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더7. 습격(2)




 

 

 


 “아... 비행기? 저거 정말 비행기?”
 “꺄아아아아아아악!! 도망치자!”
 “우아아아아악!”
 교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모두들 어딘가에 걸려 넘어지고, 부딪히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입은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나도 자리에서 재빨리 나와 복도를 향해 달렸다. 젠장젠장젠장젠장!!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야!
 반투명 유리에 하얀 테두리를 두른 흰색의 문을 향해 정신없이 달렸다. 여기에서 저 비행기 비스무리한 물체에게 공격당하면 내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 꿈이 문제가 아니다! 생명이 작살난다! 자꾸 욕만을 뱉어내는 입을 달래며 난 교실의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열리지 않았다. 그 옆에 있는 창문을 열어보려고 해도 창문은 꿈쩍도 안했다. 아!! 이런 정말 뭐 같은 상황을 봤나?
 검은 비행기 같은 물체는 원래 내 자리에 상륙하고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검은 깃털로 한 눈을 가린 긴 장발의 여성. 루어 퀸비가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뭐야! 왜 탈출도 안 되는 거야?”
 “저, 저 사람은 뭐야!!! 누구냐고! 왜 하필 우리 반에 온 거야?”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여기서 도망칠 수는 없답니다. 제가 손수 친절히 결계를 걸어놨거든요. 저 잘했죠? 헷!”
 루어는 정말 깜찍해 깨물어 죽이고 싶은 미소를 지었다. 뭐야, 뭐가 잘했다고 웃어!
 “자, 그럼~”
 루어는 손가락으로 우리 반 아이들을 가리키더니 그들에게 눈을 맞췄다. 나는 급히 달려가서 막아보려고 했지만 뛰어가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막지 못했다. 루어는 그걸 보며 한 번 비웃어 준 다음에 눈에서 붉은 안광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 붉은 빛은 우리 반의 아이들을 감싸더니 그들 속으로 스며들었다.
 “자, 이제부터는 저 안경쟁이가 여러분들의 원수에요. 해치워 주세요!”
 “우와아아아, 선우를 죽여라! 선우를 죽여라!”
 나의 반 친구들은 무섭게 나를 노려보고는 돌진하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된 거야! 갑자기 무슨 일인데? 나를 향해 돌진해오는 친구들 중에는 슬비와 미애도 있었다. 잠시만! 미애가 왜 여기 있어? 우리반도 아니잖아.

 
 “젠장, 늦었나!”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아서 입을 벌리고 멍하니 있던 나의 옆에는 시계에서 나온 헤일로가 루어를 노려보며 말하고 있었다. 루어는 헤일로를 보고는 “어? 그새 식솔이 늘어난 것 같네요.”라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내 볼은 헤일로를 보며 붉게 물들고 있었다. 나는 끓어오르는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 헤일로에게 말했다.


 “헤일로, 여긴 왜? 너 여기 와도 괜찮은 거야?”
 “괜찮아. 단지 생명에너지를 못 얻을 뿐이지.”
 “보이더는?”
 내가 물어본 말에 헤일로는 곤란한 표정으로 무언갈 말하려고 했지만 반 애들이 우리들에게 돌진해오는 통에 말하지 못했다.


 “우아아아악! 정말 뭐야? 왜 우리 반 아이들이 나를 공격하는 건데!!”
 “아마도 루어가 뭔가를 걸어놨겠지.”
 헤일로는 우리 반 아이들을 피했다.
 “워먼덱스, 총.”
 헤일로의 한마디에 내 시계가 빛을 발하며, 그와 동시에 헤일로의 손에 총이 들려졌다. 그리고는 바닥에 총을 쐈다. 헤일로가 총을 쐈던 그 자리에 검은 색 얼음이 높게 솟아 있었다.


 “보이더, 그 녀석 엄청나게 떨고 있던데?”
 “보이더가? 자세히 좀 얘기해봐.”
 검은색 얼음이 반 아이들의 공격에 깨지려 하고 있었다.
 “아쉽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길 할 시간 따위는 없어. 빨리 피하자!”
 “어, 어!!”
 헤일로는 내 손을 잡아끌고 그 자리를 피했다. 피하기가 무섭게 검은색 얼음이 깨지면서 연기로 변하고 있었다.


 “선우, 나를 따라 외쳐!”
 “뭐, 뭘??”
 반 아이들은 자꾸 헤일로를 포박하려 달려들고 있었지만 헤일로는 능숙하게 아이들을 피하고 있었다.
 “워먼덱스, 총.”
 “워먼덱스, 총?”
 그렇게 외치자 이번에는 내 안경에서 빛이 남과 동시에 내 손에 헤일로와 똑같은 총이 들려있었다.


 “뭐, 뭐야? 이게!”
 “지금은 잔말 말고 공격해! 안 그러면 네가 다쳐!”
 “왜! 쟤들은 내 반 애들이라고?”
 “괜찮으니까 공격해! 쟤들 안 죽어. 내가 보장한다.”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친구들을 향해 총구를 대고 쐈다. 내 총에서 연기가 나왔다. 그 연기를 맡은 친구들은 하나둘씩 쓰러졌다.
 “미안! 정말 미안해!”
 하나 둘 친구들이 쓰러지고 나는 루어 퀸비를 향해서 돌진했다. 잘도 내 친구들을 이렇게 만들어 주었구나! 분노가 치밀었다. 왜 여기까지 와서 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지? 이러면 나는 모두에게 폐만 끼칠 뿐이잖아!
 난 친구들에게 총을 쏘아가며 루어를 향해 돌진했다. 친구들은 총의 연기를 맡고나면 쓰러져 잠들어버렸다. 루어, 너만 없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나는 루어에게 점점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이런 나를 누군가들이 막아섰다. 동공이 커지고 총을 꽉 지고 있던 손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왜, 왜, 내가 너희들에게 총구를 들어야 되는 걸까. 내가 왜 너희들을 쏴야하는 걸까.
 내 눈에는 나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 붉은 눈의 슬비와 미애가 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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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 : 해바라기 씨 딱 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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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불러줘
날 사랑해줘
아니 뭐, 이런 건 바라지 않을게
날 기억해줘
어느 노래 가사처럼
머릿속 구석자리라도 좋으니까
나를 너에게서 추방하지 말아줘
좀 이상한 애로 좀 답답한 애로
좀 특이한 애로 기억되어도 좋으니까
부디, 나를 잊지는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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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드세요. 별 기별은 없겠지만

 

 

From. 레스토랑 셰디 총 주방장
비스무리 셰디 바르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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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더6. 습격(1)

 

 

 

 

 

 

 대명 외국어 고등학교 삼학년 학생이 되었다.

 수도권과 지방 상관없이, 대한민국 전 지역에 서식하는 고등학교 삼학년들은 고등학교 일이학년들과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고삼은 고등학교 일이학년들과는 달리, 학교 정문 전광판에 번쩍거리는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의 남은 일수를 매일매일 자기 피부로 체감하며 살기 때문에 이젠 정말 수능이 눈앞에 닥쳤구나...... 라는 긴박감이 학교생활 내내 따라다닌다. 그리고 그 수능이 끝나고 고삼을 속박하고 있던 긴박감이 다 풀리는 순간에 그들은 무한한 자유를 느낄 것이다. 그때 그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볼 때에, 전국의 고삼들은 딱 네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수시로 대학을 가려고 준비하는 부류, 정시로 대학을 가려는 부류, 취업을 위해 자기 소개서나 자격증 등을 준비하는 부류, 이도저도 아니면 이번년도는 포기하고 재수를 준비하는 부류.

 난.. 네 번째 부류에 속했다.

 

 

 꿈을 제대로 찾겠다고 정한 날부터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었다. 이대로 대학을 가면 분명 난 또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설령 성적에 따라 알맞은 대학을 간다고 한들, 그 대학에서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을까? 내가 가야할 길을 똑바로 갈 수 있을까? 지금 이 상태로 대학을 간다면 나는 대학이라는 미궁 안에서 길을 헤맬게 뻔하다. 그래서 난 제대로 내 꿈을 발견하고 나서 대학에 가기로 정한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새로 배정받은 반에서 새로 배정받은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슬비도 같은 반이다) 그래. 나는 조금 느린 것뿐이다. 하나도 잘못된 것은 없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성급해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듣는 선생님들의 말들은 다 하나같이 이렇다.

 

 “, 이제부터 너희들은 고삼이다. 너희들은 마음가짐부터 달라야 된다.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라. 그렇게만 해준다면 선생님들도, 너희 어머니 아버지들도 무척 기뻐하실 게다.”

 

 “여러분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의 앞에는 대학입학이라는 인생일대의 큰 사건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이면 됩니다. 부디 이 시기를 잘 견뎌내셔서, 여러분 인생에 큰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시길 바랍니다.”

 

 선생님들의 교훈은 내 뇌 속에서 필터링 되어, 내 마음 속에 다다라서는 퍼런 상처를 남기는 날카로운 검이 되어 꽂힌다.

  

  

 대학, 대학에만 가라. 그러면 지금은 모든 게 잘 풀린다.

 

 인생의 넓은 숲을 찾기보다는 지금 네 앞에 있는 나무에 부딪치지 않도록 집중해라.

 

 부딪히는 것은 용서치 않는다!

  

  

 내 마음 방속에 꽂힌 무수한 검을 나는 바라본다. 떨린다. 흔들린다. 지금이라도 난 내가 흘린 퍼런 피 색에 삼켜질 것 같다. 하지만 용기를 낸다. 덜덜거리는 손으로 직접 검을 모두 뽑는다. 검을 뽑은 자리에서 퍼런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지만 난 애써 외면한다.

 

 그래. 어쩌면 그게 나은 길일 수도 있어. 하지만 내가 택한 이 길을 가지 않으면, 내 자신이 후회할 것 같단 말이다. 그래서 난 이 길을 가는 거야.

 

 교실을 둘러보면 다들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하고 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을 바라보면 오히려 내가 흔들릴 것이다. 끝까지 내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자면서 자신을 독려한다. 그래, 저런 건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에게는 나만의 방식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책상에서 하늘로 눈길을 돌린다.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의 하늘엔 검은색의 비행기가 멋지게 하늘을 날고 있었다. 오늘 정말로 날씨 좋네. 정말 이런 날씨는 밖에 나가 아무 카페에나 들어가서 가만히 창문만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문득 계약이 다 끝난 후의 헤일로와 보이더와 나. 이 셋이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떠올라서 몰래 쿡쿡 웃는다.

 

 그런데 잠깐.

 우리나라에 저렇게 새까만 비행기가 있었던가?

 

 뭐. 내가 비행기 회사들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저런 검은 비행기를 쓰는 회사도 있겠지. 난 그렇게 생각했다.

 

 ㅡ 선우!

 - ?

 ㅡ 도망쳐! 저 비행기 뭔가 좀 이상해!

 - ? 그냥 색깔이 좀 특이할 비행기일......

 아.

 그 비행기는 내 자리의 옆 창문 쪽으로 빠르게 돌진하고 있었다.

 

 

 “........ 우아아아아악!!!”

 ㅡ 선우, 도망쳐어어어!!!

 

 

 ‘챙그랑!!!!’

 

 그 날렵한 검은 비행기는 그대로 창문을 박살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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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07 0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

전설먼지 2016-02-10 18: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더욱 더 분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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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 : 다른 사람에게 쓴 웃음 지으며 살포시 건넨 사랑의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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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가르마 하나 명확하게 가르지 못해
이 상황이 딱 지금의 나를 비추는 것 같아 부끄러워서
문득 깨달으면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어
 
 
이런 어른과 아이의 중간 선상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나를 그래도 사랑해준다고 말하는 거니?
그건 진심인 거야? 거짓이 아닌 거지?
그저 난 이 감격이 꿈처럼 느껴져서 눈만 깜빡거려

 

 

 

넌, 이런 구질구질한 나를 사랑해주는구나
그래. 나도 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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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드세요 (므흣)
From. 레스토랑 셰디 총 주방장
비스무리 셰디 바르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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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 : 엄청나게 매운 불닭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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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고 있다 내 한계따위
남이 애써 가르쳐주지 않아도 내 한계는,
해가 지면 반드시 찾아오는 저녁처럼
내 안에서 스멀스멀 선명해져서
기필코 나를 잡아먹고야 만다
나를 깊은 물속에 잠기게 한다

 

그래서 난 그녀석을 모른 척 한다
그녀석이 있었는 지도 모르는 것처럼
이것이 나의 발버둥, 나의 최종 수단
이것 밖에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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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드세요
(뭐 전 매운 거 먹으면 눈물부터 나서 이거 못 먹어요. 아 잘 먹게 되고 싶긴 한데...)

 

 

From. 레스토랑 셰디 총 주방장
비스무리 셰디 바르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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