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더6. 습격(1)

 

 

 

 

 

 

 대명 외국어 고등학교 삼학년 학생이 되었다.

 수도권과 지방 상관없이, 대한민국 전 지역에 서식하는 고등학교 삼학년들은 고등학교 일이학년들과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고삼은 고등학교 일이학년들과는 달리, 학교 정문 전광판에 번쩍거리는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의 남은 일수를 매일매일 자기 피부로 체감하며 살기 때문에 이젠 정말 수능이 눈앞에 닥쳤구나...... 라는 긴박감이 학교생활 내내 따라다닌다. 그리고 그 수능이 끝나고 고삼을 속박하고 있던 긴박감이 다 풀리는 순간에 그들은 무한한 자유를 느낄 것이다. 그때 그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볼 때에, 전국의 고삼들은 딱 네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수시로 대학을 가려고 준비하는 부류, 정시로 대학을 가려는 부류, 취업을 위해 자기 소개서나 자격증 등을 준비하는 부류, 이도저도 아니면 이번년도는 포기하고 재수를 준비하는 부류.

 난.. 네 번째 부류에 속했다.

 

 

 꿈을 제대로 찾겠다고 정한 날부터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었다. 이대로 대학을 가면 분명 난 또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설령 성적에 따라 알맞은 대학을 간다고 한들, 그 대학에서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을까? 내가 가야할 길을 똑바로 갈 수 있을까? 지금 이 상태로 대학을 간다면 나는 대학이라는 미궁 안에서 길을 헤맬게 뻔하다. 그래서 난 제대로 내 꿈을 발견하고 나서 대학에 가기로 정한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새로 배정받은 반에서 새로 배정받은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슬비도 같은 반이다) 그래. 나는 조금 느린 것뿐이다. 하나도 잘못된 것은 없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성급해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듣는 선생님들의 말들은 다 하나같이 이렇다.

 

 “, 이제부터 너희들은 고삼이다. 너희들은 마음가짐부터 달라야 된다.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라. 그렇게만 해준다면 선생님들도, 너희 어머니 아버지들도 무척 기뻐하실 게다.”

 

 “여러분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의 앞에는 대학입학이라는 인생일대의 큰 사건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이면 됩니다. 부디 이 시기를 잘 견뎌내셔서, 여러분 인생에 큰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시길 바랍니다.”

 

 선생님들의 교훈은 내 뇌 속에서 필터링 되어, 내 마음 속에 다다라서는 퍼런 상처를 남기는 날카로운 검이 되어 꽂힌다.

  

  

 대학, 대학에만 가라. 그러면 지금은 모든 게 잘 풀린다.

 

 인생의 넓은 숲을 찾기보다는 지금 네 앞에 있는 나무에 부딪치지 않도록 집중해라.

 

 부딪히는 것은 용서치 않는다!

  

  

 내 마음 방속에 꽂힌 무수한 검을 나는 바라본다. 떨린다. 흔들린다. 지금이라도 난 내가 흘린 퍼런 피 색에 삼켜질 것 같다. 하지만 용기를 낸다. 덜덜거리는 손으로 직접 검을 모두 뽑는다. 검을 뽑은 자리에서 퍼런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지만 난 애써 외면한다.

 

 그래. 어쩌면 그게 나은 길일 수도 있어. 하지만 내가 택한 이 길을 가지 않으면, 내 자신이 후회할 것 같단 말이다. 그래서 난 이 길을 가는 거야.

 

 교실을 둘러보면 다들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하고 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을 바라보면 오히려 내가 흔들릴 것이다. 끝까지 내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자면서 자신을 독려한다. 그래, 저런 건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에게는 나만의 방식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책상에서 하늘로 눈길을 돌린다.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의 하늘엔 검은색의 비행기가 멋지게 하늘을 날고 있었다. 오늘 정말로 날씨 좋네. 정말 이런 날씨는 밖에 나가 아무 카페에나 들어가서 가만히 창문만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문득 계약이 다 끝난 후의 헤일로와 보이더와 나. 이 셋이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떠올라서 몰래 쿡쿡 웃는다.

 

 그런데 잠깐.

 우리나라에 저렇게 새까만 비행기가 있었던가?

 

 뭐. 내가 비행기 회사들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저런 검은 비행기를 쓰는 회사도 있겠지. 난 그렇게 생각했다.

 

 ㅡ 선우!

 - ?

 ㅡ 도망쳐! 저 비행기 뭔가 좀 이상해!

 - ? 그냥 색깔이 좀 특이할 비행기일......

 아.

 그 비행기는 내 자리의 옆 창문 쪽으로 빠르게 돌진하고 있었다.

 

 

 “........ 우아아아아악!!!”

 ㅡ 선우, 도망쳐어어어!!!

 

 

 ‘챙그랑!!!!’

 

 그 날렵한 검은 비행기는 그대로 창문을 박살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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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07 0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

학도 2016-02-10 18: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더욱 더 분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