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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아몬드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는 데다가,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좋다는 사람도 많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티브이를 이러 저리 돌리던 중에, 종합편성채널에서 얼마 전부터 시작한 '수요일은 음악프로'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잊었던 명곡, 숨은 명곡, 몰랐던 신곡들을 찾는 프로그램'이라는 설정으로 첫 방송의 주제는 싸이월드 BGM이었습니다. 여러 패널들에게 돌아간 질문 중 '싸이월드에 왜 BGM 을 까는가'라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가장 공감 가는 패널의 답변은 '이 곡은 나만 아는 곡이야. 너넨 이런 거 모르지라는 심리'라는 대답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이 책에 딱 어울리는 말인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은 보편적인 의미에서 좋은 소설입니다. 표지도 나이스하고, 문장이나 캐릭터 대화 간의 성긴 간격으로 가독성이 높습니다. 문장 사이에는 여운을 주는 여백을 밀어 넣어 독자의 개입 여지도 높습니다. 즉 인스타그램이건 페이스북이건 누구나 이 책에 대해 한마디씩 남기기 쉬운 책입니다. '감정표현불능증 (alexithymia)', 대량살인으로 인한 피해자 등 강렬한 소재와, 의사이기를 포기한 빵집 주인, 선명한 선의나 악의를 가진 주변 인물 등 개성이 삐죽삐죽 솟아있는 인물 군이 대규모로 섞여 있는 이종 집합체 같은 소설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재주 넘치게 여러 요소들은 섞어 이질감 없이 술술 읽히게 만들었더군요.
(개인의 의견임을 밝힘) 그렇지만 저는 이 책에 부정적인 편입니다.
솔직히 작은 메시지를 담기 위해 지나치게 끔찍한 상상력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작고 어린 쥐를 보여주기 위한 세운 거대한 동물원 같은 느낌이랄까. 이 책은 청소년 소설로 많은 소년, 소녀들이 읽을 텐데, 이 책을 읽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아가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나 질문이 있었는가? 가독성이나 파격을 위한 쉬운 선택을 한 것은 아닌가? 이토록 끔찍한 것을 이끌어내 던지는 질문의 크기로 이 소설의 메시지가 적당한가? 여러 질문에 대체로 부정적인 대답을 하게 되더군요.
뭐, 증쇄 후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태그를 뗀 걸 보면 작가도 출판사도 이 소설이 성인들의 인싸템으로 더 가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같더군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인싸템으로 많은 분들이 읽고 앞으로 한국 소설을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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