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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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가 출간된 초기를 기억한다. 결혼 초기, 여행을 좋아했던 우리 부부는 주말이면 전국을 돌아다니느라 바빴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 책에 소개된 곳을 포함해서 여행계획을 세웠었다. 그렇게 재작년 국내 답사 마지막인 '서울편'까지 모두 수집하고나서야 밀린 숙제를 다 한것 같은 뿌듯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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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편'도 출간되었으나 그 당시 큰 관심은 갖지 않았었다. 무엇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때가 쌍둥이가 태어나고 육아에 바빴던 시기였을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유홍준'이라는 이름은 언제나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기에 이번 책에서 다시 그때의 감흥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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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은 중국 여행이다. 이미 1권, 2권이 나왔지만, 이번 3권에서야 관심을 갖게 되었다. 듣기만 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어지만 그곳이 어디인지, 지금은 어떻게 남아있는지 알 수 없는 <실크로드>에 대한 답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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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책에서도 충분히 느낀 것이지만, 나는 그저 책을 읽으면서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래서일까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던 '누란'에 대한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내게도 전해졌고, 실크로드 최대 요충지라 불리는 '트루판'을 찾아가는 여정에 나도 함께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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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중간 중간 그곳의 사진이 들어있는데, 그 놀라운 장면들에 나는 감탄을 쏟아내기 바빴다. '쿰타크사막 모래산 정상' 사진을 시작으로, 항공모함과도 같은 '교하고성'을 거쳐 '베제클리크석굴' 풍광에서 나는 전율했다. 또한, 눈 앞에서 직접 그 광경을 본다면 그 감동은 얼마나 더 클까 잠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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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란에서 시작해 투르판을 거쳐 쿠차, 타클라마칸사막, 호탄에 이어 캬슈가르에서 이번 답사는 끝이 난다. 우연찮게 '실크로드' 여행의 마지막 편부터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앞의 책 1,2권도 구입해서 다시 한 번 여행 떠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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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 김솔 짧은 소설
김솔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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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 던지는 가벼움 속에서 뒷통수를 (아주 살짝) 가격하는 묵직함이 들어 있다. 나는 그 매력을 여섯번째 이야기 <친구>에 이르러서야 발견했다.

라오스에서 프랑스 음식점을 차린 친구의 부탁을 받은 미슐랭가이드 평가원인 모헤드. 친구의 요리에 감탄하던 중 그 요리의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다. 모헤드와 동시에 내 몸에서도 전율이 느껴졌다.

▪️그 순간, 모헤드 씨는 정수리에서부터 발뒤꿈치까지 순식간에 흘러가는 전율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짧은 소설 40편이 두개의 카테고리에 나누어져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세상을 대하는 작가의 시선이 흥미롭다.

흥미로운 이야기 또 하나. <재앙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는 방법> 편의 마지막 부분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소설에서 과학적이고 뭔가 대단한 결론을 기대했나보다.

▪️"피할 수 없는 불행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야말로 불행을 피하는 방법"이라는 문장으로 끝났다.

<직장인들의 대화> 편의 팀장은 정말이지... 얼굴에 사직사를 던지면서 한대 때려주고 싶었는데, 화를 참고 겨우 읽어갔는데 마지막이 왜이래. 쉽게 흥분한 내 자신에게 미안해진다.

이 책 매력 넘친다.

물론 내가 미처 의미를 파악하기 전에 내용이 끝이나 두장을 한번에 넘긴건 아닌가 다시 뒤적인 작품도 있고,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한건지 알수가 없어 다시한번 처음으로 돌아간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이해해야만 작가를, 작품을 안다고 할수있는건 아니니까. 소설이라 용서될거다.

의료장비를 이용해 식물인간과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 <증거재판주의>. 그러한 대화가 가능해진 이후 식물인간의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한다. 그들이 갖고 있는 비밀이 공개될까 두려워한 이들이 저지른 또 하나의 나쁜짓이겠지.

동시에 수정된 냉동배아를 활용해서 8년 하고도 16일 뒤에 태어난 동생을 '쌍둥이 동생'이라 부르는 작품 <복제>. 이 책을 덮고 난 지금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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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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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나는 우리 문학사에서 빠진 산업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워 그들의 근현대 백여년에 걸친 삶의 노정을 거쳐 현재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뿌리를 드러내보고자 하였다.
▪️이것은 유년기의 추억이 깃든 내 고향의 이야기이며 동시대 노동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이 소설을 한국문학의 빈 부분에 채워넣으면서 한국 노동자들에게 헌정하려 한다.

이십오년 동안 공장 노동자로 일하고 오십대 초반에 해고당한 후 발전소 공장 건물 끝 굴뚝에 자리 잡은 이진오의 모습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증조할아버지 이백만, 할아버지 이일천, 아버지 이지산의 이야기를 이진오는 굴뚝에서 차분하게 풀어간다.

할아버지를 따라 월북했다가 부상당하여 반공포로가 되어 돌아온 아버지, 증조할아버지 이백만의 결혼 이야기, 할아버지 이일천과 그의 동생 이이천의 이야기가 이진오의 시선에서 펼쳐지는데, 사실 내가 그 자리에 서있고 이진오가 옆에서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시대적 배경은 <토지>와 유사하다. 일제의 감시, 그들의 강압에 의한 노동 현장. 일제 주도의 철도 건설을 조선 백성의 피, 땀, 눈물과 맞바꾼 결과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차츰 난폭해진 그들은 칼과 총으로 무장하고 조선인 노동자를 소나 개처럼 부렸다.

할아버지 이일천에서부터 일제시대를 거쳐 아버지 이지산, 그리고 현재 이진오까지 이어져 온 노동자의 삶이 고단하게 그려질 것 같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고 끝이 나지만 가제본을 통해 기대감을 끌어올리려 했던 내 계획은 어찌되었든 들어맞은 것 같다.

<철도원 삼대>를 통해 그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할아버지의 노동, 아버지의 노동 그리고 현재 나의 노동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하는 것이었을까. '맑은 날, 폭풍의 날도 다 지나간다'는 작가의 말이 힌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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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과 기분
김봉곤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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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부터 심상치 않다. 이런 표현 때문에 내가 김봉곤의 작품을 애타게 기다린 것인가... 잠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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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에게서 시간과 문자가 전송되어 왔을때, 공소시효가 지나 원고인을 맞닥뜨린 사람이 과연 이런 심경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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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인 '나'와 혜인 그리고 해준. 혜인으로부터의 연락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마지막으로 사귄 여자가 혜인임을 밝히며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오랜만에 혜인을 만나러 가는 것으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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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작가의 퀴어소설을 다 읽어내지 못했던 나약한 나였는데, 나도 이제 이 정도는 받아들일 정도로 내공이 조금은 쌓인것 같다. 내가 받아들일수 있을 정도까지 수위 조절을 잘 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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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과의 추억은 대학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시절 내가 대학생이던 때와 비슷한것 같았다. <채연과 버즈의 노래>가 돌림노래처럼 들렸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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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내랑 사귈래?"
"니랑 사귀다가 깨지면, 존나 쪽팔려서 확실히 대학 옮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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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늙어 다시 만난 둘. "니는 니가 기다리는 것만 기다릴 줄 알잖아"라고 말하고, 그 말에 어딘가 꿰뚫린 기분을 느끼는 나. 이건 또 뭔가. 잠시도 쉴 틈을주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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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둘이 좋았던)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전개하는 방식은 이제 꽤나 익숙하다. 현재와 과거를 말하는 장소가 확연히 달라 혼란스럽지 않다.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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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그 시절과 그때의 기분, 현재까지 이어지는 그때의 그 기분. 마음먹은 말을 결국 하지 못한 것은 과거 그때, 그 마음을 느꼈기 때문일까. 그정도면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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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간의 이야기인줄 알았다가 이성간의 이야기라 한시름 놓고 마음껏 빠져들었다. 좀 읽다보니 벌써 마지막 페이지가 보일 정도로 짧은 것은 정식 출간될 소설집을 위해서일까 아님 내가 그렇게 느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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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시절과 기분> 한편만 들어있음에도 충분히 기대할만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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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피플 아르테 오리지널 11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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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을 맺는건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라고 한줄로 말하고 싶다.

그렇게 먼 길을 돌고돌아 메리앤과 코넬은 만나고야 말았다.....고 생각한 순간 또..... 무엇이 그리도 힘든가.

특별한 계기들은 계속해서 그들에게 발생한다. 그런데 그것들이 결정적인 한방이 되지는 않는다. 그저 안타깝고 허무하기까지 하다.

작년 여름에 읽었던 <아들의 밤>과 올해 초 읽은 <스토너>가 생각났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상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 닮아있다. '결정적'이라고 할만한 사건은 없다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넬과 메리언으로 대표되는 청춘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삶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사회적 지위, 대중의 시선에 대한 불편 따위는 결국 별것 아닌 것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225쪽에 등장하는 메리엔의 생각은 쉽게 잊히지 않을것 같다.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왜 평범한 사람들처럼 될 수 없는지 모르겠어
*왜 사람들이 날 사랑하게 만들지 못할까?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뭔가 문제가 있었나

메리앤이 고민하는 것에 대한 과정을 나는 이미 지나왔으나, 내 딸과 아들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로 힘들어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코넬과 메리앤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젊은 두 남녀 일상 따라가다보니 어느덧 이 책은 끝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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