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 오후, 집에 먹을 게 없어 동네 마트에 갔다가
마트가 있는 건물에 있던 도서대여점이 문을 닫으면서 만화책을 팔고 있다.
도서대여점 물건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아저씨가 나와서 만화책과 비디오, 디비디 등을
팔고 있는데 <그린힐>과 <맛좀봐라>를 골라 얼마냐고 물었더니
<그린힐>은 권당 1000원, <맛좀봐라>는 500원.
이유인즉 <그린힐>은 희귀본이라서 그렇단다.
<그린힐>이 언제부터 희귀본이 됐을까,
후루야 미노루의 만화 중 가장 주목받지 못했던 이 작품이.
여튼 <그린힐> 3권, <맛좀봐라> 4권을 사들고 집에 돌아와 <그린힐>을 다시 읽어보니
확실히 <크레이지 군단>에서 <두더지>의 절망적 세계로 넘어가기 직전의
아슬한 경계가 드러나 있다.
작가의 진화라는 측면이 언제나 대중성을 획득할 수는 없겠지만
후루야 미노루의 진화에는 통렬한 무엇이 있다.
모치즈키 미네타로가 <물장구치는 금붕어>에서 <드래곤 헤드>로 건너간 그 양질의 변화까지
아직 못 다다랐지만 그 진화의 과정을 동시대에 목격할 수 있다는 건 만화팬으로서 행복한 것이다.
반면 <초밥왕>의 다이스케 테라사와에게 진화를 요구하는 건 과하다.
이미 <초밥왕>이라는 장대한 시리즈로 그 세계를 완성시킨 그의 재능은
<주간지> 시스템에서 동어반복으로서 활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또 나름 재밌다.
<맛좀봐라>의 경우 현지 반응도 한국에서의 반응도 좋지 않았지만
그 저조한 반응만큼 재미없는 만화가 아니다.
<식탐정>의 원형이 될만한 캐릭터의 등장하면서 초반의 흥미로움은 나름의 야심작이었을거라
짐작하게 하지만 나중에 대결모드로의 전환은 <초밥왕>의 늪이 얼마나 깊은지 안쓰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