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서양의 17세기 근대철학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방대한 근대철학사를 186페이지짜리 만화로 정리했다는 게 놀랍다. 종교를 뛰어넘은 <이단자들>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제목이 <철학의 이단자들>이었는지가 이해가 갔다. 17세기 등장한 근대철학은 중세까지 엄정하게 유지되던 당시의 기독교적 세계관에 반하면서 등장한 이론이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여생 동안 가택연금 처분을 받고 저서들이 금서가 된 사건이 있다.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하는 몇몇의 철학자들은 이단으로 선언되었고, 등장하는 모든 철학자들이 바티칸 금서 목록에 오른 저작을 갖고 있다. 철학사의 가장 빛나는 17세기의 시작은 이처럼 밝지만은 않았다.17세기의 철학자들이 책에는 18명의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개중에는 앤 콘웨이나 엘리자베스 보헤미아(팔라틴 공주)처럼 여성도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 중에서 단연 눈에 띈 사람은 데카르트였다. 실제 데카르트의 철학은 17세기 내내 파리나 다른 도시의 살롱과 지성계에서 대유행을 했다고 한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귀납적 추론'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이야기한 철학자가 바로 데카르트이다. 많은 철학자들이 나오고 이론에 대해 충실하게 설명하지만 역시 철학이론보다는 에피소드에 더 눈길이 가고 기억에 남는다. 라이프니츠와 로크는 오랜기간 본유관념에 대해 서로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그런데 로크의 이론에 대한 비평을 준비하던 차, 로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라이프니츠는 책을 출간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더 이상 방어할 수 없는 사람을 비판할 수 없기 때문에.아르노와 말브랑슈의 논쟁을 다룬 삽화가 넘 웃겨서 기억에 남았다. 10년 동안 악에 관한 부분의 견해차이로 싸웠다고 한다.철학, 읽어볼만 하구나.이 책이 내게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철학이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읽을만 하구나라고 태도에 변화를 가져온 거였다.17세기 철학자들은 절대적인 신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이성 중심의 사고관을 확립하는데 기여했다. 신이 모든 걸 행한다고 믿었던 사고관이 인간에게 넘어오는 건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었을 것이다.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로크와 라이프니츠, 갈릴레오와 뉴턴의 세기였던 17세기. 내게 17세기는 이제 좀 특별한 시기로 기억될 것 같다. 철학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 하지만 철학을 알고는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