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더2. 겨울 방학의 어느 날(2)

 

 

 

 

  소포 안에는 예쁜 하늘색의 시계와 편지가 들어있었다. 나는 그걸 보자마자 얼굴이 환해졌다. 태어나서 본 시계 중에 이게 제일 예쁜 것 같았다.

 시계를 꺼내고 나는 엄마의 편지를 찾아 꺼냈다. 편지는 상자 맨 아래쪽에 파묻혀 있었는데 그걸 또 억지로 꺼냈다. 언제나 똑같은 봉투에 하트 스티커가 붙여진 편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나는 편지를 봉투에서 꺼내서 읽었다.


 선우, 잘 있니? 너에게 보내는 네 번째 편지구나. 엄마는 이번 달도 선우 생각하면서 열심히 돈을 벌고 있단다. 편지에는 영국에 있는 엄마의 숨결이 녹아있었다. 나는 편지를 읽을수록 시야가 흐릿해져서 제대로 편지를 읽을 수 없었다. 편지를 읽고 눈물을 흘리는 내가 걱정이 되는 지 옆에서 시계를 요리조리 살피고 있던 보이더가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보이더에게 엄마의 편지를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엄마는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새로운 팬시 제품 개발을 시작했단다. 이번에는 팔찌가 아닌 수첩을 만들게 됐는데 꽤 디자인이 잘 된 것 같아. 아마 네 취향에도 맞을 거라고 생각해. 나중에 제품이 완성되면 너에게도 하나 보내줄게.

 선우는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지? 선우는 어떤 대학에 가고 싶어? 아니, 선우는 나중에 어떤 일을 하고 싶어?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해서 너무 허둥대지 말고 천천히, 네 꿈을 찾도록 해.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해도 선우가 행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엄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보이더가 떨리지만 담담한 목소리로 편지를 읽어주는 것을 들으면서 깨달은 것은 엄마는 언제나 내 걱정뿐이라는 것이다. 나는 지난 약 이년간 당신의 푸념을 적은 편지를 본 적이 없다. 편지에는 항상 엄마의 직장에서 만들게 된 신제품을 나에게도 하나 보내주겠다는 말과 내 고교 생활을 걱정하는 말 뿐이다. 딱 그 두 가지만 쓰여 있다.

 아마도 저 먼 한국의 외국어 고등학교에서 혈혈단신으로 공부하고 있을 딸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딸에게 엄마 걱정을 시키기 싫은 거겠지. 엄마의 섬세한 그 배려에 감탄하며 나는 내가 아끼는 앨범을 가져다 엄마가 보낸 세 번째 편지 옆 페이지에다가 그 편지를 끼웠다.

 

 엄마가 보내주신 영국산 고급 과자들, 디자인 좋은 옷 세 네 벌과, 페이지가 많은 연습장 여러 개를 구경하고과자하고 옷들은 나중에 슬비에게 보여줘야겠다. 엄청 좋아할 것 같은데?엄마가 선물해준 시계를 꺼내서 내 손에 차보았다. 자세히 보니까 시계에 달려있는 가죽 줄에는 약간의 펄이 들어있어서 손을 흔들 때마다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보이더도 이 시계를 찬 나를 보고서는 정말 예쁘다면서 칭찬해 주었다.

 소포에 있던 선물들을 다 수납장에 정리하고 영국산 과자 한 개를 보이더와 같이 나누어 먹으면서 손목시계를 구경했다. 하늘색 가죽 줄에 그려진 작은 예술이 나를 사로잡았다. 아마 우리 엄마도 이렇게 아기자기한 수첩을 만들고 있겠지. 그 생각이 나자 나는 하루 빨리 그 수첩을 받고 싶어졌다.

 L, O, V, E..... 가죽 줄에 그려진 영어단어를 읽다가 갑자기 손목시계가 강렬한 빛을 내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시계를 쳐다보았다. 뭐야, 왜 빛이 나는 거지? 그런 의문을 표할 시간도 없이 내 몸은 공중에 떠있었다!

 보이더가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봐왔다. 나는 보이더에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묻고 싶은 건 오히려 내 쪽이야! 나는 많이 당황했다. 왜 내가 산 안경도 그렇고, 이 시계도 그렇고, 왜 평범하지 않은 거야?

 잠시 후, 시계 속에서 사람이 나왔다. 이번에는 보이더처럼 작은 사람이 아니었다. 나랑 비슷한 키와 나이를 가진 남자아이 같았다. 머리에 쓴 붉은 색깔 헤드폰이 눈에 띠었다. 그가 눈을 뜰 때 나의 눈과 그의 눈이 마주쳤다. 그 자주색의 깨끗한 바다 같은 눈동자와 눈을 마주쳤을 때, 나는 부끄러워서 서둘러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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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서 잘랐습니다. 바로 이 다음 내용을 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내일 바로 3화 올리는 거로 결정했습니다. 이점 숙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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