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 / 시공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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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의 책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이 책 속에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의 진실과 처방들이 제시되어 있다. 읽으면서 늘 생각하는 것이 '리프킨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이런 책들을 써낼 수 있을까'이다. 한 분야만 고정해서 써 내는 것이 아니라 현대세계의 다양한 쟁점들에 대해서 놀랄만하게 예리한 분석의 칼을 들이댄다. 리프킨의 책은 책으로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세계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수단으로 기능한다. <노동의 종말>이 나온 뒤 세계적으로 노동시간 단축 문제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던 것이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머리말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소의 수는 12억 8,000마리로 추산된다. 소의 사육면적은 전 세계 토지의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들은 수억 명을 넉넉히 먹여 살릴 만한 양의 곡식을 먹어치우고 있다. 소의 무게를 전부 합치면 지구상의 모든 인간의 무게를 능가한다.

머리말 속에 리프킨이 주장하는 내용의 핵심들이 다 들어있다. 그 주장의 핵심들을 몇 가지로 추려본다.

1.소는 지구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다. 소를 키우는 거대한 산업단지는 미국의 서부와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에 포진하고 있다. 그 곳은 지구의 허파라고 할 수 있는 열대우림이 있는 지역인데, 이곳이 소를 키우기 위한 곡물사료제조를 위해서 불태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아프리카는 급속한 사막화의 길을 걷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으며, 축산폐수는 지하수 오염의 주요요인이 되고 있다.

2.소고기 섭취로 인하여 음식피라미드의 최상층에 위치한 유럽과 북미인들은 각종 성인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또한 축산산업을 위해서 농작물 생산토지를 잠식당한 남미와 중앙 아메리카의 농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거나, 도시빈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소는 부자나라와 가난한나라의 인민 모두에게 죽음을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고 있는 셈이다.

3.소고기 섭취 문화는 계급주의와 인종주의,식민주의,남성우월주의를 고취하는 주요한 이데올로기적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주장만 강한데 있지 않고, 풍부한 자료에 있다. 너무도 생생한 자료를 읽다보면 지은이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은 전부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소와 서양문명
2부.미국 서부 정복기
3부.쇠고기의 산업화
4부.배부른 소 떼와 굶주린 사람들
5부.지구환경을 위협하는 소 떼
6부.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의식구조

3부까지는 서양문명에서 소가 가지는 의미와 미국과 아메리카 대륙의 소고기 산업 성장 과정을 다루고 있다. 4부와 5부는 쇠고기 산업이 미치는 문화적 충격과 지구환경에 대한 위협을 다루고 있다. 6부에서는 육식이 가지는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정말로 햄버거나 쇠고기를 함부로 먹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먹는 음식 전반에 대해서 새롭게 성찰하는 눈을 가지게 될 것이다. 추천의 말처럼, 우리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육식을 종말시키기 위해서나 쇠고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필수 요소인 현대적인 식생활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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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1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