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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힙합 세트 - 전2권 - 닥터드레에서 드레이크까지 ㅣ 아메리칸 힙합
힙합엘이 지음 / 휴먼카인드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 아메리칸 힙합
2000년대의 미국 힙합씬을 다룬 상, 하 두 권으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는 책의 사이즈가 작아서 놀랐습니다. 일반적인 단행본보다 작은 크기의 책이었는데요. 보통의 교양서적은 이 정도의 크기로는 잘 나오지 않지만, 작기 때문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펼쳐서 읽기 좋은 크기더군요.
표지도 상당히 독특한 질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재질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크레파스로 가득 칠을 해 놓은 느낌? 미끌미끌하면서, 폭신폭신한 기분이 들더군요. 내지도 상당히 좋고요, 외적으로 이것저것 많은 신경을 쓴 책입니다.
저도 힙합을 좋아하고, 오랫동안 감상해 왔던 청자입니다. 마니아처럼 깊숙이 즐긴 건 아니었지만, 얇게 오랜시간을 감상해온 편입니다. 비스티 보이스, LL 쿨 제이, 쿨리오, ( 예전에 이런 애도 있었다는…… ) 에미넴, 넬리, 제이지 등 1990년도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 히트했던 많은 앨범을 소장하거나 즐겨 들었습니다. 당연히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습니다.
아래는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발견한 1970년 대부터 2000년대 까지의 힙합을 특징을 요약 정리한 표입니다. 이책은 2000~2010년의 힙합을 다루고 있지만 힙합 태동기의 상식들도 도움이 될것 같아서 붙여 봅니다. (출처 - http://www.rjcc.or.kr/journal/article.php?code=6959 )

@ 교양서적
교양서적이지만, 이 책이 누구를 타겟층으로 발간된 책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최근에 ‘쇼 미더 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 같이 힙합을 소스로 한 TV쇼가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이런 TV쇼 의 유행과 편승해 힙합 좀 챙겨 듣기 시작한 윗집 철수일까요 ? 우탱클랜 멤버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고, 이런저런 마이너 레이블의 앨범을 모두 소장하고 있는, 힙합을 위한 AV장비 세팅에 일 년에 돈 천씩 붓고 있는 힙합 마니아 ?
상당히 애매하더군요. 대중적인 교양서적을 지양하기에는 현재의 트랜드와는 다소 먼~ 2000~2010년도의 아티스트들이고, 마니아를 위한 책이라고 하기에는 일부 알앤비 스타들까지 아우르는 메인스트림의 스타 위주의 책이니까요.

글의 뉘앙스나 진행은 예전에 팝 스타의 앨범을 사면 앨범 안에 내지로 꼭 들어있던 ‘팝 칼럼니스트’의 앨범 소개글과 비슷하더군요. 그것과 다른점이라면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힙합스타들이 모두 불세출의 스타라는 사실입니다. 다량의 디스코그래피를 가진 각각의 가수(때로는 그의 지인들까지) 를 대략 50페이지가량의 글로 마무리 지으려고 하니, 예상했던 것 만큼의 깊숙한 지식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스타들의 인맥을 풀어준다거나, 각각의 앨범에 대한 자국내 전문가들의 평가를 전달하는 방식은 신선했지만, 여러명의 앨범에 비슷한 느낌의 감상을 실어, 장황한 느낌을 주고, 한편으로는 임펙트의 부족이 느껴졌습니다. 글의 앞, 뒤로 표나 그림이 전혀 등장하지 않아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느낌도 부족했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이 책에 실려 있던 에피소드나, 명반으로 언급됐던 많은 곡들을 찾아보았는데요. 마니아층이 많은 장르다 보니, 이 책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 야무지게 정리된 사이트를 적지 않게 발견할수 있었습니다. 또 이런 글들의 곡소개는 대체로 유투브와 연결되어 곡을 바로바로 들을 수도 있어 편리했고요.
@ 따라서,
이것저것 찾아가면서 책을 읽다보니, 이 책이 ‘힙합 엘이’ 라는 흑인 음악 전문 매체의 필진들이 모여서 작성한 글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 http://hiphople.com/article/3624770 ) 제가 느끼는 불편함은 결국은 인터넷에 글을 읽을때와 오프라인에서 글을 느낄때의 차이점에서 연유되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온라인과 확연히 차별되는 오프라인의 독자를 위한 편집에서 취약하다고 할까요. 이 글이 인터넷에 떠도는 글보다 좋은 글이 되기 위해서
1. 해당 가수의 디스코그라피를 글의 앞이나 뒤부분에 요약정리 할 것,
2. 가수 혹은 앨범 의 사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삽입할 것,
3. 글에 등장하는 앨범의 해당년도를 표기할 것
같은 최소한의 조건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야 글을 읽다가, 모르면 새로운 탭을 켜고 찾아보면 될 것이고, 좋아보이는 음반이 있으면 유투브를 켜놓으면 되겠지만, 책은 텍스트 만으로 독립된 완성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좋은 테마로 시작했고, 좋은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책입니다. 책이 많은 사랑을 받아서 여러 가지가 보완된 2쇄 3쇄가 발간되었으면 좋겠네요. (필진이 네명이나 되니까 한분이라도 이글을 읽고 있지 않을까요?) 그때에는 반드시 김형준씨가 쓴 ‘메이저리그 레전드’ 라는 책을 참고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시작한 글이 오프라인의 독자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편집되야 하는지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