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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 인생만화에서 끌어올린 직장인 생존철학 35가지
김봉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평점 :
이 책의 판형은 일반 책보다 작다. 출퇴근길에, 화장실에서 잠깐잠깐 짬 내서 읽기 좋은 크기의 판형이다.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라고나 할까. 들기 부담스럽지 않다. 내용도 짧은 데다 작가님의 필력이 좋으셔서 술술 읽혔다. 기운 넘치는 4살 아이를 돌보면서 짬짬이 읽었는데도 이틀 만에 읽었다. 어리바리하던 신입시절이 떠올랐다. 신입시절에 이 책이 있었더라면.
만화에서 건져올린 한 문장을 걸어두고, 작가님의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15년 이상의 직장 생활, 7, 8년의 프리랜서의 내공이 빛나는 조언들은 그야말로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이었다. 직장을 다니건, 프리 랜서건, 일단 '비즈니스'로 시작한 인간관계는 묘하다. 각자 거리를 두면서 적정선을 유지해야만 그 관계가 오래가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갑이면 목에도 힘 좀 줄 수 있지만, 을이면, 병이면, 정이면.... 한없이 숙여지는 내 고개를 마주하고, 내 자존심을 마주하게 된다.
직장인에게 유용한 조언들도 많지만 결국 직장도 삶의 일부인지라, 이 책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중심'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내 중심을 가지고 뚜벅뚜벅 가는 게 삶이니까.
확실한 인과관계는 단 하나뿐이다. 미래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것. 그러니 지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되었고 나는 그 말을 하는 순간보다 미래에 있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이 길로 가면 맞는 것인지 고민하는 일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선택하고 간다면 알게 될 거니까.
p.112 2부 방어력: 1회로 박살라지 않는 멘탈 체력 <새싹에 들어있는 독>
살면서 한 번쯤은 마주하는 질문이 '이게 과연 내 길일까?'라는 의문일 것이다. 저자는 이 의문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길인지, 맞는지는 해봐야 안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다들 아무도 모르는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전진하고 있을 뿐이다.
태풍이 오면 지나갈 때까지 피하는 것이 제일 좋다. 태풍을 즐긴다 해도 나가서 잠깐 비바람을 맞고 기분전환 하는 정도로만 해야 한다. 태풍에 맞서는 것은 어리석다.
가장 상처가 된 일은 아무래도 배신이었을 것이다. 도움을 청했다가, 그 약점 때문에 모든 이에게 공격을 받는 상황이 되었으니까. 그때는 정말 화가 났지만 좋은 경험이 되었다. 결국은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 나의 상황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 컨트롤하거나 책임지게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것.
p.161 3부 결단력 : 인간관계의 어려움, 진로 고민 앞에서 <가장 힘들게 퇴사한 썰>
직장 생활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법한 인간관계에 의한 상처. 배신에 의한 상처 때문에 퇴사한 이야기 중 한 구절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인간관계에서 배신은 가장 큰 상처다. 작가님은 이를 다음과 같이 극복하셨다고 하셔서 인상적이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은 요구하지 않게 되었다. 이전보다는 수월하게 지인들에게 도움도 요청하고, 때로는 요구사항도 말하게 되었다. 누군가가 주는 도움이나 선의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전에는 기브 앤 테이크라고 생각해 받는 것도 꺼려했는데, 지금은 기꺼이 받고, 기꺼이 준다. 주고받는 것은 반드시 1대 1이 아니다. 내가 당신에게 받았어도,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또 주면 된다. 당신과 나 사이에는 불공평할 수도 있겠지만, 세계 전체로 본다면 공평하다. 내가 무엇을 주어도 그가 나에게 되돌려줄 필요는 없다. 그도 줄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때 누군가에게 주면 되는 것이고.
p.162 3부 결단력 : 인간관계의 어려움, 진로 고민 앞에서 <가장 힘들게 퇴사한 썰>
나는 아직 작가님 레벨까지는 아닌 모양이다. 누군가에게 받은 것은 최선을 다해 돌려주려고 애쓴다. 작가님의 이 코멘트를 보면서, 사회생활 내공은 아직 부족하구나 생각했다. 다만, 내가 줄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때, 돌려줄 수 있도록, 나눌 수 있도록 애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늘 어려움을 겪는 부분에 대해 작가님이 아주 확실한 조언을 해주셔서 너무 좋았다. 어떤 상황이든 감정적으로 휩쓸리는 게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실수할 때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조언이 마음에 와닿았다.
사회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면서 화를 거의 내지 않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나에게 너무 조바심을 내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기다리거나 일단 지켜보자는 편으로 변해갔다. 바로 규정하지 않고, 바로 감정을 표시하거나 쌓아두지 않고 관찰하면서 정보를 많이 모으고 그것을 통해서 차차 판단하는 것.
...중략...화를 낸다고 상황이 변하지는 않는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해답을 찾는 것이다. 화를 내면 감정이 앞서기 때문에 제대로 이성적 사고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최대한 감정을 밀어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단 감정을 덜어내고 이성적으로 방법을 찾으려 하면 많은 것이 풀린다는 점이다.
p.123 2부: 1회로 박살나지 않는 멘탈 체력 <묘하게 즐겁다는 생각>
화를 낸다고 상황이 변하는 법은 없다. 내 속이 약간 풀릴 수는 있지만, 후폭풍은 항상 있었다. 항상 기억해야 할 한 마디를 얻었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해결을 해야 문제가 없어지는 거니까. 내가 화를 낸다고 해서 이미 망가진 상황은 돌릴 수가 없는 거다.
가장 인상 깊었던 조언들만 골라서 적었다. 마음에 와닿은 부분은 죄다 포스트잇으로 표시해 놓았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화가 머리끝까지 날 때, 혹은 안 좋은 일들이 폭풍처럼 몰아칠 때, 이 책을 펼쳐봐야겠다. 해결법은 찾지 못하더라도, 인생 선배의 귀한 조언, 혹은 사이다를 마실 수 있을 것 같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