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이단자들 - 서양근대철학의 경이롭고 위험한 탄생
스티븐 내들러 지음, 벤 내들러 그림, 이혁주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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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양의 17세기 근대철학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방대한 근대철학사를 186페이지짜리 만화로 정리했다는 게 놀랍다.



종교를 뛰어넘은 <이단자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제목이 <철학의 이단자들>이었는지가 이해가 갔다. 17세기 등장한 근대철학은 중세까지 엄정하게 유지되던 당시의 기독교적 세계관에 반하면서 등장한 이론이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여생 동안 가택연금 처분을 받고 저서들이 금서가 된 사건이 있다.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하는 몇몇의 철학자들은 이단으로 선언되었고, 등장하는 모든 철학자들이 바티칸 금서 목록에 오른 저작을 갖고 있다. 철학사의 가장 빛나는 17세기의 시작은 이처럼 밝지만은 않았다.



17세기의 철학자들

이 책에는 18명의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개중에는 앤 콘웨이나 엘리자베스 보헤미아(팔라틴 공주)처럼 여성도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 중에서 단연 눈에 띈 사람은 데카르트였다. 실제 데카르트의 철학은 17세기 내내 파리나 다른 도시의 살롱과 지성계에서 대유행을 했다고 한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귀납적 추론'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이야기한 철학자가 바로 데카르트이다.

많은 철학자들이 나오고 이론에 대해 충실하게 설명하지만 역시 철학이론보다는 에피소드에 더 눈길이 가고 기억에 남는다.

라이프니츠와 로크는 오랜기간 본유관념에 대해 서로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그런데 로크의 이론에 대한 비평을 준비하던 차, 로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라이프니츠는 책을 출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더 이상 방어할 수 없는 사람을 비판할 수 없기 때문에.

아르노와 말브랑슈의 논쟁을 다룬 삽화가 넘 웃겨서 기억에 남았다. 10년 동안 악에 관한 부분의 견해차이로 싸웠다고 한다.

철학, 읽어볼만 하구나.

이 책이 내게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철학이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읽을만 하구나라고 태도에 변화를 가져온 거였다.

17세기 철학자들은 절대적인 신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이성 중심의 사고관을 확립하는데 기여했다. 신이 모든 걸 행한다고 믿었던 사고관이 인간에게 넘어오는 건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었을 것이다.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로크와 라이프니츠, 갈릴레오와 뉴턴의 세기였던 17세기. 내게 17세기는 이제 좀 특별한 시기로 기억될 것 같다.
철학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 하지만 철학을 알고는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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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을 지워 드립니다 - 기시미 이치로의 방구석 1열 인생 상담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이환미 옮김 / 부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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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은 없다.

제목부터 매력적이다.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라니! 누구나 인생에서 없어졌으면 하는 기억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는 철학자다. 그 철학자가 한국인들을 위해서 저술한 인생상담서다. 상담의 방식은 독특하다. 총 5부로 주제를 나누고, 총 19편의 한국영화의 주인공들이 철학자와 대담을 나누는 방식이다. 유명한 영화들이 포진해 있어서 대화내용을 공감하기 쉬웠다.

책 제목처럼 이 책이 '나쁜 기억'을 지워주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삶은 어차피 고통이며, 다만 이 고통스러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는 지울 수 없는 것이지만, 과거에 대한 의미부여가 달라진다면 과거는 바뀌는 것이며, 또는 지금의 나 자신이 바뀌는 것이 과거를 바꾸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결국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가 '나쁜 기억'을 만드는 것이다.

'엄마'라는 자리에 대한 고민

이 책은 연인과 부부/ 가족과 부모/ 나와 인생 / 세상에 대해 / 사회 속 인간관계 등 총 5개의 주제로 영화를 다룬다. 그대로 쭉 읽어도 좋았지만, 내게 필요한 상담 주제를 골라 읽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많이 되고, 와 닿았던 부분은 '가족과 부모' 였다. 이 부분에서 다루고 있는 영화는 똥파리, 수상한 그녀, 마더로 총 3편이다. 이 중 '마더'가 가장 인상이 깊었다.

'마더'에는 품 안의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4살이면 그래도 많이 큰 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내가 아이를 키워보니 4살은 커녕 초등학교 학생들도 다 아기였다. 도무지 품에서 떼어놓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러다 사춘기가 와서 부모에게 독립하기를 원할 때, 나는 이 미션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의문에 깔린, 가장 문제적인 부분을 철학자는 '도준이 엄마'를 통해 보여준다. 그건 아이와 나를 동일시하는 태도였다.

"자신이 누구의 아이라고 생각하나요?”라고 질문을 받은 한 아이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부모님의 아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을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 아이는 분명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그렇다고 '부모의' 아이는 아니다. 이처럼 부모나 자식이나 서로 일심동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많다.
p.135

이 영화의 엄마는 누구에게든 '어머니'나 '도준이 엄마'라고 불린다. 아이가 부모의 아이가 아닌 것처럼 부모는 아이의 '부모가 아니다.

나는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에게 부모가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고 늘 말하곤 한다. 아이는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그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부모를 행복하게 한다.p.138


행복한 엄마가 되려면?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내 이름을 잃어버렸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건 극단적으로 말하면 친정엄마와 택배아저씨 그리고 병원에 갔을 때 나를 부르는 간호사님 뿐이다. 아이로 인해 맺어진 인연들이 늘어나면서 "~엄마"로 소개하고, 소개받는 일이 익숙해졌다. 그러면서 내 자아정체성도 '엄마'에 맞춰지는 것 같다.

엄마라는 정체성이 자랑스럽고,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온전히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든지 과함은 좋은 게 아니다. 아이에게 사랑을 쏟아야 할 때는 아낌없이, 언제든 둥지를 벗어나 날아오를 때는 '엄마'가 아닌 '나'를 소개할 수 있도록 나만의 일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를 오롯이 믿어주는 태도도 중요한 것 같다.



부모가 아이를 대신해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은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때 부모는 애초부터 자식을 신뢰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p.136

행복한 엄마가 되는 길은 '아이'를 믿어주는 것 그리고 '엄마'가 아닌 '나만의 행복'을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아울러 행복하게 사는 아이를 행복하게 지켜볼 수 있는 엄마로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


나만의 작은 방구석 상담소

살면서 수많은 고민과 의문을 만난다. 수없이 흔들리고, 상처받고, 길을 모를 때는 이 책을 펼쳐보면 좋을 것 같다. 영화 주인공과 나누는 철학자의 대화 속에서 내 고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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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웃음의 나라 -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정병호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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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남한 사이에 있는 나라, 툭하면 미사일을 쏘아대면서 지원을 요구하고, 인권유린이 일상화된 나라.' 이게 내가 가진 북한의 이미지였다. 초등학생 때 김일성이 죽었을 때, 얼마 안 가서 무너지리라 생각했지만 아득바득 이끌고 와서 벌써 손자 김정은이 집권하는 불가사의한 나라이기도 했다. 통일을 해야 한다고 묻는다면 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쪽이었다. 이미 분단된 세월이 너무 길고, 양쪽의 경제적 격차는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그 갈라진 세월만큼 갈등이 빚어질 것이고, 아울러 경제적 격차를 감당하기 위한 남한의 경제적 부담도 엄청나게 늘어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는가? 이 책은 북한하고 우리하고 통일해야 한다고 우기는 책이 아니다. 북한이라고 하면 역사에서 38선 긋던 시기에서 멈춰있는 지식을 한단계 뛰어넘어서 핵을 개발하는 이면에 꽃제비가 국경을 넘나드는 북한의 실상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북한은 단연코 가난하다. 한 때 경제적으로 우리를 앞선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가난하며, 그 가난을 티내지 않으려 애쓰는 나라일 뿐이다.

기근 상황이 장기화되자 북한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들로 산으로 다니며 먹을 만한 것을 구했다...중략...이러한 민간 차원의 실험적 생존전략은 상당한 위험과 부작용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구토·설사와 기생충 감염은 그중 흔한 문제였다. 영양실조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이런 사소한 증상조차 치명적인 질병이 되어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중략...자신감을 가지고 북쪽 대표들에게 구충제 공급계획을 설명했다. 바로 단호하게 안 받겠다고 했다...중략...비공식적인 자리에서 거듭 설명하고 진의를 파악해보니, 국가 체면을 손상시킬 수 있는 물품을 받으면 문책당할 수 있다고 한다. 기가 막혔다...중략...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제안 방법을 궁리해보았다. "영양증진제!" 1년에 한알 복용하면 12~15퍼센트의 영양증진 효과가 있는 새로운 약이라고 소개하기로 하고 샘플포장을 다시했다...중략..."이런 약은 받을 수 있지요!" 다음 해에 만난 북쪽 대표들은 활짝 웃으며 반색을 했다. p.242~243

기근과 가난, 그리고 인권유린의 문제들은 사실 뉴스나 인터넷을 통해 익히 보고, 들었던 내용이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된 것이 해외로의 고아 파견과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북한의 지원이었다. 지금 상황이 어찌되었던, 왜 일본에 조선인 학교가 있고, 그들이 북한 국적을 포기하지 못하는 지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었다. 우리나라가 이런 지원을 먼저 했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든다.

김일성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편으로 고아들을 보내면서 조선의 교사들과 학교체계도 함께 보냈다. 루마니아 교사들에게 현지 언어와 교육내용을 배우면서도 조선의 역사와 언어를 잊지 않도록 교육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정기적으로 격려선물을 전달하는 장학사절단을 보내서 조국을 그리게 했다. 전쟁이 끝나면 조국으로 돌아올 사람들을 키우는 일시적 피난지 학교로서 기능하게 한 것이다. 그 모든 교육과정을 통해서 조국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아버지로서의 김일성이란 존재를 느끼고 그리워하게 했다. p.110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남한은 '고아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피붙이를 중시하는 문화, 육아의 대부분을 부모가 떠맡는 구조이기 때문에 입양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똑같은 전쟁을 겪었던 당사자이면서도 북한은 선전과 외교, 그리고 체제 유지를 위해 남한보다 더 섬세하게 살폈던 것 같다.

일본 내에 최초로 대규모 민족교육체계가 만들어진 것은 해방직후였다....중략...이는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강제된 일본어 사용과 창씨 개명 등 문화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했고, 당시 일본으로 끌려온 대다수 동포들에게는 조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로서의 민족교육이기도 했다. 그러나 조국의 분단과 정세 불안정으로 바로 귀국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의무교육체계로 들어가라는 미국 점령국의 일방적 명령에 저항하다가 대부분의 민족교육현장이 폐쇄되는 위기를 겪었다....중략...이 곤란한 시기에 북한에서 김일성의 이름으로 보내온 '교육원조비와 장학금'은 민족학교를 재건하려던 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에 생명수 같은 것이었다. 1957년 4월 신학기에 맞춰서 당시의 금액으로 1억 2천만 엔이란 거액의 지원금이 도착해서 여러지역의 조선학교 건립자금이 되었다. 당시 전후 복구사업이 한창이어서 여유가 없는 와중에도 북한이 막대한 교육원조비를 보냈다는 사실에 재일동포들은 감동해서, '조국'이 자신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경험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조선학교에서는 그때의 감동을 표현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p.117

1억 2천만 엔이면 지금도 꽤 큰 금액이다. 북한이 왜 무리를 해서 저 금액을 보냈던 걸까? 북한은 여전히 이 재일 조선인들에게 꽤 섬세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대기근으로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도 묘향산에 방문한 재일조선인 학생들에게 헬기로 선물을 보냈다고 하니 말이다. 이는 여전히 '백두혈통'에 의존하는 '극장국가' 북한으로서는 당연한 결과일 지도 모른다. 내부의 실속보다는 외부의 화려함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옛날옛적 단군신화 같은 백두혈통 스토리는 나로서는 어처구니가 없고, 웃음이 나는 이야기이지만, 아마도 북한에서는 신성시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 신성한 존재, 백두혈통이 다스리는 나라, 북한은 행복해야 하고, 잘 살아야 하고, 멋져야 하기 때문에. 가난하면서도 가난을 티내지 않고, 오히려 목에 더 힘을 주게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북한'이라는 나라의 실체에 한발짝 더 가까워졌다. '기근이 들었고, 경제적으로 자본주의의 유입이 시작되었으니 언젠가는 무너지겠지.'라는 생각은 나만의 순진한 생각임을 알게 되었다. 북한은 아마도, 김정은이 갑자기 급사를 하거나 암살을 당하지 않는 한, 그대로 체제가 유지되어 갈 것 같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저들이 누구인가'이다.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외부의 '신용도'를 높이는 국가여야 우리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기에 우리는 '북한'에 대해 더 알 필요가 있다.

2005년 가을, 중국정부는 판유리를 생산하는 '대안친선유리공장'을 지어서 북한에 기증했다...중략...나는 남한 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방풍이 잘되고 난방에도 도움이 되는 경제적인 창호를 우선 탁아소, 유치원, 학교에 공급할 길은 없는 지 상의하곤 했다. 머지않아 각 가정단위까지 공급할 수 있는 엄청난 수요를 감지한 한 기업이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때부터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이제는 지나간 옛이야기가 되었다.

p.331

이 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 책에는 많다. 문화인류학자가 본 북한은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온 마음을 다해 수령님을 모시는 광신도들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북한에도 'sky캐슬' 식 사교육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어딜가나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구나 싶어 웃음이 났다. 배고픔에 못 이겨 탈북하고, 탈북자 중 여성들은 탈북한 족족 인신매매를 당한다는 이야기는 참 서글펐다. 공안에 들켜서 북한에 강제북송되었을 때 중국인의 아이를 임신했을 경우 강제로 낙태를 당한다고 했다.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이미 아이를 낳았거나, 아이가 생겼겨나 해서 갈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평양을 제외한 외곽지역은 지원이 끊긴 지 오래이고, 그래서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먹을 입을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큰 아이들은 나가서 자신들이 스스로 밥벌이를 한다고 했다. 이 아이들의 영양실조 실태를 다룬 이야기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국경접경지역 근처 지역, 평양에서 지원이 끊긴 지역에서 사는 아이들은 극심한 요오드 결핍에 시달린다고 했다. 요오드를 비롯한 필수미량 영양소의 결핍은 두뇌발달과 신체발달을 저해한다. 실제 2002년도부터 이 문제가 논의되었으나 정치적인 문제로 지원이 불가하게 되었다. 10년 후, 2012년에 탈북해서 하나원에 오는 아이들 중에 심각한 인지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평화'와 '공존'의 의미에 대해 다시 곱씹게 되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휴전상태인 나라이고, 서로 언제든지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이 점을 불안요소로 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혹은 북한이 보기에 좀 아니어서 이랬다저랬다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평화로운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북한과 접촉면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접촉면을 넓히고 북한이 세계시민으로 자리를 잡도록 도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적인 지원은 자존심 때문에 그들이 받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설비를 지원해줘봤자 돌릴 능력, 유지능력이 되지 않으니 무용지물이다. 그럼 답이 뭔가? 북한의 개방을 유도해야 한다. 개방을 유도해서 그들이 핵을 포기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스스로 우리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할 것 같다.

아울러 우리의 문제점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평화로운 부강한 나라'가 된다는 것은 국민들이 스스로 이 나라에 대해 만족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경쟁은 당연시되었고, '돈'을 최고로 아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보다는 '나'에 관심을 기울이고,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되었다.

북한과 남한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가 하루빨리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북한과 남한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횟수가 늘어나고,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 그만큼 우리 사이에 벌어진 간극들을 스스로 좁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깝지만 너무나 먼 나라 북한과 남한이 아닌, 서로를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의 다음 세대가 평화로운 한반도, 더 부강한 나라에서 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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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노션 NOTION - 일잘러들의 생산성 향상비법
피터 킴.이석현 지음 / 애드앤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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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션은 Evernote, Googlekeep, Trello, Workflowy 등 웬만한 노트앱이 가진 기능을 완벽하게 하나로 통합시킨 노트앱의 최강자입니다.

p.14

노션은 노트앱이다. 난 그 동안 일정관리는 따로 노트에 불렛저널로 정리해왔고, 자료들은 네이버 블로그에 모아놓는 방법으로 정리해왔다. 그런데 노트는 분실 위험이 있고, 블로그는 내가 모아놓은 정보를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정리하기가 힘들었다.
아이 육아 정보와 자료, 내가 참여하는 모임 일정, 해야할 일 등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정리시스템'이 정말 필요했는데, 이에 딱 맞는 게 노션이었다.
노션의 단점은 언어다. 물론 번역기를 돌리면 대충은 알아볼 수 있지만, 내가 모르는 기능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하기에는 참 바쁘고 어렵다. 그런 내게 딱 맞는 안내서가 출간되었다. <한 권으로 끝내는 노션>이다.

따라가면 되는 친절한 안내서

이 책은 타겟은 초보자이다. 노션을 처음 써 보는 사람이 대상이다. 책은 총 4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은 노션 무엇인지 알려주고, Part 2는 노션의 기본 기능을 알려준다. Part 3는 실전 예제가, Part 4는 이 기본 기능 외의 유용한 기능들을 알려준다.
주의할 점은 나처럼 꼭 알려주는 대로 안 따라가고 이것저것 먼저 눌러보는 사람! 편하게 가려면 적어도 Part2는 그냥 따라가는 방법을 추천한다.
먼저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켜고 노션을 다운받는다. 모바일도 제공되지만 로딩이 느려서 컴퓨터를 권장하는 편이다.
이 책은 사진이 많아서 설명을 보고 내가 한 게 맞나? 하는 의문이 안들어서 좋다. 이런 식으로 글자 입력부터 일정관리에 좋은 캘린더나 To-do 리스트까지 어떻게 만드는 지 과정마다 사진을 많이 넣어서 초보자들이 배우기 쉽게 해 놓았다.


실생활에 자주 쓰이는 실전예제

Part2에서 기본 기능을 다 배웠으면 이제 실전에 도전해 볼 차례! 이 책의 실전예제 목록은 총 다섯가지다. 포트폴리오 홈페이지, 독서습관, 다이어트 다이어리 포토갤러리, To-do 리스트이다.
나는 이 중 독서습관과 To-do 리스트가 매우 유용했다. 따라가기만 하면 5분 내로 뚝딱! 만들어진다. 정말 신기했다.

삶의 생산성을 높이는 노션

노션 책을 보며 며칠 동안 이것저것 만들어 봤다. 만드는 게 쉽고, 예쁘게 꾸밀 수도 있으며, 기본으로 제공되는 툴도 많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고, 그 와중에 나 혼자만의 일정과 자료들을 모아놓을 수도 있다. 심지어 오픈해 놓으면 구글에서 검색도 되고, 기존 앱에서 사용하던 자료들도 손쉽게 가져올 수 있다!
회사의 '일잘러'가 되고픈 사람들은 물론이고, 각종 모임을 이끌어가기에도 좋은 앱이었다. 개인 일정 관리나 자료 관리는 기본이다.
아직 노션을 모르는 분이 이 리뷰를 읽는다면, 꼭 한 번쯤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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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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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표지부터가 눈길을 끄는 책이었다. 달 그림 속에 있는 천진난만한 소녀가 태블릿에 뭔가 쓰는 둣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왜 달을 표지로 했는 지 궁금했는 데 책을 읽어가면서 의문이 풀어졌다.

오로르, 어둠을 몰아내다

오로르는 11살. 파리에서 11분 걸리는 퐁트네에서 '거대한 냉장고'같은 아파트에 엄마와 언니와 함께 산다. 아빠와 엄마는 헤어졌고, 오로르는 아빠와 엄마 집에서 번갈아 머물곤 한다.
우리나라라면 이혼이라는 게 개인이나 가정에 큰 충격인데 11살 오로르가 부모의 이혼을 생각보다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놀라웠다. 서양과 동양의 차이인가 싶었는데 뒤에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을 보니 작가의 의도였던 것 같다.

오로르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슬픔을 갖고 있지만, 오로르는 전혀 슬퍼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세상에서 탈출할 필요는 있었다. 모두가 서로를 다정하게 대하는 곳, 부모가 아직 함께인 곳, 현실에서 오로르가 남몰래 몹시 바라는 한 가지 친구'도 있는 곳으로.p.239

주변 사람들의 슬픔을 보는 오로르

작중에서 아빠가 오로르에게 말하는 부분에서도 나오지만, 오로르는 어둠을 물리치는 여신이고 실제 프랑스어로 새벽 또는 여명을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이 작품에서 말을 못하는 이 오로르는 말 그대로 사람들 마음에서 어둠을 몰아내준다. 그리고 자신의 어둠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낸 참깨세상에서 단 한 명인 친구와 놀며 몰아낸다.
앞서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에서도 말했듯이 오로르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슬프다.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했지만 아직 완전히 마음 정리가 된 것은 아니다. (여기서도 이혼한 엄마가 언니와 오로르를 맡는 걸 보고 신기했다. 프랑스도 똑같구나!) 언니는 파리의 친구들을 그리워하고, 새로 전학한 학교에서 잔혹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언니 친구 루시는 수학 천재지만 마음의 병이 있는 엄마에게 뚱뚱한 몸매 때문에 늘 혼나고, 그녀 역시 잔혹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이 책에서 오로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비밀을 아는 사람은 조지안느 선생님뿐이다. 이 책에서 활약상이 크지는 않지만 오로르에게 다른 사람에게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는 그림자같은 조력자다.
조지안느 선생님의 말들은 오로르 어록만큼이나 보물같다. 주변 사람들의 슬픔때문에 고민하는 오로르에게 한 말이 참 인상깊었다.

다른 사람의 행복은 너의 책임이 아니야....중략
인생을 달리 보는 건 스스로가 해야 하는 일이야.
p.61~62

루시 언니의 실종 그리고 오로르의 모험

우리나라로 치면 에버랜드의 귀신의 집 같은 괴물나라로 엄마와 언니, 언니 친구 루시와 함께 놀러간 오로르. 그곳에서 잔혹이들을 만나고, 루시언니가 괴롭힘을 피해 도망치다 실종된다.
루시 언니를 찾는 과정에서 오로르는 마음을 읽는 자신의 능력과 참께나라의 친구 그리고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마침내 언니를 찾아낸다. 이 과정이 꽤 흥미진진하지만 스포일러가 되면 안되니까 이 정도만.
루시언니를 찾아낸 공로(?)로 오로르는 일반학교에 입학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루시 언니 수색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알게된 형사님께 비밀 의뢰도 받게 된다. 조지안느 선생님이 궁금해 하지만 오로르는 웃으면서 말한다. "재밌는 모험"이라고.

삶을 긍정하는 자세가 불러오는 기적

주인공 오로르는 말을 못한다. 어찌보면 현대사회에서 가장 큰 핸디캡이지만 주눅들기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후기를 보면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 소설을 구상하면서 자폐아를 모델로 했지만 사람들이 자폐아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기 싫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폐아 스펙트럼에 들어가 있어서 지적인 삶은 살아갈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선고를 받았던 아들이 런던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공연 사진가로 활동중임을 고백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로르의 천진난만함과 긍정적인 에너지에 반했지만 후기를 보며 그 감동은 배가 되었다. 이 판타지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기적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을 긍정하는 힘을 주는 오로르의 어록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친다.


오브가 말했다. “나는 힘든 세상에서 절대 못 살아. 거기는 잿빛일 때가 너무 많아.”
내가 말했다. “그렇지만 잿빛인 데에는 좋은 점도 있어. 잿빛인 날이 많기 때문에 푸르른 날을 더 아름답게 느낄 수 있어. 밝고 행복한 날만 계속될 수는 없어. 잿빛도 삶의 일부야.”
“그래서 오로르는 참깨 세상에 오는 걸 좋아하지! 잿빛은 없으니까!”
"그래, 맞아. 그렇지만 힘든 세상에는 잿빛이 있어서, 사람들한테 문제가 있어서, 내가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어!"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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