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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벽 1 ㅣ 발란데르 시리즈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헤닝 만켈의 '발란더' 시리즈 중 8번째 이야기. 국내 출간작으로는 5번째 이야기.
사실 정통적인 추리소설 애호가로서 이 책을 평가하면 무지막지하게 재미없다.
트릭과 알리바이를 구성하고 그것을 순간에 허물어뜨리는 빼어난 추리를
과시하는 결정적 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미소지은 남자' 같은 경우의 플롯을
보면 한심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주인공인 발란더는 이 소설에서 오십 줄에 접어들어 끊임없이 인생의 회한을
토하고 당뇨 병력을 걱정하며 전처와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다가 신문에
공개 구혼 편지까지 쓰는 추태와 직면한다.
같은 수사팀의 동료들이란, 정년 퇴직할 날만 기다리며 발란더에게 투정하는 이,
경마 대박을 꿈꾸며 수사에 성의가 없는 이, 남편의 바람에 이혼을 준비하며
아이들의 보챔에 시달리는 이, 발란더의 자리를 빼앗으려 음모를 꾀해
서장에게 모함하는 이. 그리고 서장은 발란더를 불신한다.
걸핏하면 안개에 휩싸이는 스웨덴 남부 이스타드 시를 배경으로 경비견의 지루한 추적과
같은 수사 활동, 그리고 발란더의 쉴새없는 신음 소리가 이 소설의 주조이다.
그럼에도 숨은 자기 학대의 욕구와 직면이라도 한 양, 헤닝 만켈의 발란더 시리즈는
밤샘 독서의 마력을 자꾸 소구한다.
(2004.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