 영화화되기 까지 이르렀죠. (개봉명 : 월플라워)

 국내에서도 일부 상영관에서 소규모 개봉했지만, 눈에 띄는 스코어를 내지는 못하고 막을 내렸습니다. 원작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를 먼저 접했는데요, 준수한 완성도와 색깔있는 캐릭터가 매력적인 영화이더군요. 소설과 영화 모두가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분명한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영화에 대한 리뷰 = http://blog.naver.com/hanyu313/60189683849

 

 

소설 '월 플라워'

 

■ 원작이기도 한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요. 작가가 한 인터뷰에서 '이 소설의 반은 자전적 이야기'라고 밝히기도 했었던 만큼 곳곳에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요인물 인물들은  구체적인 배경과 심리적인 강박을 가지고 있었고

극의 진행에 따라 때로는 돋보이고 때로는 위태로와 보이더군요. 이런 다이나믹한 인물간의 상호작용이야말로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또, '성과 마약' 같은 자극적인 주제들로 인해 날카롭거나 요란한 분위기 , 몽환적이거나 퇴폐적인 이미지가 예상되 지만, 담담하고 문학적인 주인공의 시선이나, 편지 형식의 진행 (구어체 보다 문어체로서 사건에 접근)은 자극적인 '정키영화'보다는 마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같은 서사적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면모는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현대 사회 소외된 사람들의 독특한 소통법이 잘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런 담담한 진행방식은 이 이야기가 소설로서가 아닌 '유사 진실'로 다가오게 만들고요 충격적인 결말과 맞물려 이 소설이 '미국 학부모 협회'에 의해 판매 금지 된것이 충분히 납득되더군요.

 또, 너무나 성긴 나머지 성인 소설의 탄탄함과는 거리가 있는 문장은 때로는 복잡 다단한 인생을 지나치게 단순화 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총평

■ 물론 저명한 단점을 제외하고도 여전히 돋보이는 소설이고요. 게다가 똑 떨어지는 좋은 글귀가 참 많은 소설입니다. 아래에 몇개 옮겨 보았습니다. 책을 읽으신 분들은 감동을 되새김질하시고, 아직 읽지 못한 분들은 책의 느낌을 조금이라도 맛보시기 바랍니다.


'찰리. 세상사람들이 다 눈물겨운 사연을 가지고 있는건 아니란다. 또 그런일이 있었다고 해도 변명거리가 될 순 없지.'

 

'구석에 가만히 앉아 너의 인생보다 다른사람의 인생을 앞세우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돼. 그렇게 해선 안된다고. 너도 어떤 행동을 해야해'

 

'그건 마치 사진기로 '샘'을 찍고 나서 사진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것과 같은거야. 사진이 아름다운 이유를 자신이 잘 잘찍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거지. 만약 내가 '샘'의 사진을 찍는다면 그 사진이 아름다운 단 한가지 이유는 샘이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생각할거야.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면서 그 여자의 진짜 모습보다 바라보는 방법때문에 더  아름답게 보인다고 생각하는건 옳지 않은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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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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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소개

 

■ '선셋파크'라는 소설이고요, 폴 오스터옹(1947년 生) 이 2010년에 발표한 신작 소설입니다. 이 선셋파크라는 소설역시 (국내 출시 기준) 전작과 전전작이었던 '보이지 않는' 이나 '어둠속의 남자' 와 비슷한 맥락으로 읽히더군요. 폴 오스터 옹은 열린책들이 줄줄이 소개했던 과거의 작품들에서 '품격있는 추리소설 작가' 로 여겨졌었습니다. 하지만,  폴 오스터옹은 이번 소설까지 몇편이나 연속으로, 순문학에 가까운 소설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품격있는 같은 수식은 제가 멋대로 붙여버린 것일뿐이니까요, wikipedia 에 의하면 그는 미스테리 소설 [mystery fiction], 범죄 소설 [crime fiction]과 함께  Absurdist fiction 이라는 장르의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작가로 되어 있네요. (Absurdist fiction 이란 무엇인가요?ㅎ)

 

 무튼,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wikipedia에 그의 문학에서 등장하는 빈번한 주제 (reappearing subjects) 가 아래와 같이 정리 되있더군요. 상당히 흥미로와서 옮겨 보겠습니다.

  • coincidence (우연한 사건)
  • frequent portrayal of an ascetic life (금욕생활에 대한 잦은 묘사)
  • a sense of imminent disaster (임박한 참사)
  • an obsessive writer as central character or narrator (중심인물이나 나래이터가 강박적 작가)
  • loss of the ability to understand (이해력의 상실)
  • loss of language  (언어의 상실)
  • loss of money - having a lot, but losing it little by little without earning some new money any more  (돈의 상실)
  • depiction of daily and ordinary life (평범한 생활에 대한 묘사)
  • failure (실패)
  • absence of a father (아버지의 부재)
  • writing and story telling, metafiction (이야기 기법이나, 메타픽션에 관한 글쓰기)
  • intertextuality (상호 텍스트성)
  • American history (미국 역사)
  • American space (미국 공간)

 

폴 오스터의 가치

 

■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나누는 경계란, 작법서의 글쓴이가 누구냐에 따라 변동이 있기 마련이지만요. 저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이야기를 통해 어떤것을 추구하느냐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순문학은 '메시지의 전달'에, 대중문학은 '독자의 즐거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순문학과 장르문학에 대해 참고로 하기에 좋은 글 -> http://orumi.egloos.com/3964658 ) 제가 이 소설을 순문학이라고 여기는 까닭은 이 '선셋파크' 라는 소설이 장르소설이 품을만한 등장인물과 사건을 오롯이 가지고 있는 주제에 비하여, 기본적으로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를 근간으로 하는 가독의 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박카스 같은거예요, 꽤 맛있는데도 '약국에서만 판매'하잖아요.

 박카스야 맛도 좋고, 효과도 좋지만, 이 소설에서 꼭 좋은것만은 아닙니다. 이완 멕이완이나 코맥 맥카시와 흡사한 이런 색깔은 작가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함을 가중시킵니다. 

 
 이 소설에서는 기본적으로 별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을 포함한 네 명의 주인공은 각자의 문제를 안고 한 허름한 폐가에 머물게 되고요. 그들의 관계가 점점 깊어지는 와중에, 그들의 사연은 해결되거나 또는 심각해집니다. 영화와 소설간 쌍방향 소통이 자주 등장하는 작가답게, 폴 오스터 옹은 이 소설속에서 1947년 영화 '우리생애 최고의 해'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818 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책을 다 읽고 찾아본 영화의 스토리는 결과적으로 소설과 맞닿아 있었으며, 이 이야기가 무엇을 말하는가에 대한 대략적 밑바탕을 제공하더군요. 영화의 내용 자체가 '선셋파크'의 구성이나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나타내고 있으니, 이 소설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의 줄거리 정도는 한번 훝어 보는게 좋겠네요. 물론 누군가 그게 무엇이냐! 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폴 오스터의 재미

 

개성있는 작가의 최신작이 중량있는 번역가에 의해 꾸준히 발매된다는건 정말 좋은 현상이예요. 또 어떤이들은 이 책에서 과거그리고 현재 미국 시민들의 고통이 결국 닿아 있으며, 이런 고통의 평행이론에 의거해 많은것을 느낄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말 재미난 이야기로는 생각되지 않더군요. 저는 결과적으로 좋은 순문학이란 좋은 대중소설과 맞닿아 있다고 여기는 편이니까요. 정말 뛰어난 작가는 뛰어난 이야기에 자신의 생각을 녹여낼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이야기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것을 담아내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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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여자 스토리콜렉터 10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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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소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라는 히트작으로 유명해진 넬레 노이어 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책 속의 배경이 타우누스라는 마을입니다.) 중에서 세번째로 국내 소개된 소설입니다. 하지만 순서적으로는 시리즈의 근간이 되는 1편입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리뷰 = http://blog.naver.com/haoji82/70113558717)

(너무친한 친구들 리뷰 = http://blog.naver.com/haoji82/70130214527)

 

단점, 독일 소설

 

 ■ 저로서는 2편격이었던 '너무친한 친구들'과 유사한 리뷰를 할 수 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물론, 보덴슈타인이며 피아며 개성넘치는 주인공들이 가장 처음으로 등장하는 시리즈인 만큼, 새싹처럼 조금씩 얼굴을 들이밀며 뻗어나가는 캐릭터의 모습이 반가운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렴한 예산의 블록버스터 같다고나 할까요. 소설의 전반에 걸쳐,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이 쉽게 눈에 띕니다.

 

 가시가 많은 뼈대와 같은 이야기로 인해, 좀처럼 캐릭터의 개성이 없이 진행되어 극의 전반에 걸쳐 밍숭맹숭한 느낌이고요, 너무 많은 인물을 용의 선상에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시점이 산만하고, 끝날듯 끝나지 않는 지나친 반전도 읽는 재미에 반하는 쪽이었습니다. 게다가 독일소설이라니, 재미를 떠나서, 등장인물의 이름을 외우기가 쉽지 않아요. 책을 읽다가 몇번이나 앞뒤로 왔다갔다 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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