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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의 재발견 - 문화와 예술로 읽는 엉덩이의 역사
장 뤽 엔니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엉덩이에 대한 편집증적인 집착을 보여준다.
프랑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엄청난 자료 수집과 엉덩이에 대한 방대한 배경지식을 토대로 엉덩이에 대해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한다. 사실 이 책의 목차에 나오는 키워드 정도는 나도 생각해낼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그것 하나하나에 대해 이처럼 자세하게 조목조목 근거를 내세워 이야기하는 힘은 전적으로 저자의 몫이며 그의 능력이다.
엉덩이에 대한 관심을 직립보행을 시작한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끌어낸 저자는 다양한 문학과 예술사를 섭렵하며 엉덩이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숨겨진 관심을 들춰낸다.
누드나 가슴에 대해 얘기하는 것보다 엉덩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훨씬 더 금기시되는 것 같다. 엉덩이에 대한 얘기는 왠지 은밀하고 비밀스러우며 관음증적인 성향이 짙다. 엉덩이가 성행위, 그것도 정상적이지 않은 성행위나 배설 등 뭔가 입에 담기 힘든 부분과 관련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러한 금기에 대해 이처럼 노골적으로, 그러면서도 매우 지적인 토대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의 문화적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다. 확실히 이 책은 프랑스 냄새가 많이 난다. 프랑스 사람이니까 이런 주제로 이 정도 깊이있는 책을 쓸 수 있었던 것 같고, 프랑스 독자들이 우리들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고 얘기했을 것 같다.
저자 못지 않게 역자에게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이 책을 이 정도로 술술 읽게 만든 것은 잘된 번역의 힘이 크다. 덕분에 매우 짧은 시간에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뭔가 지적인 자극, 그것도 매우 은밀하면서도 재미난 문화적 자극이 필요하다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하지만 소장하기는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 가족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