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ㅣ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파란색 표지부터가 눈길을 끄는 책이었다. 달 그림 속에 있는 천진난만한 소녀가 태블릿에 뭔가 쓰는 둣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왜 달을 표지로 했는 지 궁금했는 데 책을 읽어가면서 의문이 풀어졌다.
오로르, 어둠을 몰아내다
오로르는 11살. 파리에서 11분 걸리는 퐁트네에서 '거대한 냉장고'같은 아파트에 엄마와 언니와 함께 산다. 아빠와 엄마는 헤어졌고, 오로르는 아빠와 엄마 집에서 번갈아 머물곤 한다.
우리나라라면 이혼이라는 게 개인이나 가정에 큰 충격인데 11살 오로르가 부모의 이혼을 생각보다 가볍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놀라웠다. 서양과 동양의 차이인가 싶었는데 뒤에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을 보니 작가의 의도였던 것 같다.
오로르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슬픔을 갖고 있지만, 오로르는 전혀 슬퍼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세상에서 탈출할 필요는 있었다. 모두가 서로를 다정하게 대하는 곳, 부모가 아직 함께인 곳, 현실에서 오로르가 남몰래 몹시 바라는 한 가지 친구'도 있는 곳으로.p.239
주변 사람들의 슬픔을 보는 오로르
작중에서 아빠가 오로르에게 말하는 부분에서도 나오지만, 오로르는 어둠을 물리치는 여신이고 실제 프랑스어로 새벽 또는 여명을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이 작품에서 말을 못하는 이 오로르는 말 그대로 사람들 마음에서 어둠을 몰아내준다. 그리고 자신의 어둠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낸 참깨세상에서 단 한 명인 친구와 놀며 몰아낸다.
앞서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에서도 말했듯이 오로르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슬프다.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했지만 아직 완전히 마음 정리가 된 것은 아니다. (여기서도 이혼한 엄마가 언니와 오로르를 맡는 걸 보고 신기했다. 프랑스도 똑같구나!) 언니는 파리의 친구들을 그리워하고, 새로 전학한 학교에서 잔혹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언니 친구 루시는 수학 천재지만 마음의 병이 있는 엄마에게 뚱뚱한 몸매 때문에 늘 혼나고, 그녀 역시 잔혹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이 책에서 오로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비밀을 아는 사람은 조지안느 선생님뿐이다. 이 책에서 활약상이 크지는 않지만 오로르에게 다른 사람에게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는 그림자같은 조력자다.
조지안느 선생님의 말들은 오로르 어록만큼이나 보물같다. 주변 사람들의 슬픔때문에 고민하는 오로르에게 한 말이 참 인상깊었다.
다른 사람의 행복은 너의 책임이 아니야....중략
인생을 달리 보는 건 스스로가 해야 하는 일이야.
p.61~62
루시 언니의 실종 그리고 오로르의 모험
우리나라로 치면 에버랜드의 귀신의 집 같은 괴물나라로 엄마와 언니, 언니 친구 루시와 함께 놀러간 오로르. 그곳에서 잔혹이들을 만나고, 루시언니가 괴롭힘을 피해 도망치다 실종된다.
루시 언니를 찾는 과정에서 오로르는 마음을 읽는 자신의 능력과 참께나라의 친구 그리고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마침내 언니를 찾아낸다. 이 과정이 꽤 흥미진진하지만 스포일러가 되면 안되니까 이 정도만.
루시언니를 찾아낸 공로(?)로 오로르는 일반학교에 입학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루시 언니 수색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알게된 형사님께 비밀 의뢰도 받게 된다. 조지안느 선생님이 궁금해 하지만 오로르는 웃으면서 말한다. "재밌는 모험"이라고.
삶을 긍정하는 자세가 불러오는 기적
주인공 오로르는 말을 못한다. 어찌보면 현대사회에서 가장 큰 핸디캡이지만 주눅들기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후기를 보면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 소설을 구상하면서 자폐아를 모델로 했지만 사람들이 자폐아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기 싫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폐아 스펙트럼에 들어가 있어서 지적인 삶은 살아갈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선고를 받았던 아들이 런던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공연 사진가로 활동중임을 고백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로르의 천진난만함과 긍정적인 에너지에 반했지만 후기를 보며 그 감동은 배가 되었다. 이 판타지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기적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을 긍정하는 힘을 주는 오로르의 어록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친다.
오브가 말했다. “나는 힘든 세상에서 절대 못 살아. 거기는 잿빛일 때가 너무 많아.”
내가 말했다. “그렇지만 잿빛인 데에는 좋은 점도 있어. 잿빛인 날이 많기 때문에 푸르른 날을 더 아름답게 느낄 수 있어. 밝고 행복한 날만 계속될 수는 없어. 잿빛도 삶의 일부야.”
“그래서 오로르는 참깨 세상에 오는 걸 좋아하지! 잿빛은 없으니까!”
"그래, 맞아. 그렇지만 힘든 세상에는 잿빛이 있어서, 사람들한테 문제가 있어서, 내가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어!"
p.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