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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 : 잘 구워진 추로스 옆에 다 타버린 추로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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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만화 영화 속 너를 닮고 싶다


 

넌 귀엽고
춤도 잘 추고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알고
모든 사람을 웃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너는 참 밝은 아이야

 

 


태양 같이 밝은 너를 보다가 문득
내 자신이 초라해져 보였다

 


난 너와 같이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있을까

만져줄 수 있을까

치유할 수 있을까

 


슬프지만
아마 난,
죽을 그 순간까지도 너처럼 되지는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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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드십시오.

From. 셰디 레스토랑 총 주방장
비스무리 셰디 바르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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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더3. 겨울 방학의 어느 날(3)

 

 

 


 나와 그가 내려오자 그는 나에게서 조금 멀리 떨어졌다. 역시 너무나 가까이서 사람을 보는 것은 그도 무리인 듯했다. 보이더가 그를 보고는 눈이 동그래졌다.

 “.... 넌 누구니? 너도 혹시 디스트럭션 쿰바가 일어나서 도망쳐 나온 거야?”

 “아니야. 난 그 전쟁에 아무런 상관이 없어. 난 일 년 전에 별이 폭발해버리는 바람에 여기 온 거야.”

 “.. 그래?”

 보이더와 그가 대화를 하고 있는 중에 난 그의 모습만을 보고 있었다. 새까만 머리에 붉은 헤드폰, 자주색 눈. 걸쳐 입은 옷은 그런 그의 이목구비와 잘 어울렸다. 언젠가 슬비가 말했던 것처럼 자기와 어울리는 옷을 입는 사람이 제일 멋있는 것 같다.

 “, 자기소개를 안 했네. 나는 헤일로 벨사다 킷 니쿱힐이라고 해. 좀 이상한 이름이지?”

 뭐, 보이더도 그런 식의 이름이니까 꽤 익숙하긴 하다만.

 “그리고 지구에서 1광년 떨어진 미그레시 성에서 왔어... 1년 전에 멸망해버렸지만.”

 “..... 그렇구나.”

 왠지 이 아이들하고 있으면 이 지구에 있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나는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왜 별들은 사라지는 걸까? 그게 어쩔 수 없는 신의 판결이라고 해도, 그게 운명이라고 해도, 왜 이런 어린 사람들이 슬프고도 무거운 운명을 짊어지는 건데.

 헤일로는 조금 슬픈 듯이 울상을 짓다가 다시 표정을 바꿔서 나에게 웃어보였다. 나는 그 웃음을 보자 얼굴이 또 빨개져서 헤일로를 잘 보지 못했다. 그저 아까처럼 고개를 숙이고 그의 말을 들었다.

 

 

 “있잖아, 부탁이 있는데.”

 “.... .”

 “, 미그레시 성에서 살았던 음파 인간이야. 음파를 먹을 수 있다는 말이지. 그래서 이 헤드폰만 가지고 있으면 밥걱정은 없어.”

 “.”

 “사실 나 여기 지구에서 살고 싶거든. 나 여기 시계에서 살게 해주면 안 되겠니? 워먼덱스도 있으니까 너에게 부담은 안 될 거야.”

​ 너도 그 워먼덱스라는 거 있구나.

 ㅡ 선우, 어떻게 할래? 어차피 헤일로는 달리 갈 곳도 없는 것 같은데. 그냥 그 시계에서 살게 해주면 안 돼?”

     - 나도 그 생각에 동감이야, 보이더.

 


 “알았어. 살게 해 줄게.”

 “정말?”

 헤일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 너 같은 사람을 그냥 놔두면 안 될 것 같아서. 너 혼자 살기는 외롭잖아.”

 헤일로는 금방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이 되어서는 그대로 나에게 안겼다. 와락, 헤일로의 감촉은 따뜻했다. 나는 얼굴의 불이 그대로 귀까지 번져가지고는 꼼짝 못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나 정말 네가 안 받아주면 흑, 어떡하나 했는데, 다행이야! .”

 “...... 이거 풀어줘. 나 괴롭거든?”

 “, 미안! 갑자기 흥분해서 안아버렸네.”

 “... 너 스킨십이 너무 과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니.....”

 나는 헤일로가 포옹을 풀고 나서도 얼굴과 귀의 불이 꺼지지 않아서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정말! 맘대로 얼굴하고 귀에 붉은 색 크레용 칠하는 게 아냐!

 “..... 야,  헤일로 벨사다 킷 니쿱힐.”

 “?”

 “손 대봐.”

 “?”

 헤일로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작은 손 위에 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 사이에 검고 붉은 빛이 우리 둘을 감싸고 사라졌다. 이걸로 헤일로와의 계약은 완료됐겠지. 몇 개월만 기다리면 헤일로는 이 지구에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다.

 헤일로는 나와 계약을 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벌써 계약을?”

 “.”

 “나하고?”

 “.”

 “내가 방법을 안 가르쳐줬는데?”

 “, 저기 있는 보이더하고 계약해본 적이 있으니까 말야.”

 “, 그래서 그렇게 빨리...”

 

 ​헤일로는 나에게 감탄했다. 나는 여전히 헤일로의 얼굴은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보이더는.... 헤일로가 조금 부럽지 않을까? 나하고 만나자마자 계약한 헤일로가. 슬쩍 보이더의 얼굴을 눈치 보듯 살펴보았다. 보이더는 잘 되었다면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 상관없어 보여서 다행이다.


 “오오, 바로 계약했다. 나는 좀 늦게 계약해 주던데. 다행이네.”

 헤일로는 보이더에게 웃어보였다.

 “고마워. 나도 이렇게 빨리 계약할 줄 몰랐는데. 계약을 경험해본 사람 집에 와서 운 좋게 됐네.”

 “그러네. 이제 괜찮으니까 푹 자둬. 방금 도착했으니까 잠 올 거 아냐?”

 “... , 미안. 너희들 이름 물어보는 거 깜빡했다. 이름 좀 물어봐도 돼?”

 “난 보이더 디르 픽 메카트니라고 해. 간단하게 보이더라고 불러줘. 출신 성은 카르텔 성이야. 앞으로 잘 지내보자!”

 “..... 박선우야. 잘 부탁해.”

 보이더는 자신 있게 말하는데, 나는 헤일로의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말하고 있다. 부끄럽다.

 

 “아, 저, 그... 있잖아. 선우.. 라고 불러주면 안 될까?”

 “보이더랑 선우. 알았어! 나는 그냥 헤일로라고 불러주면 돼, 알겠지?”

 “!”

 “.. .”

 “그러면 나 일단 시계에 들어가서 좀 잘게. 나 너무 잠 온다.”

 “.”

 헤일로는 또 한 번 웃고는 엄마가 주신 시계에 들어가 버렸다. 검고 붉은 빛과 함께.

    

 ​헤일로가 시계로 들어가고 보이더도 안경 속으로 돌아가고 난 후에, 난 침대에 누워서 헤일로를 생각했다. 그건 헤일로가 나에게 눈을 맞추고 나서 생긴 본성이었다. 그의 생각은 내가 온 힘을 다해 억눌러도, 금세 원래 모양으로 원상복귀가 되었다.

 헤일로가 지니는 색들이 이루던 조화. 검은 머리, 붉은 헤드폰, 하얀 피부, 그 자줏빛 눈동자. 딱 한번 마주 쳤을 때에 보았던, 지금도 천장에 아른거리는 그 색깔들의 잔상. 하나도 밖으로 삐져나온 것이 없는 완벽한 하나의 남자가 그 곳에 있었다. 내 마음을 통째로 휘어잡은 남자. 헤일로. 나는 그의 이름을 한 글자씩 발음했다. 한 글자씩 발음할 때마다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채워졌다.

 ㅡ 후후후, 선우.

 - ?

 ㅡ 너 있잖아.

 - 왜에....

 ㅡ 헤일로 좋아하지?

 헉! 정곡을 찔렸다. 하긴 나 엄청 티났겠지.

 - 역시 들켰어? 헤헤, 어쩔 수 없네. 그래. 한 눈에 반해버렸어.

 ㅡ 오오오? 이거, 이거. 박선우씨가 원래 이렇게 솔직했나요?

 - 그렇지만 너에게는 감출 것도 없잖아? 그리고 이게 어쩔 수 없는 내 느낌이고.

 ㅡ 그래?

 - .



 보이더는 뭔가 생각하는 듯하다가 나에게 말했다.

 ㅡ 선우.

 - ?

 ㅡ , 조금 바뀐 거 같다?

 - 그럴 수도 있겠지.

 지금은 내가 느낀 것을 그대로 표출할 뿐이야. 솔직하게.


 ㅡ ....... 네가 부럽다.

 “.. ?”

 정말 놀랐다. 내가 보이더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줄 몰랐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보이더의 목소리는 슬픔이 꽉꽉 채워져 있는 것 같아서 고마워, 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 왜 내가 부럽다고 생각한 거야?

 ㅡ 그냥. 나도 느낀 걸 표현했을 뿐이야.

 보이더는 작게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그녀의 조금은 슬픈 듯한 목소리가 날 슬프게 했다.

 보이더, 너를 아프게 하는 그 가시는 대체 뭐야? 왜 아직도 그것은 너를 찌르고 있는 거야? 아직도 너에게 더 아프게 할 것이 남은 거야? 할 수만 있다면 내가 그 가시를 뺄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안경을 쓰다듬었다.

 이렇게 헤일로의 기숙동 604호 방문 사건으로 들떴던 시간들은 노을빛 석양을 향해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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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더2. 겨울 방학의 어느 날(2)

 

 

 

 

  소포 안에는 예쁜 하늘색의 시계와 편지가 들어있었다. 나는 그걸 보자마자 얼굴이 환해졌다. 태어나서 본 시계 중에 이게 제일 예쁜 것 같았다.

 시계를 꺼내고 나는 엄마의 편지를 찾아 꺼냈다. 편지는 상자 맨 아래쪽에 파묻혀 있었는데 그걸 또 억지로 꺼냈다. 언제나 똑같은 봉투에 하트 스티커가 붙여진 편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나는 편지를 봉투에서 꺼내서 읽었다.


 선우, 잘 있니? 너에게 보내는 네 번째 편지구나. 엄마는 이번 달도 선우 생각하면서 열심히 돈을 벌고 있단다. 편지에는 영국에 있는 엄마의 숨결이 녹아있었다. 나는 편지를 읽을수록 시야가 흐릿해져서 제대로 편지를 읽을 수 없었다. 편지를 읽고 눈물을 흘리는 내가 걱정이 되는 지 옆에서 시계를 요리조리 살피고 있던 보이더가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보이더에게 엄마의 편지를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엄마는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새로운 팬시 제품 개발을 시작했단다. 이번에는 팔찌가 아닌 수첩을 만들게 됐는데 꽤 디자인이 잘 된 것 같아. 아마 네 취향에도 맞을 거라고 생각해. 나중에 제품이 완성되면 너에게도 하나 보내줄게.

 선우는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지? 선우는 어떤 대학에 가고 싶어? 아니, 선우는 나중에 어떤 일을 하고 싶어?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해서 너무 허둥대지 말고 천천히, 네 꿈을 찾도록 해.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해도 선우가 행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엄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보이더가 떨리지만 담담한 목소리로 편지를 읽어주는 것을 들으면서 깨달은 것은 엄마는 언제나 내 걱정뿐이라는 것이다. 나는 지난 약 이년간 당신의 푸념을 적은 편지를 본 적이 없다. 편지에는 항상 엄마의 직장에서 만들게 된 신제품을 나에게도 하나 보내주겠다는 말과 내 고교 생활을 걱정하는 말 뿐이다. 딱 그 두 가지만 쓰여 있다.

 아마도 저 먼 한국의 외국어 고등학교에서 혈혈단신으로 공부하고 있을 딸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딸에게 엄마 걱정을 시키기 싫은 거겠지. 엄마의 섬세한 그 배려에 감탄하며 나는 내가 아끼는 앨범을 가져다 엄마가 보낸 세 번째 편지 옆 페이지에다가 그 편지를 끼웠다.

 

 엄마가 보내주신 영국산 고급 과자들, 디자인 좋은 옷 세 네 벌과, 페이지가 많은 연습장 여러 개를 구경하고과자하고 옷들은 나중에 슬비에게 보여줘야겠다. 엄청 좋아할 것 같은데?엄마가 선물해준 시계를 꺼내서 내 손에 차보았다. 자세히 보니까 시계에 달려있는 가죽 줄에는 약간의 펄이 들어있어서 손을 흔들 때마다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보이더도 이 시계를 찬 나를 보고서는 정말 예쁘다면서 칭찬해 주었다.

 소포에 있던 선물들을 다 수납장에 정리하고 영국산 과자 한 개를 보이더와 같이 나누어 먹으면서 손목시계를 구경했다. 하늘색 가죽 줄에 그려진 작은 예술이 나를 사로잡았다. 아마 우리 엄마도 이렇게 아기자기한 수첩을 만들고 있겠지. 그 생각이 나자 나는 하루 빨리 그 수첩을 받고 싶어졌다.

 L, O, V, E..... 가죽 줄에 그려진 영어단어를 읽다가 갑자기 손목시계가 강렬한 빛을 내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시계를 쳐다보았다. 뭐야, 왜 빛이 나는 거지? 그런 의문을 표할 시간도 없이 내 몸은 공중에 떠있었다!

 보이더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봐왔다. 나는 보이더에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묻고 싶은 건 오히려 내 쪽이야! 나는 많이 당황했다. 왜 내가 산 안경도 그렇고, 이 시계도 그렇고, 왜 평범하지 않은 거야?

 잠시 후, 시계 속에서 사람이 나왔다. 이번에는 보이더처럼 작은 사람이 아니었다. 나랑 비슷한 키와 나이를 가진 남자아이 같았다. 머리에 쓴 붉은 색깔 헤드폰이 눈에 띠었다. 그가 눈을 뜰 때 나의 눈과 그의 눈이 마주쳤다. 그 자주색의 깨끗한 바다 같은 눈동자와 눈을 마주쳤을 때, 나는 부끄러워서 서둘러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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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서 잘랐습니다. 바로 이 다음 내용을 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내일 바로 3화 올리는 거로 결정했습니다. 이점 숙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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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 : 맛있어보이는 포춘쿠키를 열었더니 종이에 '메롱~ 꽝'이 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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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장난치고 싶다.
이렇게 좀 딱딱한 나지만
너랑 장난치고 싶다.
이렇게 좀 수줍은 나지만
너랑 장난치고 싶다.
이렇게 좀 낯가리는 나지만
너랑 장난치고 싶다.
너랑은 조금.. 서먹서먹한 사이지만...
 

너랑 장난치고 싶다.
 

날 어떻게 볼 진 모르겠지만
 

너랑
친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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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드십시오.

​From. 셰디 레스토랑 총 주방장
비스무리 셰디 바르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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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더 1. 겨울 방학의 어느 날(1)

 

    

 

 눈에 내리쬐는 햇볕이 눈부시다. 매일 산책하는 코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색색의 간판들에게 적힌 글자를 읽었다. 김씨네 곰탕, 원조 고려홍삼, 앨리스 네일숍, 똥 싼 바지...... 벌써 몇 십 번째 읽는 목록들인지.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머리의 잡념을 없애주는 데는 최고였다.

 헤어 마리나, 김옥순 밥버거. 두 개의 이름을 되뇌니 내 눈 앞에 버티고 있는 것은 대명시에서 제일 큰 마트 대명 라이프플러스였다. 대명 라이프플러스, 그 단어의 무거움을 입으로 느끼며 마트에 입성했다.

 

 

 오늘은 내가 보이더에게 우동, 정확히는 유부 우동을 만들어주기로 한 날이다. 한 번도 밥이라던가 면 같은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는 보이더를 위해서 내가 예전부터 해주고 싶었던 일이다. 오빠의 밥만을 먹어본 내가 요리를 한다는 것이 조금 무서웠지만, 이건 내가 꼭 해야겠다고 결정한 거다. 보이더에게 어떻게 해서든 면발의 쫄깃쫄깃함과 국물의 단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벌써 이를 위해 스마트폰으로 우동 재료도 메모해 놓았고, 우동 만드는 법도 찾아서 적어놓았다.

 

 핸드폰에 깔아놓은 메모 앱에 적어놓은 우동 재료들을 샀다. 우동 면 2, 유부, 가쓰오부시 장국, 소금과 후추, 대파 조금. 파를 썰 때 쓸 요리용 칼, 키친타올, 보이더와 나를 위한 예쁜 접시와 숟가락, 젓가락도 샀다. 줄무늬의 심플한 것이었다.

 돌아가면서 보이더의 웃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면발을 한번 신기하게 쳐다보고, 눈을 반짝대면서 오오오, 이것이 우동이라는 것이구나, 라면서 맛있게 먹는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화악 퍼졌다. 보이더. 좀 무섭지만 나, 열심히 요리해볼게. 순간 우리 오빠 생각이 났다. 우리 오빠도 장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겠지.

 

 

 기숙동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니 기숙동 로비에 무엇인가 크기가 꽤 큰 소포가 도착해 있었다. 외국에 있는 엄마가 오늘 보낸다고 하던 소포였다.(오늘 아마 너에게 선물이 올 거야! 확인해봐.) 소포는 이제껏 내가 엄마에게 받은 것 중에 제일 컸다. 나는 그 소포를 받아들고 내 방으로 향했다.

 내방으로 돌아와서 바로 소포를 내려놓았다. 그 다음 서둘러 치마를 바지로 갈아입고 준비물을 챙긴 다음에 곧장 취사실로 갔다. 취사실에 기본으로 준비되어 있는 냄비를 꺼냈다. 오늘은 내가 빨리 와서 몇 개 안 되는 냄비를 운 좋게 사용할 수 있었다. 럭키!

 저장해둔 메모의 내용대로 물을 냄비의 반쯤 붓고 유부를 삶았다. 유부가 가벼워서 숟가락으로 눌러줄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물이 혹시나 튈까봐 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유부를 무사히 삶고 장갑을 낀 손으로 물기를 빼준 뒤 키친타올 깐 접시에 담았다. 장갑을 꼈는데도 유부가 뜨거워서 혼났다. 냄비의 물을 버리고 다시 냄비의 3분의 2만큼 물을 부었다. 그 다음에 가츠오부시 장국을 두스푼 크게 넣고 또 소금 후추로 간을 했다. 그리고 끓은 것을 기다린 후에 우동 면을 넣었다. 우동 면이 끓으면 칼로 썬 대파와 유부를 넣어면 유부 우동 완성!!

 대파와 유부를 칼로 써는 데서 조금 칼에 베었다. 찌릿한 느낌과 함께 왼손 두 번째 손가락에서 피가 세어 나왔다. 나는 급히 손가락을 입에 넣고 피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입 안에 피 맛이 퍼졌다. 조금 기분이 묘했다. 나는 서둘러 휴지를 가지고 와서 손가락을 둘둘 감고, 완성된 우동을 그릇 두 개에 나누어 담았다.

 

 그릇을 두 개 같이 들고 가면 위험하고 나도 무섭기 때문에 취사실에서 내 방을 두 번 갔다 왔다. 내 책상에 우동 두 그릇을 올려놓고 보이더를 불러냈다. 의자가 방에 한 개 밖에 없긴 한데, 뭐 그건 내가 바닥에 앉아서 먹으면 되니까.

 

 

 “뭐야? 무슨 일이야?”

 보이더는 머리를 기울이며 나에게 말했다.

 “, 보이더. 점심 안 먹었지?”

 “점심? 아직 안 먹었는데? 아직 점심때도 아니고.”

 “그래? 그러면 나 오늘 처음 우동 만들어 봤는데 먹어 볼래?”

 “, 우동?”

 “! 두 그릇 만들었으니까 같이 먹자.”

 나는 책상에 있는 우동 두 그릇을 보고 말했다. 보이더는 그걸 보며 눈을 반짝였다.

 

 “! 맛있어 보여! 이게 면이라는 거구나.”

 “. 같이 먹자.”

 나는 우동 그릇을 들고 바닥에 내려놓고 앉았다.

 “너 젓가락 안 들고 갔어.”

 “. 고마워.”

 보이더에게 잊어버린 젓가락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먹기 시작했다. 후루룩, 후루룩, 후루룩. 우동은 꽤 먹을 만 했다. 처음 치고는 잘 만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보이더, 맛있어?”

 “흐으윽... 흐으윽...”

 갑자기 건너편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보이더?”

 “이건, 감동이야!!”

 “?”

 보이더는 눈물을 흘리면서 우동에게 감격하고 있었다. 우동이라는 게 그렇게 감동적인 것이야? 나는 놀랬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면이라는 게 이렇게 부드럽고 맛있는 거였구나! 처음 먹어봤어.”

 “, 그렇구나.”

 보이더는 우동 면을 다 먹고 국물까지 다 마셨다. 보이더는 우동을 먹는 내내 눈물 머금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마음이 찡해졌다.

 역시 우동 만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보이더가 저렇게나 기뻐하고 있다. 아직 루어라는 녀석과의 싸움이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 내 곁에서 있을 때에는 조금 더 많이 웃어줬으면 하고 바랐다. 그래야 나도 조금 더 마음이 편하니까. 나중에 시간이 되면 보이더랑 맛있는 밥이라도 한 번 먹어야지라고 나는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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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더 후편 시작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분발하는 이야기꾼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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