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서 미야베 미유키는 이야기를 자꾸 미룬다.단도직입하여 사건의 정체를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인물을 계속 방사하며인물의 사연과 사건의 윤곽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 인물의 사연은 조금씩 포개지며 벤다이어그램을 넓히면서버블 경제 이후 90년대 중반이라는 일본이라는 사회를 펼쳐놓는다.(직전에 읽은 텐도 아라타의 <고독의 노랫소리>를 연상시키면서)한 의사(pseudo) 가족의 결합과 그 파멸을 에둘러 그리며 함부로 가치판단을 개입하지 않는다.결코 평범할 수 없는 각개의 인물이며 그들의 사연이지만 그 인물과 그 사연들의 축척이그 사회의 역사이며 당대의 현실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들이 '지금' 살고 있는'여기'라는 걸 각개의 악기와 그 합주로 들려준다.왜 일본의 독자에게 그토록 호응을 얻었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듯하며그 짐작되는 내 안의 사연에 쓰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