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 김솔 짧은 소설
김솔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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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 던지는 가벼움 속에서 뒷통수를 (아주 살짝) 가격하는 묵직함이 들어 있다. 나는 그 매력을 여섯번째 이야기 <친구>에 이르러서야 발견했다.

라오스에서 프랑스 음식점을 차린 친구의 부탁을 받은 미슐랭가이드 평가원인 모헤드. 친구의 요리에 감탄하던 중 그 요리의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다. 모헤드와 동시에 내 몸에서도 전율이 느껴졌다.

▪️그 순간, 모헤드 씨는 정수리에서부터 발뒤꿈치까지 순식간에 흘러가는 전율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짧은 소설 40편이 두개의 카테고리에 나누어져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세상을 대하는 작가의 시선이 흥미롭다.

흥미로운 이야기 또 하나. <재앙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는 방법> 편의 마지막 부분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소설에서 과학적이고 뭔가 대단한 결론을 기대했나보다.

▪️"피할 수 없는 불행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야말로 불행을 피하는 방법"이라는 문장으로 끝났다.

<직장인들의 대화> 편의 팀장은 정말이지... 얼굴에 사직사를 던지면서 한대 때려주고 싶었는데, 화를 참고 겨우 읽어갔는데 마지막이 왜이래. 쉽게 흥분한 내 자신에게 미안해진다.

이 책 매력 넘친다.

물론 내가 미처 의미를 파악하기 전에 내용이 끝이나 두장을 한번에 넘긴건 아닌가 다시 뒤적인 작품도 있고,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한건지 알수가 없어 다시한번 처음으로 돌아간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이해해야만 작가를, 작품을 안다고 할수있는건 아니니까. 소설이라 용서될거다.

의료장비를 이용해 식물인간과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 <증거재판주의>. 그러한 대화가 가능해진 이후 식물인간의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한다. 그들이 갖고 있는 비밀이 공개될까 두려워한 이들이 저지른 또 하나의 나쁜짓이겠지.

동시에 수정된 냉동배아를 활용해서 8년 하고도 16일 뒤에 태어난 동생을 '쌍둥이 동생'이라 부르는 작품 <복제>. 이 책을 덮고 난 지금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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