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윤명혜 지음 / 자유문학사 / 1991년 12월
평점 :
절판


윤명혜의 매력은 그 구성지고도 솔직한 입담이 아닐까 싶다. 박완서처럼 주접을 떠는 것도, 공지영처럼 청승을 떠는 것도, 양귀자처럼 새침을 떠는 것도 아니고, 그녀는 똑같은 아픔을 그리더라도 그것을 해학적으로 승화시킨다. 그러면서도 일체의 내숭 없이 직설적으로, 아주 솔직하게 그려낸다. 동시에 그녀는 현실의 문제점을 지독하게 예리하게 짚어내는 혜안을 지녔다. 그렇기에 그녀의 작품은 항상 내 피부에 착 감기는 경향을 보인다.

이 작품 <질투>는 벌써 10년 전, 1991년에 나와서 TV시리즈가 됐던 작품이다. 그러나 이 곳에 나온 여성 문제, 집안의 늙은 남편과 아내 문제, 젊은 남녀들의 사랑 문제, 결혼에 개입되는 수많은 사회적 체면적 변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그렇기에 오늘날에 읽어도 이 소설은 여전히 흥미롭다.

그녀, 윤명혜는 남녀 사이의 역학 관계를 아주 정확하게 짚어내는데 비상한 재능을 보이고 있는데 그것은 이 책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한 구절을 보자. 주인공의 어머니는 이혼했다가 돌아온 남편에게 외친다. '당신은 내가 정신병자가 되면 경멸할 것이고 정신병자가 되지 않으면 분개할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 남편이 바라는 <정신병자>란 무엇인가? 바로 남편에게 순종하고, 남편을 감싸면서 결코 남편 앞에 나서지 않는, 우리 모두에게 강요되어오던 지극히 평/범/한/ 조강지처 상일 뿐이다. 그러나 그 조강지처라는 미명하에, 얼마나 많은 아내와 어머니가 죽어났던가? 사회 생활을 다 끊고 집에 틀어박혀 남편을 뒷바라지한 아내를, 대화가 안 통한다고 무시하며 당당히 바람피우는 것이 남자들 아니던가. 작가는 그것을 이토록 날카롭게, 그러면서도 풍자적으로 집어낸다.

지금은 활동을 잘 하는 것 같지 않아 몹시 아쉬운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녀의 신작 소설은 이제 여성동아 문인들의 문예집으로밖에 볼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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