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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독립출판 우리, 독립출판 1
북노마드 편집부 엮음 / 북노마드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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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독립출판의 과정이나 방법을 말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자기 자신만의 책을 완성한 독립출판 작가들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작가님들에게 하는 질문의 구성은 한두 개를 제외하고 거의 같았다. 그 덕분에 한 주제에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 중 내게 도움이 되었던 질문을 꼽아보았다.


1. 자신의 책을 쓰고 만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언제, 어떤 것과 마주했을 때 '굳이'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하나요?

2. 독립책방과 독립출판물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왜 독립책방을 찾아서 독립출판물을 사고 읽는 걸까요? 그곳에서, 그 책을 통해 어떤 가치를 찾고 있는 걸까요?

3. 첫 책은 몇 부를 찍었나요? 총 제작비는 어느 정도 소요되었나요?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했는지 궁금합니다.

4. 독립출판은 작가가 직접 제작-입고-유통을 주도적으로 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편집-디자인-인쇄 등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독립책방 유통도 직접 챙겨서 하고 있나요?


  각기 다른 이유로 독립출판을 시작한 이야기를 보며, 내가 독립출판을 고민하게 된 이유가 너무 세속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어쩜 이렇게 삶을 직시하고 인간을 바라보는지 대단하고 멋지다고 느꼈다.


  작가님들이 생각하는 독립출판을 찾는 이유를 보며 내가 도전하고자는 독립출판의 대상을 고민해보았다. 기성출판, 서점에서 말하지 않는 진솔하고 발칙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서점이 정해준 목록이 아닌, 내 입맛대로 책을 고를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자 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사는 삶을 동경하기 때문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물론 어떤 작가님은 '독립출판물을 사서 읽는 이유나 가치는 보통의 책과 다르지 않다'고 했지만.


  초판은 20부부터 300부까지 다양한 부수로 찍었다는 걸 알았다. 검색해서 찾아보았을 땐 대부분 100부 정도라고 어렴풋이 알게 되었는데 역시 모아보니 각자 스타일에 맞추면 되겠다.


  어떤 작가님은 정말 삶의 깊이가 남 다르게 깊다는 인상을 주었지만, 어떤 작가님은... 예술에 심취한 듯 보였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재미가 오지만 '엥?'스러운 부분도 분명 있었다... 독자를 생각하지 않고 뱉는 말들에서 이 작가의 책은 읽어보고 싶지 않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가 떨어져나가는 인터뷰는 왜 했을까? 독립출판의 '발칙함'이 이런 거라고 생각하는 분인가 싶었다. 전혀 아닐 듯하지만.


  독립출판에 이제 막 입문을 준비하는 예비 과정 중(ㅋㅋㅋㅋ)이라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언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아트북 페어도 알게 되었다.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해두었다.


  인터뷰 모음집인 만큼 정보를 얻기 좋은 책은 아니지만, 각자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마음에 와 닿았던 이야기들은 조금 발췌해두었다.

순간순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일상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을 잘 해낼 때 꿈을 이루었다고 하는 것 같아요. 우리에게 삶이란 오늘 하루예요. 그 하루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면 그것보다 아름다운 삶은 없을 거예요. - 김경희 《컨셉진》 편집장의 말 - P92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의 책으로 담아내는 일은 어떤 매체도 대신할 수 없는 손에 잡히는 완결성이라는 매력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 라야의 말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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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무엇인가
유종호 지음 / 민음사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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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체적 독자가 되기 위한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


주체적 독자란 정보를 무작정 수용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문학을 읽는 사람을 뜻한다. 흔히 초중고 교과 과정에서 시나 문학을 배우면서 주체적 독자로서의 모습을 잃게 된다. ‘눈’은 ‘소복소복’ 내리고 ‘봄’은 ‘생명의 탄생’으로 굳어졌다. 혹은 조지훈의 <승무>가 그의 최고의 시라고 말하기도 한다.


고등학생 때 나는 이상의 시와 산문을 좋아해서 전집을 구매해 읽었다. <날개>를 읽으며 근대 문학인의 방황과 남들과 다른 특별함에 반했다. 보통 <오감도 시제1호>나 <날개>만이 교과서에 실려 있어, 다른 작품들은 내 나름대로 해석을 덧붙이며 읽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읽은 것이 맞는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 몇 없는 해설을 찾곤 했다. 올바른 독서와 해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의 견해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더 쉽게 문학을 이해하려 했다.


주체적 독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한다. 박꽃이 흰색인 걸 알아채야 ‘숯불이 박꽃처럼 새워간다’에서 하얗게 타고 있는 숯불을 바라볼 수 있다. 스스로 문학을 읽어서 체화된 간접 경험들은 등에 사과가 박힌 청년이 누구인지 알게끔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시 안에 숨어있는 표현들을 잘 잡아채야 한다. 행과 행 사이에 발견되길 원하는 말들이 있다. 누가 찔러주기 전에 먼저 파악해야 한다. 사실 내 또래들은 거의 잘 하지 못하는 일이다. 문학에서 정답을 찾는 일을 십수년 간 했더니 이젠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문학을 접하고 있다.


결국 주체적 독자가 되기 위해선 훈련이 필요하다.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책에서는 쉬운 시와 어려운 시가 아닌 좋은 시와 안좋은 시가 존재한다고 한다. 너무 많은 정보를 숨기거나 알려주지 않는 시는 안좋은 시이고 수수께끼같은 시라고 한다. 하지만 적절히 <맹아적 힘>을 갖춘 시들에서 다양한 암시를 찾아내고 여러 해석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주체적 독자가 되기 위해선, 좋은 시를 읽고 그 안에서 나의 뜻대로 시어들을 해석하고 드러난 정보들을 조합해 나의 감상으로 만드는 훈련이 필요하다.



2. 비유가 말의 장식이 아니라 언어의 구성요소라면 어떻게 시에 써야 할까?


책에서 비유는 ‘말의 장식이 아니라 언어의 구성요소’이고 ‘사람들은 말로써 생각하고 비유로써 생각한다’고 말한다. ‘집값이 오른다’도 오를 수 없는 집값이 헬리콥터마냥 오른다고 표현되어 있으니 비유라고 한다. 우리가 쓰고 있는 많은 말들은 비유이기 때문에 그저 수사적 장식으로 치부하면 안된다.


그렇다면 이런 비유는 어떻게 시에 쓸 수 있을까? 시란 나의 말로 99%를 채우는 문학이고, 관습과 상투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배웠다. 평화의 상징으로 비둘기를 내세우고 열정을 불꽃으로 표현하는 것은 상투적인 비유다.


이런 말들은 빼고 비유(특히 은유)로 시를 쓰기 위해서는 사물과 수단 사이에 유사성과 차이점을 관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구름을 개의 한 종인 비숑에 비유하려 한다. 하얗고 몽실한 외관이 닮아있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도 닮았다. 하지만 엄연히 다른 사물이고 이것을 읽는 사람 모두가 알고 있다.


시에서는 정서나 상황을 표현할 때 적절한 말을 사용하는 것은 빼놓을 수 없다. 비유로 채워진 시에서는 앞서 말한 하늘을 ‘솜사탕’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양떼’라고 부를 수 있다. 시인은 이 필수불가결한 비유를 가지고 시 안에 꼭 들어맞는 단어를 써야 한다.


‘가장 시적인 것은 시적이지 않다’고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밥먹듯이 하는 비유를 그대로 시에 적용하지 않고 색다르고 아이의 눈처럼 때묻지 않는 시선으로 사용해야 한다. 내 주변의 것을 낯설게 보고 다르게 보는 연습을 통해 내 손발을 부리듯이 비유적인 표현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3. 관습은 우리를 구속하고 한정한다. 시는 이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까?


시라는 형식 자체도 하나의 관습으로 우리를 한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는 서정장르로 감정이나 정서를 드러내야 하고, 행과 연으로 이루어져 있고, 산문시도 산문과 차이를 두어야 한다.


이렇게 수많은 관습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 책은 ‘참다운 시인은 관습의 구속에서 도리어 자유를 경험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관습의 굴레를 수락하면서 거기서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이 시적 재능이기도 하다. 예술적 재능이 대체로 그러하다’고 말하고 있다.


시를 쓸 때 가장 먼저 우리를 구속하는 관습은 행과 연일 것이다. 주어진 무한한 행과 연에 어떤 말을 넣을지 결정하는 것은 시인이다. 하지만 고민에 빠진다. 예쁘지 않은 시를 만들기 위해선 이마저도 다 없애버리고 정형시 대신 완벽한 자유시를 써야하는 건 아닐까? 21세기의 이상이 되어볼까?


구속을 완전히 벗어나버리면 그것이 시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는 독자를 고려해야 한다. 독자가 시를 시라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어 두는 것이 관습이라고 생각한다. 이 관습을 통해서 독자에게 작품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


결국 나를 구속하고 한정하는 관습 안에서 최대한 뒤척여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침대에서 굴러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 안에서만 뒹굴거리듯이, 시라는 갈래 안에서 비유를 사용하고 나만의 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 참고사항 : 국어국문학과 '시창작론' 전공수업의 과제로 제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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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데어라 혼 지음, 서제인 옮김, 정희진 해설 / 엘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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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심화되던 시기에 독서모임에서 제안을 해주어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를 올해 첫 번째 책으로 읽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유대인'이 어떤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인지 알고 있을 거라는 전제 하에 서술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대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단어는 바로 '부자'와 '똑똑함', '홀로코스트'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이 '유대인'인지 알지 모를 것이다. 특히 비기독교 & 비미국인에게는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그렇기에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여러 용어들을 알아가야 하는 게 이 책의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나는 유대인이 민족이 아닌 정체성이라는 점을 모르고, 왜 유대인이 박해당했는지도 모르고, 그 이유가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는 점에 공감하지 못하며, 미국의 엘리스섬이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모르더라도 이 책은 충분히 '죽은 유대인을 사랑하'는 의미를 잘 전달하고 있다.


  저자는 1부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안네의 일기> 이야기로 시작한다. 한 소녀의 일기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었던 것은 유대인 집단학살의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직접적으로 고발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안타깝게 '죽었기' 때문에 더욱이 칭송받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2부에서는 한국인이라면 알 수밖에 없는 '하얼빈'의 유대인 이야기를 이어간다. 하얼빈에서 살았던 유대인 요세프 카스페의 행적을 좇으며 그들의 삶이 관광용으로 전락한 모습을 생생히 그린다. 전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죽은 유대인의 이야기와 한 지역에서 사라진 역사조차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로 책을 시작하며, 저자는 이 책의 제목에 담긴 의미와 앞으로 풀어나갈 이야기를 엿보여준다.


  그러나 점점 진행되면서 유대 문자, 하누카 명절, 유대교 문명, 시온주의, 유대 문학 등 본격적으로 유대교에 대해 서술하면서 이 책은 어려워진다. 한국 문화에서 자란 우리에게 낯설고 먼 이야기라 굉장히 힘들게 페이지를 넘겼다. 유대인 차별에 대해 눈으로 본 적이 없기에 그들의 삶을 상상할 수 없었다. 책 속의 상황들이 텍스트로만 다가오는 점이 아쉬운 지점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본격적으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이야기가 나오면서 반전된다. 한국 역시 식민 지배를 겪으며 민족이 짓밟힌 기억이 있다. 분노와 슬픔, 지금도 남아있는 학살의 잔재까지 슬프게도 닮은 점이 참 많았다.

  그 속에서 저자가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이야기한 '배리언 프라이'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샤갈 등 여러 유대인 예술가를 지켰지만 특별히 선별하여 구했다는 점에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구조자 프라이에게 최고의 시기지만 구조된 자에게 최악의 시기이기에 제대로 된 감사조차 받을 수 없다는 것, 한 가정의 남편, 아버지로서의 프라이의 삶까지... 배리언 프라이를 알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길 바란다.


모든 사람들은 홀로코스트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홀로코스트에 대해 배워야 한다. 하지만 이 말은 홀로코스트에 못 미치니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홀로코스트는 아니라는 뜻을 지니게 되었다. (288쪽)

  홀로코스트와 관련되어 충격적이었던 문구를 인용해본다. 이 말은 즉, 홀로코스트'만큼' 가학행위를 하지 않으면 홀로코스트가 아니게 된다는 뜻이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식민지배만큼 하지 않으면 친일행동이 아니라고 현지화를 해본다.


  살아있을 때는 혐오의 대상, 죽으면 안타까운 어머니로 묘사되는 세상의 편견을 당사자의 눈으로 서술한 이 책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에 굉장히 복잡한 감정을 준다. 왜냐하면 저자는 시온주의만 도려내어 유대교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시온주의란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국가 건설을 목적으로 한 민족주의 운동인데, 현재 시온주의가 주축이 되어 전쟁을 진행하고 있다. 마치 가해자를 두둔하게 되는 마음이 들다가도, 그들 역시 오랜 시간 피해자로서 잃은 역사와 삶이 있다는 생각까지 복합적으로 든다.

  그렇기에 현재의 상황은 그대로 평가해야 할 것이고, 살아있는 사람들을 앞서 말한 '부자', '똑똑함', '홀로코스트' 등의 단편적인 키워드로 바라보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로 마무리할 수 있겠다.

모든 사람들은 홀로코스트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홀로코스트에 대해 배워야 한다. 하지만 이 말은 홀로코스트에 못 미치니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홀로코스트는 아니라는 뜻을 지니게 되었다. - P288

그냥 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 P84

누군가가 A라는 사람을 구할지 B라는 사람을 구할지 선택하는 위치에 있었다면, 전세계 사회는 집단 학살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거부하는 위치에 있어야 했던 것 아닌가?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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