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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스의 산 I
다카무라 카오루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다카무라 카오루의 세계에 입문하다.
95년도에 국내 초역된 이 책을 이제서야 접한 건 순전히 편견에 의한 지연이었다.
우선 여성 작가가 쓴 하드보일드 작품이라 하면 왠지 모를 산드라 브라운의 뽀사시한 화장발의 영령이 스물스물 기어들어와 "읽으면 좀 괴로울 껄~"하며 내 귀에 악담을 퍼부었다, 라고 하면 거짓말.
그냥 뭔가 안 내켰다(그런 주제에 패트리샤 콘웰은 좋아라 읽은 건 대체 뭐냐).
그리고 고려원 표 추리소설에 대한 회의.
여기서 로버트 러들럼이니 엘모어 레어나드 등 거의 번역되지 않았던 좋은 작가들의 책을 많이 소개했지만, 고려원 표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나름의 감식안을 갖고 소개하는 게 아니라, 그저 밖에서 잘 팔렸으니 한국에서도...하면서 탄광에서 곡괭이질 하다 금맥 뒤지는 격이라는 인상이 있다(역시 편견).
그러다 <우부메의 여름>을 무릎 조아려 재밌게 읽고, 그걸 낸 '손안의책'이란 출판사에서 <리오우>라는 추리소설을 낸 바 있는데 그게 또 다카무라 카오루의 책. 다카무라 카오루하면 오호라, <마크스의 산>의 작가 아니던가.
일본 추리소설 읽는 재미에 야금야금 들려가는 시기에 요시! 하고 챙겨 읽기 시작했고 이제 정좌하고 죽비 한 대 맞는다, 그간의 편견이여, 할喝!
일본 아마존에 소개된 한 대목.
"냉혈의 살인자를 쫒는 경시청 수사 제1과 7계 고다 형사의 활약을 압도적으로 리얼하게 그려낸 본격 경찰 소설의 탄생"
(서두의 심리 묘사 장면의 장황함만 참고 견디면) 속기사의 타자 치는 소리처럼 타타타...문장이 휘날리면 마크스의 살인을 좇는 고다형사의 잰걸음도 탁탁 빨라진다. 물리적으로 심장 박동수를 실제로 높이는 이 책은 복상사의 위험이 다분하다.
뱀발.
아마존에 실린 독자 리뷰를 보면 이 책의 개정판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듯.
"전면 개고改稿의 공죄功罪" 라며 "별 지장 없을 인물 관계에 치중해버렸 스토리가 흐트러졌다"는 이유로 별 두 개(개정 전에는 작가가 그려낸 세계관에는 인간 부조리의 리얼리티가 생생하다고 칭찬하였으나).
"칭찬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글은 "디테일을 쌓아 올려 마치 등산하듯 읽히는 다카무라 카오루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는 범인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불필요하게 느껴져 "카타르시스가 부족하여 불만족"이라고 하고 있다.
음, 왠지 읽고는 싶은데.
사실 무엇보다 최양일의 <막스의 산>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는 영화가 보고 싶다. 최양일 특유의 강렬한 에너지가 이 소설을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했을까 너무너무 궁금하다.
(2004.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