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
윤대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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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 첫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여자와는 다른 무엇이 있을까? 내 생각에 거기에는 약간의 환상이 있고, 그래서 다소 미화되어 평생 안 보고 사는 것이 나은 이상형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 같다.

윤대녕의 글은 사람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그리 가볍지도 않으면서 세심하고,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게 술술 읽히는 드문 글이다. 그래서 그의 글을 간단히 어떤 스토리라고 요약하기에는 그는 너무 많은 얘기들을 하고 있다.

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다소 우유부단하고 무기력한 지식인, 작가 자신을 본다. 동남아 여행의 어디에서 미란과 비슷한 여인을 만났는지, 어떻게 이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작품 속에서 미란은 무기력과 우울에 빠져있던 주인공에게 삶을 살게 해준 원동력이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더 아름답게 기억되는 법. 주인공 옆에서 불행해지는 또 다른 미란의 모습은 다소 전형적이다.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여자들은 모두 어김없이 불행에 빠지는지 완벽하게 동의하기는 힘들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은 소설적 재미 그 자체만으로도 추천할만하다. 지루한 일상에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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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학 이야기
박경리, 신경림, 이제하 외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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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어든 건 막연한 호기심에서였다. 이렇게 유명한 작가들은 자신들이 하는 문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일반인들하고 다를까, 같을까 등등.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 각각의 답은 달랐지만, 그처럼 답이 다양했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맨 앞에 실린 박경리의 글이 가장 맘에 든다. 너무나 빠르게 앞을 향해 전진 또 전진하는 이 시대를 염려하며, 문학이 부분만 바라보지 않고 인간과 세계 전체를 조망하는 총체성을 회복하기를 바라고, 죽은 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닌, 생명있는 살아있는 꽃을 얘기하기를 바라는 대가의 마음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 책의 주제가 다소 막연한 부분이 있기 때문인지 어떤 글들은 자기 자랑으로 일관되어 있거나, 상황에 대한 불평불만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약간 짜증이 나기도 했다. 가끔씩 느껴지는 작가들의 나르시시즘과 감정의 과잉분출을 내가 참을 수 없어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문학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좀더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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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인큐베이터 한국 3대 문학상 수상소설집 7
박완서 외 지음 / 가람기획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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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이 시대 최고의 소설가와 그들의 신선한 작품에 주어지는 상이다. 박완서의 <꿈꾸는 인큐베이터>를 전체 제목으로 한 이 모음집은 91년부터 93년까지 이 3대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들을 모아놓았다. 한 작품 한 작품이 모두 인상적이었다. 어떤 것은 이미 읽은 것도 있었고, 처음 대하는 작품도 있는데, 각 작품이 소설가의 개성을 좇아 느낌이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되다고 느낀 것은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모습을 생생히 전달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원우의 <방황하는 내국인>은 각기 다르지만 모두 고통스럽고 방황하는 여러 삶의 모습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보여준다. 서로 연관되지 않는 듯한 각 에피스도의 주인공을 통해 작가는 고뇌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조성기의 <우리 시대의 소설가>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작가 자신의 체험담인 듯한, 혹은 그가 가끔 사로잡히는 강박관념인 듯한 오늘날 이 땅에서 소설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애써 답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보였다. 전체 책의 제목인 박완서의 <꿈꾸는 인큐베이터>는 여아 낙태가 보이지는 않지만 일반화될 수 밖에 없는 현실과 그에 대한 분노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모처럼 재밌고 유익한 책을 읽은 기분이다. 다른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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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하여
김남조 / 도서출판 오상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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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서 김남조의 시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읽으면 가슴이 찡해질 때가 있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투적이고 누구나 그 정도는 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시인 특유의 겸손한 여성적 말투는 쉽게 흉내내기 어렵다.

이 시는 그의 초기부터의 여러 시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시도 사람처럼 세월을 따라 조금씩 변하나 보다. 개인적으로 사랑에 관한 그의 시들이 가장 좋긴 하지만, 신 앞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신앙시들도 다시 보니 시 행간에 시인의 치열함이 읽힌다.
좀 유치하긴 하지만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해도 좋을 것 같고, 아니면 하나 사서 가끔 가슴이 퍽퍽할 때 읽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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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2
진중권 / 개마고원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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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그의 등장과 활동은 극우 파시스트들의 요주의 대상이 되었다. 시원시원하고, 날카로운 그의 지적은 그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이해되는 차원이다. 조갑제를 필두로 한 <조선일보>와 <월간조선>, <한국논단> 등의 극우주의자들의 터무니없는 망상적, 소설적 글쓰기를 그저 이것 저것 보여주는 것 뿐인데도, 그들의 글은 모순투성이이며,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선, 득이 되지 않는 것은 악으로 규정한다. 이런 이들이 이승만을 극부로, 박정희를 신의 경지로 표현하는 것에 경악할 지경이다. 누가 정말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이고, 누가 정말 나라를 망치는 자들인지 이제 시민들이 판단해야 한다.

오랜 세월 반공을 국시로 정하여 빨갱이 사냥에 혈안이 되어온 사회 분위기는 단지 좌파적 경향을 지녔다는 것만으로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다. 중세의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는 이런 행태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 진중권의 전투적 글쓰기가 계속되어 부디 상식적인 생각이 통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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