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게 된 건 순전히 표지에 있는 고양이 그림과 제목 때문이었다. 고양이라니! 아들이 고양이 그림이라면 너무 좋아하는 탓에 고양이가 나온 책만 보면 수집하는 병(?)에 걸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들은 이 책을 너무 좋아해서 내가 이 책만 들고 있으면 달라고 떼를 썼다. 표지에 나온 고양이를 보면서 어찌나 좋아하던지.
이 책이 저자는 미리암 프레슬러. 독일 작가라고 한다. 책날개 소개로는 '정확한 묘사와 뛰어난 문학성으로 '제2의 루이제 린저'로 평가받는 작가'이자,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했다. 정확한 묘사와 뛰어난 문학성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야기가 술술 잘 읽혀서 좋았다. 게다가 작가가 고양이의 속성을 완전히 이해하고 쓴 책이라 더 좋았다. 애묘인에게 찰떡궁합인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차례를 꼭 보기 바란다. 차례가 인상적이었다. 차례의 제목만으로도 소위 명언 맛집의 느낌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아무리 아쉬워하더라도 어떤 행복한 시간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때가 되면 다 지나가기 마련이다.', '우연이든 아니든 무엇이 중요한가, 결국 행복해지는 것이 중요하지'처럼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구성된 차례를 보는 건 처음이라 재미있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고양이 키티의 성장소설'이다. 'Y'로 끝나는 키티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가 가족과 헤어져서 엠마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고, 엠마 할머니가 폐렴으로 병원으로 가면서 길고양이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러다 브루노라는 집고양이를 만나 임신을 하게 되고, 마침내 새로운 가정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져서 집고양이가 되어 무사히 아이를 낳는다는 내용이다.
엠마 할머니와 함께 사는 부분이 난 참 좋았다. 어른이 해주는 마음 따뜻한 충고들이 참 보기 좋았던 부분이다. 할머니가 키티에게 글과 말을 가르쳐주고, 사람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령 쥐를 잡아서 그릇에 놓으면 안 된다는 것 따위)를 가르쳐준다.
"누구에게나 실수할 권리가 있지 않나요? 그것도 삶의 지혜 아닌가요?"
나는 할머니를 보며 물었다.
할머니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중략)
"그건 삶의 지혜가 아니라 어리석음이겠지. 실수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으로 실수를 계속하는 것보다야 피하는 것이 어느 모로 보다 훨씬 낫단다.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는 말은 실수에 관한 한 맞지 않아. 게다가 네가 몇 가지 실수를 피한다고 해도 분명 실수할 기회는 충분히 남아 있을걸."
p. 51
엠마 할머니의 말은 맞다. 실수는 적으면 적을 수록 좋다. 엠마 할머니가 병원으로 가신 이후 길고양이 생활을 하며 만난 브루노. 브루노는 고양이가 가진 일곱 개의 목숨 중 큰 사고로 인해 여섯 개의 목숨을 썼고, 이제는 하나 남았다고 이야기한다. 죽음을 앞둔 브루노가 들려준 이야기는 슬프기도 하고, 비장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죽어야 다음 세대들이 살아갈 자리가 생기지. 우리 아이들도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도 살고 싶을 거잖아. 우리가 쥐들을 남겨 두고 가야 다음 세대들이 그 쥐들의 다음 세대를 잡을 수 있지.
p.125
이 책에는 '하멜룬의 피리부는 사나이'나 '노아의 방주'이야기가 고양이 버전으로 각색되어 있다. 그런데 읽다보면 너무 자연스러워서 노아의 방주에 이런 이야기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노아의 아내가 암고양이와 수고양이 한 쌍을 키우고 있었거든. 노아의 아내는 자기 고양이들을 무척 사랑했어. 그래서 고양이들을 데리고 가지 않으면 배에 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 거야.
'대체 고양이가 뭐에 필요하단 말이오?'
노아가 아내에게 말했지.
'우리와 아이들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인데.'
'안 돼요.'
아내가 단호하게 대꾸했어.
'내 고양이들과 함께 가든지 아니면 안 가든지. 알아야 할 게 있어요. 고양이 없이 살 수 있을지는 몰라도 무의미하다고요. 선택하세요. 나와 고양이들을 함께 배에 태우거나 우리 셋을 두고 가거나요.'
'알았어요. 마음대로 해요.'
노아는 하는 수 없이 고양이 둘이 지낼 수 있도록 배 안에 방을 만들었지...중략...노아의 아내가 노아보다 먼저 배에서 내렸는데 양쪽 팔에는 사랑하는 고양이를 하나씩 안고 있었지.
p.148~152
이 책은 읽으면서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힐링 책이다. 당신이 애묘인이라면 책 표지를 보는 순간부터 미소가 지어질 것이고, 책을 읽는 내내 고양이들의 행동들을 아주 선명하게 떠올리면서 영화 보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난 이 책을 네 살 난 아들이 나를 화나게 할 때마다 펼쳐 들었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안정되고, 아들을 웃으며 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그만큼 고양이의 애교와 미소는 강한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에 지친 요즘, 힐링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