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더 1. 겨울 방학의 어느 날(1)

 

    

 

 눈에 내리쬐는 햇볕이 눈부시다. 매일 산책하는 코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색색의 간판들에게 적힌 글자를 읽었다. 김씨네 곰탕, 원조 고려홍삼, 앨리스 네일숍, 똥 싼 바지...... 벌써 몇 십 번째 읽는 목록들인지.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머리의 잡념을 없애주는 데는 최고였다.

 헤어 마리나, 김옥순 밥버거. 두 개의 이름을 되뇌니 내 눈 앞에 버티고 있는 것은 대명시에서 제일 큰 마트 대명 라이프플러스였다. 대명 라이프플러스, 그 단어의 무거움을 입으로 느끼며 마트에 입성했다.

 

 

 오늘은 내가 보이더에게 우동, 정확히는 유부 우동을 만들어주기로 한 날이다. 한 번도 밥이라던가 면 같은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는 보이더를 위해서 내가 예전부터 해주고 싶었던 일이다. 오빠의 밥만을 먹어본 내가 요리를 한다는 것이 조금 무서웠지만, 이건 내가 꼭 해야겠다고 결정한 거다. 보이더에게 어떻게 해서든 면발의 쫄깃쫄깃함과 국물의 단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벌써 이를 위해 스마트폰으로 우동 재료도 메모해 놓았고, 우동 만드는 법도 찾아서 적어놓았다.

 

 핸드폰에 깔아놓은 메모 앱에 적어놓은 우동 재료들을 샀다. 우동 면 2, 유부, 가쓰오부시 장국, 소금과 후추, 대파 조금. 파를 썰 때 쓸 요리용 칼, 키친타올, 보이더와 나를 위한 예쁜 접시와 숟가락, 젓가락도 샀다. 줄무늬의 심플한 것이었다.

 돌아가면서 보이더의 웃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면발을 한번 신기하게 쳐다보고, 눈을 반짝대면서 오오오, 이것이 우동이라는 것이구나, 라면서 맛있게 먹는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화악 퍼졌다. 보이더. 좀 무섭지만 나, 열심히 요리해볼게. 순간 우리 오빠 생각이 났다. 우리 오빠도 장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겠지.

 

 

 기숙동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니 기숙동 로비에 무엇인가 크기가 꽤 큰 소포가 도착해 있었다. 외국에 있는 엄마가 오늘 보낸다고 하던 소포였다.(오늘 아마 너에게 선물이 올 거야! 확인해봐.) 소포는 이제껏 내가 엄마에게 받은 것 중에 제일 컸다. 나는 그 소포를 받아들고 내 방으로 향했다.

 내방으로 돌아와서 바로 소포를 내려놓았다. 그 다음 서둘러 치마를 바지로 갈아입고 준비물을 챙긴 다음에 곧장 취사실로 갔다. 취사실에 기본으로 준비되어 있는 냄비를 꺼냈다. 오늘은 내가 빨리 와서 몇 개 안 되는 냄비를 운 좋게 사용할 수 있었다. 럭키!

 저장해둔 메모의 내용대로 물을 냄비의 반쯤 붓고 유부를 삶았다. 유부가 가벼워서 숟가락으로 눌러줄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물이 혹시나 튈까봐 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유부를 무사히 삶고 장갑을 낀 손으로 물기를 빼준 뒤 키친타올 깐 접시에 담았다. 장갑을 꼈는데도 유부가 뜨거워서 혼났다. 냄비의 물을 버리고 다시 냄비의 3분의 2만큼 물을 부었다. 그 다음에 가츠오부시 장국을 두스푼 크게 넣고 또 소금 후추로 간을 했다. 그리고 끓은 것을 기다린 후에 우동 면을 넣었다. 우동 면이 끓으면 칼로 썬 대파와 유부를 넣어면 유부 우동 완성!!

 대파와 유부를 칼로 써는 데서 조금 칼에 베었다. 찌릿한 느낌과 함께 왼손 두 번째 손가락에서 피가 세어 나왔다. 나는 급히 손가락을 입에 넣고 피가 멈추기를 기다렸다. 입 안에 피 맛이 퍼졌다. 조금 기분이 묘했다. 나는 서둘러 휴지를 가지고 와서 손가락을 둘둘 감고, 완성된 우동을 그릇 두 개에 나누어 담았다.

 

 그릇을 두 개 같이 들고 가면 위험하고 나도 무섭기 때문에 취사실에서 내 방을 두 번 갔다 왔다. 내 책상에 우동 두 그릇을 올려놓고 보이더를 불러냈다. 의자가 방에 한 개 밖에 없긴 한데, 뭐 그건 내가 바닥에 앉아서 먹으면 되니까.

 

 

 “뭐야? 무슨 일이야?”

 보이더는 머리를 기울이며 나에게 말했다.

 “, 보이더. 점심 안 먹었지?”

 “점심? 아직 안 먹었는데? 아직 점심때도 아니고.”

 “그래? 그러면 나 오늘 처음 우동 만들어 봤는데 먹어 볼래?”

 “, 우동?”

 “! 두 그릇 만들었으니까 같이 먹자.”

 나는 책상에 있는 우동 두 그릇을 보고 말했다. 보이더는 그걸 보며 눈을 반짝였다.

 

 “! 맛있어 보여! 이게 면이라는 거구나.”

 “. 같이 먹자.”

 나는 우동 그릇을 들고 바닥에 내려놓고 앉았다.

 “너 젓가락 안 들고 갔어.”

 “. 고마워.”

 보이더에게 잊어버린 젓가락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먹기 시작했다. 후루룩, 후루룩, 후루룩. 우동은 꽤 먹을 만 했다. 처음 치고는 잘 만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보이더, 맛있어?”

 “흐으윽... 흐으윽...”

 갑자기 건너편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보이더?”

 “이건, 감동이야!!”

 “?”

 보이더는 눈물을 흘리면서 우동에게 감격하고 있었다. 우동이라는 게 그렇게 감동적인 것이야? 나는 놀랬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면이라는 게 이렇게 부드럽고 맛있는 거였구나! 처음 먹어봤어.”

 “, 그렇구나.”

 보이더는 우동 면을 다 먹고 국물까지 다 마셨다. 보이더는 우동을 먹는 내내 눈물 머금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마음이 찡해졌다.

 역시 우동 만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보이더가 저렇게나 기뻐하고 있다. 아직 루어라는 녀석과의 싸움이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 내 곁에서 있을 때에는 조금 더 많이 웃어줬으면 하고 바랐다. 그래야 나도 조금 더 마음이 편하니까. 나중에 시간이 되면 보이더랑 맛있는 밥이라도 한 번 먹어야지라고 나는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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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더 후편 시작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분발하는 이야기꾼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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