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몰리션 엔젤 모중석 스릴러 클럽 28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박진재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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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몰리션 엔젤 (비채, 2011년)

원 제 : Demolition Angel (2000년)


파괴 또는 폭파의 뜻을 가진 'Demolition'이라는 단어는 다수의 영화 혹은 소설의 제목으로 등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데몰리션맨'이라는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1993년 영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 편입니다. 이 소설은 읽은 후에도 여전히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영화를 기억할듯합니다.

로버트 크레이스라는 작가의 소설인데요. 'Elvis Cole/Joe Pike' 시리즈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라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도 '몽키스 레인코트'를 필두로 드문드문 발간되고 있는 것 같은데 시간이 나면 한 번쯤은 읽어봐야겠습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가 있는 시리즈더군요. 이 책은 작가의 시리즈물과는 상관이 없는 단행본으로,(작가의 세계관 속 인물이 스치듯이 언급되기는 한다더군요.) 연쇄 폭파범을 상대하는 폭발물 처리반의 여형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릴러 소설입니다.

프로파일링 최초의 쾌거로 알려진 조지 매트스키(A.K.A Mad Bomber)는 연쇄 폭파범으로 유명한데요, 그럼에도 폭파라는 분야는 여전히 낱낱이 알려진 분야는 아니라는 점에서 흥미를 동하게 하는 설정이었습니다. 분야를 대표하는 빼어난 장르소설이라거나, 한 문장 한 문장에 우와 하는 감탄이 터져 나오는 책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동안 적당히 두뇌를 자극하는 스릴도 누릴 수 있었고,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숨 가쁜 전개도 좋더군요. 드라마 작가로서의 경력이 출중한 작가답게, 소설 속 이미지를 시각화 시키는 능력도 발군이었습니다.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몇몇 장면은 책을 읽은 지 한참이 지나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단점이라면 동료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여성 주인공 캐릭터와 그녀를 둘러싼 선악을 알 수 없는 조연 캐릭터의 조화가 대체로 구태의연했다는 점? 시리즈로 이어질 수 없을 만큼 만신창이가 된 결말로 시원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지는 않았다는 점?


시원한 쾌감이 다소 감소되다고 해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일단 책을 읽기 전에 큰 기대감이 없었다는 점이 있을 수 있겠네요. 어디 웃겨봐 하면서 본 개그 콘서트 보다, 우연히 영화채널에서 흘러나오는 잊혀진 코미디 영화에 키득거릴 때가 있잖아요? 그런 느낌입니다.

+ 이 책을 한참 읽을 즈음 국내 사제 폭탄 제조로 인한 사고로 의심되는 뉴스가 나가더군요. 관심 있게 한참 찾아봤는데 후속 기사는 더 이상 나오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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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주시대
네이선 로웰 지음, 이수현 옮김 / 구픽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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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주시대 (구픽, 2017년)

원 제 Quarter Share (2007년)


번역자인 이수현 선생의 안목을 믿고 선택하게 된 책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번역 활동을 하는 탓인지, 기존 시리즈가 아닌 소설은 드문드문 한편씩 나오는 편이지만, 진짜 좋은 소설이나 시리즈를 소개해 주는 뛰어난 번역가는 많지 않으니까요. 선생의 번역판은 발간되는 족족 사 모으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성장 소설과 SF 소설의 장점을 적당히 가져와 버무린 소설이었지만 이 한 권으로 뭔가를 이루었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듯 느껴지더군요. 마치 입구가 으리으리한 초가집같이, 세계관이나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도입부에 비해 이야기 전체에서 우러나오는 재미는 부족했습니다. 6~7부작 정도 되는 장편의 첫 장이라면 기대해볼 만하지만, 글쎄요. 동네 구멍가게같이 열악한 국내 SF 소설계에서, 단물이 배어 나오지 않는 캐러멜 같은 이 시리즈의 후속편을 2편이나 3편까지 발간해줄까요?

이 소설에 대한 리뷰도 소설과 같아져 버렸네요. 거대한 시작에 비해 작품 자체에 대한 리뷰는 대단히 약소합니다. 죄송하게도.

+ 녹음한 소설을 팟캐스트에 오디오러 등록해서 데뷔한 작가의 이력이 상당히 독특하더군요.


https://blog.naver.com/haoji82/221692944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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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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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는 데다가,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좋다는 사람도 많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티브이를 이러 저리 돌리던 중에, 종합편성채널에서 얼마 전부터 시작한 '수요일은 음악프로'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잊었던 명곡, 숨은 명곡, 몰랐던 신곡들을 찾는 프로그램'이라는 설정으로 첫 방송의 주제는 싸이월드 BGM이었습니다. 여러 패널들에게 돌아간 질문 중 '싸이월드에 왜 BGM 을 까는가'라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가장 공감 가는 패널의 답변은 '이 곡은 나만 아는 곡이야. 너넨 이런 거 모르지라는 심리'라는 대답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이 책에 딱 어울리는 말인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은 보편적인 의미에서 좋은 소설입니다. 표지도 나이스하고, 문장이나 캐릭터 대화 간의 성긴 간격으로 가독성이 높습니다. 문장 사이에는 여운을 주는 여백을 밀어 넣어 독자의 개입 여지도 높습니다. 즉 인스타그램이건 페이스북이건 누구나 이 책에 대해 한마디씩 남기기 쉬운 책입니다. '감정표현불능증 (alexithymia)', 대량살인으로 인한 피해자 등 강렬한 소재와, 의사이기를 포기한 빵집 주인, 선명한 선의나 악의를 가진 주변 인물 등 개성이 삐죽삐죽 솟아있는 인물 군이 대규모로 섞여 있는 이종 집합체 같은 소설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재주 넘치게 여러 요소들은 섞어 이질감 없이 술술 읽히게 만들었더군요.

(개인의 의견임을 밝힘) 그렇지만 저는 이 책에 부정적인 편입니다.

솔직히 작은 메시지를 담기 위해 지나치게 끔찍한 상상력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작고 어린 쥐를 보여주기 위한 세운 거대한 동물원 같은 느낌이랄까. 이 책은 청소년 소설로 많은 소년, 소녀들이 읽을 텐데, 이 책을 읽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아가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나 질문이 있었는가? 가독성이나 파격을 위한 쉬운 선택을 한 것은 아닌가? 이토록 끔찍한 것을 이끌어내 던지는 질문의 크기로 이 소설의 메시지가 적당한가? 여러 질문에 대체로 부정적인 대답을 하게 되더군요.

뭐, 증쇄 후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태그를 뗀 걸 보면 작가도 출판사도 이 소설이 성인들의 인싸템으로 더 가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같더군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인싸템으로 많은 분들이 읽고 앞으로 한국 소설을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https://blog.naver.com/haoji82/221692966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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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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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살다 (황금가지, 2013년) ‘커클린 가문' 시리즈

원 제 Live by Night (2012년)



첫 100 쪽을 읽다 마다를 두세 번 반복하다간, 책장 구석에 툭 꽃아 넣었던 책입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야 꺼내어 완독하게 되었는데 여타 소설책에 비교 우위에 있는 세련된 표지로, 읽지 못했던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눈이 가던 책입니다. 그런 존재감 덕분에 오랜만이지만, 선뜻 꺼내 읽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이 드네요.

금주법 시대 (1919년~ 1933년)를 관통하여 살았던 아일랜드 이민자 가문인 '커글린 가문'의 막내아들 조를 다룬 소설입니다. 금주법 시대라고 하면 1980년~2000년을 주제로 한 국산 조폭 코미디같이, 미국에서 흔하게 소재가 되는 흥미진진한 시대이고 심지어 완성도가 뛰어난 영화가 많이 배출되었습니다. 잠시 생각나는 영화만 해도 대부(1972), 원스 어폰 어 아메리카(1985), 언터처블 (1987) 같은 주옥같은 영화들이 여럿 있네요. 이 책 또한 좋은 책입니다. 그냥 '좋은 책입니다.'로는 부족할지도 모르겠네요.

'곱씹을수록 감칠맛이 느껴지는 소 곱창'같이 좋은 소설입니다.

장점을 몇 가지 꼽아 보았는데요. 천둥벌거숭이 같은 미숙한 청년에서 주도 면밀한 뒷골목의 황제로 변화하는 주인공의 성장을 성공적으로 담아냈고 (매끄러운 기승전결), 끊임없이 많은 이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기를 재치있게 극복해 응원하게 만드는 주인공(공감 형성 용이), 주인공을 가로막는 악역을 지속적으로 등장시켜 극에 몰입을 높입니다. (지속적인 긴장감 조성) 아련한 슬픔을 자아내는 반전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반전)

중, 고등학생 시절 밤을 새워가며 읽었던 완성도 높은 무협지처럼 깊숙이 빠져들게 만들더군요. 짧은 분량의 장편 안에 자신의 스타일과 가독성과 메시지까지 잘 구겨 넣었습니다. 단점이라면 분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십 대 후반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겪게 되는 주인공의 역경은 600 쪽의 분량에 넣기에는 턱없이 짧다고 여겨지더군요. 물론 이건 제가 이 책에 완전히 몰입했기 때문에, 주인공을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마치 짝사랑하는 여학생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몇 장이 없어서 아쉬워하는 중학생처럼 말이죠. 저는 이 책을 완독 후 커 클린 가문 시리즈를 모두 구입 완료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oji82/221698900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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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늑대 스토리콜렉터 16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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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늑대 (북로드, 2013년) ‘타우누스’ 시리즈

제 Boser Wolf (2012년)



넬레 노이하우스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을 포함한 타우누스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그 뒤로 발간되는 책들이 전작의 흥행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특유의 스타일에 기반한 시리즈물로 꾸준한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소설인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을 완독 후 독특한 화법에 푹 빠져, '밀레니엄'에 준한다는 평가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수직적인 발전 없이 점차 평이해지고 개성 없는 스토리로 손에서 멀어졌었고요. '사악한 늑대'는 오랜만에 읽게 된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로 아래는 발간 순서입니다.

사랑받지 못한 여자 Eine unbeliebte Frau (2006)

너무 친한 친구들 Mordsfreunde (2007)

깊은 상처 Tiefe Wunden (2009)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Schneewittchen muss sterben (2010)

바람을 뿌리는 자 Wer Wind sät (2011)

사악한 늑대 Böser Wolf (2012)

산 자와 죽은 자 Die Lebenden und die Toten (2014)

여우가 잠든 숲 Im Wald (2017)

잔혹한 어머니의 날 Muttertag (2018)

세어보면 국내 발간된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 중 80% 이상을 읽었더군요. 하지만 왜 지난 소설에 대한 감상이 이토록 뜨문뜨문 존재하였는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인물이 비슷한 비중으로 등장하는데다가, 정점으로 향하는 큰 줄기에도 개연성 없는 사생활을 끌어들여 흐름을 형성하는 특유의 진행 방식의 한계는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읽고 난 후에 어떤 특정한 장면이나 감상을 떠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모든 단서며 사생활이 똑떨어지는 타임 킬러, 페이지 터너로서의 스릴러 소설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장르소설을 뛰어넘는 현실 기반의 웰메이드 순문학 소설에 이르기를 원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면 금발머리 여성도 죽이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금발머리 여성의 죽음 그리고 그걸 풀어가는 형사의 이야기에 이토록 아무 관계없는 소소한 일상을 섞어놓다니요.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게 아마추어 장르소설 같았습니다. 뛰어난 장르소설이란 무릇 자신의 매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자극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타우누스 시리즈 어디에서 그런 노력이 있었나 싶습니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시리즈를 진행할수록 증가되는 몰개성이나 몰재미는 제 개인적인 의견보다는 보편적 의견이라고 느끼는 편입니다. 비단 타블로거들의 리뷰뿐만 아니라, 이 책은 누군가의 소중한 소장작이라기보다는 어디서든 흔하게 꽂혀 있는 모습으로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방문한 카페나 우연히 방문한 도서장터 등 열린 책장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할까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인생에서 소중한 책을 그렇게 보관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마치 혜성처럼, 불꽃같이 타오르던 반짝이는 재능이 점차 멀어져 가는 이 시리즈의 예상 가능한 심폐 소생법은 오직 영화화뿐입니다.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이 영화로 개봉하면 작가가 자신의 장단점을 깨닫게 되고 초심으로 돌아가 뛰어난 후속작을 발표한다. 뭐 그런 시나리오? 하지만 TV 영화로 발표되어 10점 만점에 5.4 을 기록한 걸 보면, 오히려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네요.


https://blog.naver.com/haoji82/221703383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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