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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사나이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A.J. 퀸넬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A.J. 퀸넬의 크리시 시리즈 1편.
분명히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서 충분한 소구력을 갖추고 있다. 용병을 다룬 소설 답게 밀리터리에 대한 실증적 지식을 과도하지 않게 드러내며 크리시라는 인물의 능력을 보여준다. 문장 또한 나쁘지 않다. 아마 이종인이라는 빼어난 역자의 능력도 충분히 작용했으리라.
허나 이미 영화(맨 온 파이어)를 본 상태에서 이 소설은 영화가 보여준 그 표현력에 미치질 못한다. 크리시라는 인물을 연기한 댄젤 워싱턴이 보여주는 복합성을 소설의 크리시는 갖추지 못하고 다코다 패닝이 소구하는 절대적 감화력은 부재한다. 무엇보다 영화는 속죄와 복수라는 주제를 대단한 밀도로 보여줬고 그 압도력은 영화를 본 이상, 소설에 다소의 실망을 가질 수밖에.
영화와 소설은 많은 부분 다르다.
배경도 소설은 이탈리아, 영화는 멕시코이며 범죄의 양태는 유괴와 그에 대한 복수라는 얼개(그리고 복수의 실현이라는 결말까지)를 함께할 뿐이다. 등장하는 인물, 그 범위도 다를 뿐더러 무엇보다 사라지는 인물이 다르다. 소설은 시리즈를 예고하고 있고, 영화는 그 한 편으로서 완결하고 있다.
어쨌든 영화를 계기로 예전에 나왔던 시리즈 중 1권이 복간되었는데 나머지 시리즈도 다시 나오길 희망한다. 예전 이종인 씨의 번역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