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처 Signature -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는 나만의 경쟁력
이항심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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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는 인간의 심리적 자산에 맞추어 스스로를 강화시키는 방법을 알려준다. 어째 얼마 전에 읽었던 <아비투스>에서 상류층의 7가지 아비투스 중 그 첫 번째였던 "심리 자본"을 한국 상황에 맞춘 "심리적 자산"으로 바꾸어 쓴 본격 실행편이라고 느꼈는데, 알고보니 이 두 책이 모두 같은 출판사였다. 


인기가 굉장히 많았던지 두 번째로 실행한 서평 이벤트에 선정되서 책을 받게 되었는데, 특이하게도 여기는 블로그나 서점 등에 감상평을 쓸 필요없고, 오직 인스타그램 하나에만 짧막하게 감상평을 올리면 된다. (덕분에 그동안 방치했던 인스타그램 계정을 재가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스타그램 이벤트만 하면 되는데 굳이(?) 이렇게 길게 서평을 쓰는 이유는... 책이 괜찮아서.



가독성이 높다. 


앉아서 화장실 2번만 가고 5시간 내리 읽어서 끝냈다. 재미도 있고, 정보도 많고(역사적 배경, 전문 지식 모두 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설명도 쉽게 잘한데다가, 작가가 본인의 개인적인 상황도 적절히 녹여내면서 전문적인 이야기도 그 사이사이에 잘 풀어냈다. 게다가 독자층을 정확하게 겨냥해서 - 한국 사람들이 더 쉽게 공감하고 이입할 수 있게 한국에서 성공한 사람들 12명을 인터뷰했다 -  상황에 맞게 글을 잘 썼다. 



무엇보다 <아비투스>는 상류층에 대해 냉철하면서도 진지하고, "진짜로" 분석한 책인 것은 확실하지만(그래서 추천한다), 저자가 '이렇게만 하면 우리도 상류층의 아비투스를 가질 수 있다, 이렇게 훈련하면 된다, 우리도 상류층이 될 수 있다!'라고 제시했던 글들은, 내가 실제로 그 문턱에 다가갔다가 나가 떨어져본 사람으로서 대부분의 비상류층 사람들은 - 그 옛날 모차르트처럼 그냥 어찌저찌해서 궁정에서 피아노는 칠 수 있을지언정 정식으로 궁정 피아니스트(궁정 악사였나?)로 임명되지는 않고 여기도 저기도 아닌 그 중간에 끼어 괴로워하며 죽었던 것처럼, 말이 훈련이지 사실 상류층의 아비투스는 몇 십년, 길게는 몇 백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거라 한 세대만에, 몇 년안에, 그것도 나 혼자만으로 상류층의 아비투스를 체화할 수 있는 건 매우 무리가 있다. 그래서 그 책에서 나는 아니라 오히려 크랩 멘털리티에 더 공감이 갔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런 상류층의 아비투스 중 첫 번째의 "심리 자본"에서 비슷하면서도 약간 방향을 바꾸어서, 한국 상황에 알맞으면서도 "심리 자본"이 아닌 "심리적 자산"에 초점을 두고 상류층이 되냐 안되냐가 아닌, 돈이 많고 좋은 대학을 나와도 모두 다 성공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만만한 세상이 아닌만큼, 이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잘 살 수 있게 "심리적 자산"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전문적인 지식과 배경을 토대로 설명하고, 매 장 끝마다 실질 훈련법을 한 장으로 간추려 제시하고 있다. 


목차가 잘 되어 있다. 


과거와 다른 현재, 패러다임 변화와 이에 따른 심리학의 변화,

그리고 이렇게 달라진 현대 사회에서 중요해진 "심리 자산".

만족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 심리 자산 7가지, 그리고 그들처럼 잘 살기 위해 키워야 하는 심리 자산 7가지와 이를 강화시키고 훈련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들. 


이 책에서 시그니처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한 끗,

즉 나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자기다움 중에 

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대표적인 강점을 말한다. 


설명을 잘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저렇게 그림으로 다시 비교 설명해 줄 필요는 없는데, 

매 장마다 저렇게 그림으로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핵심 이론이나 역사적 배경을 보여주고 있다.



"follow your heart 네 마음을 따라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감’은 신경심리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대뇌핵의 역할에 대해 연구한 신경심리학자 매투 리버먼은 
대뇌핵이 우리 뇌에서 종족 유지 및 생존과 
관련된 본능적인 욕구를 관장하는 영역이라는 걸 알아냈다.
또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상황에 대한 행동을 파악하고 
정보를 종합해 일정한 패턴을 찾아낸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래서 대뇌핵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나에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직감을 통해 전달해준다.
하지만 대뇌핵은 언어 피질과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우리는 그 감각을 몸으로만 느낄 뿐 그 이유나 배경을 언어로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라고 말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직감이 좋은 사람이라면 직감을 믿고 한 일이 좋은 결과를 불러왔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에 집중하는 것은 이 일이 
내 시그니처에 부합하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


저자가 시그니처를 강조하면서 그에 밑바탕이 되는 심리적 자산을 이야기하며, 이 역시 시대 변화에 따라 중시되는 자산의 유형이 변형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옛날에는 전통적 경제적 자산(what you have, 재정, 물질적 자본)이 중시되었다가 그 다음은 지적 자산(what you have, 지식, 기술 아이디어), 그 다음은 사회적 자산 (who you know, 사회적 관계, 네트워크, 동료, 가족) 그리고 2020년 현재는 지금은 심리적 자산(who you are, 자기 효능감, 낙관성, 자아 탄력성, 열정, 끈기). 

나 역시 이런 분석에 동의한다.


그러니까, 돈 많고 예쁘고 잘 생기고 좋은 대학 나오면 확실히 사회 생활에 유리하게 작용되는 건 맞는데, 어느 순간 가면 이 모든 게 도움이 안되고 그다지 의미가 없는 순간이 온다. 그걸 옛날에는 돈, 가족, 인맥 등으로 보충되고 무마되었지만, 왜 똑같은 무언가를 겪었을 때 누군가는 좌절하고 나가 떨어지는 반면, 누군가는 툴툴 털고 금방 잘 일어나는가에 관심이 많아진 것도 이런 이유였다. 


"심리적 자산은 ‘당신은 누구인가?’에 관한 것이다.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은 다소 철학적인 개념이지만
주로 타고났거나 개발된 자신의 심리적 강점이나 특성, 상태 등을 포함한다.


‘존재 being’가 핵심 키워드이며 
자기 효능감, 자신감, 낙관성, 자아 탄력성 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시그니처를 키우는 심리자산 -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비밀이라는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기회와 운을 창출하는 능력 - 계획된 우연

2. 실패를 경험으로 여기는 태도 - 학습목표 지향

3. 내가 나를 믿을 때 나타나는 잠재력 - 자기 효능감

4. 나를 성장시키는 타인의 신뢰 - 반사된 효능감

5. 결과에 대한 믿음 - 긍정결과기대

6.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열정 - 그릿

7. 내가 하는 일의 선한 영향력 - 의미있는 일


개인적인 관심은 2번, 3번, 그리고 5번. 

그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은 - 


1.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 실패를 대하는 태도. 

수행목표 지향 VS 학습목표 지향. 

두 가지의 차이점을 보니 나는 수행목표 지향이라 다른 사람들보다 더 괴로웠던 거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2. "follow your heart 네 마음을 따라라" 

사실 이건 꼭 이 책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많이 나온 컨셉인데, 여기서는 직접적으로 뇌신경심리학자 입장에서 분석해줘서 좋았다. 직감과 시각화는 실제 심리학에서 과학적으로 증명된 개념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말하는 비젼 보드라든가, 보물지도, 미라클 모닝이라는 개념은 결국 스포츠 선수들이 하는 이미지 트레이닝 방법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뭐랄까..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도 결국 같은 카테고리 안에 들어간다고 느꼈다. 

사실 실패해서 좌절하는 해결 훈련 방안으로 제시된 부분은, 이미 여기저기서 많이 봐왔던 방안들이라 새로운 건 없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좌절해서 무기력해지고 늘 우는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방법/훈련 방안은 이 책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에서도 제시되는 방법이 전부인 것 같다. 


문제는 이걸 매일매일 하는 건데...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면서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는 걸 다시 멀리 치우면서 계속 조금씩 실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 외 인상적이었던 개념은 2가지였는데, 잡 크래프팅과 에콜 42.


1) 잡 크래프팅 - 디즈니 청소 스태프 사례. (오 이마트의 검은 장갑이 생각났음)

2) 에콜 42 - 프랑스 사례. 우리나라에는 같은 개념으로 '몽실학교', 2020년 1월부터는 '42서울'이라라고 불리며 실제 이 학교가 실행 중이라고 함 (서울만 하고 있는 것 같고, 시작한지 얼마 안된 것 같음)


요즘 이런 심리 분석 책들이 많이 나오는 모양이다.


힐링, 치유, 공감이 중점을 이루다가 이제는 분석을 통한 개인 정신력 강화 트랜드로 가는 모양. 

심리학에 대한 역사, 사회 배경과 분석,


그리고 한국형에 맞는 '심리적 자산'을 훈련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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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 달을 산다는 것 - 여행 같은 일상, 일상 같은 여행
양영은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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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벤트 참 좋다. 모두 다 힘든 코로나 시기, 함께 이기자는 이벤트의 일환으로 출판사 측에서 신청자에 한해 무료로 책을 나눠 주었는데, 감사하고 기뻤다.

21세기는 기업의 이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이런 사회 공헌(?!) 프로젝트가 더 각광받는 시기잖아. 예를 들어 파타고니아 브랜드처럼 '아무 회사에게나' 자신들의 옷을 팔지 않는 기업 정신이라든가,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이라든가, 환경 및 사회 문제를 고려해서 공모전을 열어 실제로 수상작을 다음 해에 실용화하는 통신사라든가... 어떤 출판사는 동물관련 책만 출판하는데, 책 판매 일정 부분은 유기견 보호소 사료로 기부를 하더라. 같은 물건을 사야 한다면 자연스레 이런 쪽 일을 하는 기업쪽으로 소비자가 기울어지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서평 의무가 없지만, 그래도 '이벤트'로 받은 책이니 간략하게나마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려고 한다.



20명이 각각 10페이지에서 20페이지 정도, 자신이 일본에서 한 달간 살았던 경험을 쓰고 있다.

프리랜서도 있고 학생도 있고, 직장인도 있고. 글들도 다들 잘 써서 읽는 데 거부감이 없었고 어떤 글들은 개인적으로 공감가는 부분도 꽤 있어서 조금 더 길게 썼으면 좋았을텐데 싶은 사람들도 있었다. 몇 명의 글에서는 현지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와 개인적인 조언도 꽤 있어서 해당 도시로 장기간 머무르는 사람들이라면 유용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이 책의 단점을 꼽자면 딱 두 가지인데,

일단 하나는 목차에서도 보여지듯이 한 달 살기 도시들이 묶여있지 않고 나누어져 있다는 점. 묶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도쿄면 도쿄로 다 묶고, 교토면 교토로 다 묶고, 이렇게 하면 독자가 해당 도시에 산 사람들에 대해 비교도 되고 그 도시에 대한 이해도도 더 높아졌을 것 같다.

그 다음은 - 이건 사람마다 느끼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일본에서 한 달 살기를 계획하려는 사람들이라면, 20명 중에서 5~7명은 일본에서 한 달 살기 경험이 무려 10년 전인 사람들 글이 있어서 - 본인이 중점을 두는 한 달 살기 계획에 따라 도움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 책 출판 날짜가 2019년인데 2010년이나 2011년에 살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한 달 수기를 쓴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그 글들도 다 재밌었지만, 만약 이제 그 도시에 살려고 계획을 짜는 사람들이라면 그 10년 사이에 여러가지가 바뀌었을 수도 있으니까...



외국어 공부하는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은데, 나는 학원이나 스터디 모임보다는 혼자 공부하거나 인터넷 강의가 더 잘 되었기 때문에 위의 글에 공감이 갔다. 여담이지만, 난 꼭 현지에 가야 현지 언어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따지면 난 러시아어를 잘 해야하는데 할 줄 아는 건 그저 욕같은 '고맙습니다'밖에 없으니까. 결국 본인 마음 문제인 것 같다. 시간 문제가 아니라.

...확실히 무언가를 '같이'하면 더 잘 할 수 있는 건 맞다. 그걸 모르는 게 아니다. 외국어를 배우러 외국에 가는 이유도 그렇게 '같이' 할 수 있는 환경에 스스로를 넣기 위함일 거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운동하기 싫다가도 헬스장가면 운동을 무조건 2시간씩 하게 되는 것처럼. 그런데 그냥... 개인의 성격 차이로 그런 '같이 환경'이 맞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 오히려 더 부스터를 받는 경우도 있다는 거.



일본에 살면서 한국과 다른 여러가지 주의 점들이 나온다.

예를 들어 소비세 문제라든가, 식당에서 주문하지 않아도 나오는 오토시라든가, 남자 목욕탕에 여자 세신사가 있는 일이라든가, 집 계약 문제, 셰어하우스 이야기, 자전거 사용 방법(교토), 3.8리터 생수통이 있으면 무료로 마트에서 물 제공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든가... (그런데 3.8리터 들기를 아무리 운동이라고 생각해도 너무 무거울 것 같은데....) 그리고 매우 특이하게 생각했던 어학원 기숙사 이야기. 어학원에 기숙사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거기서 전기세를 비롯해 관리비 문제는 전혀 모르는 부분이라...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어쩐지 일본어가 배우고 싶어져서 일본어 교재를 검색하던 중, 우연히 어떤 출판사의 일본어 어학 교재 서평 이벤트를 보고 신청했는데 덜커덕. 선정되어 버렸다. ...이거 나보고 진지하게 일본어 공부하라는 거 맞지?

이 책의 작가들처럼 유창한 일본어가 아니라 그냥 여행할 때 간단하게 일본어 정도만 할 수 있는 레벨이 되었으면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일단 히라가나부터 난 모르겠어요. 그래도, 요근래 우울하던 와중에 (대체 난 이 도시에서 얼마나 임시 거주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어야 하는거야!!!라고 울부짖으며) 간만에 무언가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나도 이 사람들처럼 한 달 살기 여행한다고 생각하고 일본어 한 번 공부해보려고요.

...역시, 다소 힘들고 괴로운 날들이 있어도 매일매일 열심히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나는 것 같다.

좋은 기운같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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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교육의 오래된 비밀 - 탈무드에서 찾은 세계 1퍼센트 인재 교육법
김태윤 지음 / 북카라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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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은 상대방의 family name만 보고도 그 사람이 유대인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는데, 나는 그 정도의 분별력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내가 아는 유대인 친구는 딱 두 명뿐이지만 의외로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 중에 더 많은 사람들이 유대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작가가 책에도 언급했듯이 유대인을 규정하는 조건 두 가지는 모계와 유대교 여부 뿐이니, 어쩌면 내가 만났던 사람들 중 상당 수가 유대인이었을 수도 있었겠다.

이 책은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유대인 자녀 교육의 종합 요약본같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미 유대인 교육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라면 메리트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읽을거리가 넘치는 책이다.

작가 이력을 보니 꽤 화려해서 실질적으로 유대인을 인터뷰하거나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없었다. (그나마 그에 가깝게 나왔던 부분이 '이스라엘에 사는 한국 교포들에 따르면 유대인들을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는 문장뿐이었다.)


유대인이라고 하면 지금도 질투와 부러움을 갖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대인에 대해 갖는 동경과 선망은 무서울 정도로 강한 것 같다. 유대인 친구 두 명과 예전에 했던 이야기 중 하나가 한국에서 유대인 교육에 대해 관심 많은 거 아냐였는데 - 너희들이 컬럼비아대와 예일대 나온 이야기를 유대인 입장에서 책을 내면 한국에서 어마무시하게 팔릴거다,라고 말했더니 - 그 두 명은 다 비슷한데 왜 그리 관심이 많지, 그래도 유대인을 싫어하는 것보다는 좋다면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

여기서 "다 비슷한데"라는 말은 열성적인 교육열을 가진 부모를 두었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졌을 훈련 과정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도 있지만 다른 거 말야, 탈무드라든가, 물고기를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말 말이야, 라는 거 말하다가 "아 그런 거... 물론 그런 게 있지. 라바이들 만나고 그러는 거? 그런데 유대교도 꽤 다양해. 종교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 집처럼 그런 거 별로 신경 안쓰는 유대인들도 많아." 실제로 나중에 이 친구가 결혼한 사람은 중국 사람이었으니 뭐.


 
 목차를 보면 - 우리나라 자녀 교육 상황을 살펴보고, 그 다음에 유대인의 정의, 그 다음 유대인들의 자녀 교육 과정을 나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대인들보다 더 많이 유대인 자녀 교육에 대해 알 수 있다.

읽으면서 간혹 한국 사람들은 다 도교나 불교를 믿고,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지 않냐고 묻는 외국 사람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읽으면서 약간 갸우뚱했던 부분인데, 어떤 유대인 학교를 말하는거지? 이스라엘에 있는 유대인 학교를 말하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정말 성적표가 없는지도 모르지만... (왜냐하면 내가 말한 유대인 친구 두 명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애들이라 - 게다가 이스라엘에 한번도 가 본적이 없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 사는, 아래 사진에서 작가가 썼듯이 전국적으로 15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유대인 중 830만 명이 전세계적으로 퍼져 사는데 - 학교 성적표가 없으면 다른 나라 진학이 쉽지 않을텐데. 유아원까지는 성적표가 없다는 건가? 이 부분은 상세하게 적혀 있지 않아서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이스라엘에서 태어나서 자란 유대인과 그렇지 않은 유대인들의 차이인가;

...그리고 유대인들만 구구단을 외우지 않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일본, 중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 외에 음악처럼 좔좔 외워가며 구구단을 외우는 나라는... 내가 알기로는 없다. 외국 애들은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게 계산기를 들고 학교에 가서 산수와 수학을 배운다.


책에 나와 있는 유대인 교육의 핵심은 전인교육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정말 많은 유대인의 자녀 교육 방법이 나와 있지만, 그 중 하나만을 꼽으라면 히브루타라고 하겠다. 토라, 탈무드, 인성 교육, 종교 교육, 경제 교육 등등 중에서 가장 관심 있었고 가장 유용한 동시에 한국 사회에도 대입시켜 실행시킬 수 있는 자녀 교육법은 히브루타라는 대화법이라고 생각한다. 하버드에서 하는 질문하고 대답하고 질문하고 대답하는 소크라테스식 대화법과 비슷한데, 결국 모든 가정 교육의 근간은 대화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히브루타는 두 명씩 짝을 이뤄서 질문하고 대답하며 토론하는 대화법인데, 이 때 상대방의 지위나 성별이나 나이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인간 대 인간으로서 상대방을 존중하며 생각/의견/말을 듣고 말하는 대화법이자 자녀 교육 방법이다.

이렇게 자신을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고,

그 말이 무시당하지 않고 (부모가 경청하고 자녀의 생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다시 말로 표현하며 주고 받는다는 점에서) 자신의 생각이 존중받는다는 것을 알고 크는 아이라면, 그 아이가 유대인이든 아니든 상당한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고 자랄 것임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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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꼬마 모두를 위한 그림책 32
이마무라 아시코 지음, 사카이 고마코 그림, 조혜숙 옮김 / 책빛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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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에게는 “이쁜이 이불”이라는 작은 천 조각이 있었다. 스누피의 라이너스처럼 어딜가나 가지고 다녔는데 어느 날 엄마가 더럽다면서 버렸다. “이쁜이 이불 이쁜이 이불 어디갔어” 찾는데 엄마가 버렸다고 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음이 터져라 울었는데 어찌나 슬프고 어찌나 아프고 어찌나 억울하던지, 중년이 된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남아 있다. 아마 그때 내 나이가 4살. 많아야 5살? 유치원 들어가기 전이었으니까 그 나이대였을 것이다. 엄마는 더럽다면서 버렸지만(더러운 게 당연하다 정말 어딜 가나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애초 그 “이쁜이 이불”은 내가 안아달라고 하면 짜증내는 엄마 때문에 대신 가지고 다녔던 거라. 


이 책은, 그렇게 사라진 나의 “이쁜이 이불” 입장에서 쓰여진 예쁜 동화같다.



이야기 시작은 늘 꼬마에게 괴롭힘(?)을 당해 지친 사자 인형과 코끼리 인형, 기린 인형의 가출에서 시작된다.

코끼리 인형은 매일 꼬마가 자신의 귀에 코 풀고 입 닦아 화가 나고,

사지 인형은 매일 꼬마가 자신의 코를 깨물어서 화가 나고,

기린 인형은 매일 꼬마가 자신의 “목을 콱 잡고는 해머던지기 선추처럼 멀리 던져 버려”서 화가 난다.

그래서 모두들 이 집을 떠나기로 한다.



집을 떠나서 가기로 결정한 곳은 자신들의 고향, 동물원 인형 가게.

아. 어떻게 가나.

버스를 타야 하나 지하철을 타야 하나 택시를 타야 하나. 



고향으로, 그러니까 동물원 인형 가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 택시든 버스든 지하철이든, 일단 어떻게 타지?

겨우 돌아간다 하더라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 이렇게 외모가 망가졌는데?

인형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때 갑자기 쥐가 나타난다. (인형이 아니다!)

쥐가 나타나서, 자신도 가출한다고 한다.

꼬마가 너무 울어서 짜증난다면서.

사라진 자신의 코끼리와 사자와 기린을 찾으며 너무 울어서, 시끄러워 더 이상 이 집에 못 살겠다면서. 



쥐의 말을 듣고 꼬마가 어떤지 확인하는 코끼리, 기린, 그리고 사자.

목이 터져라 울고 있는 꼬마를 보고 코끼리와 기린과 사자 인형은 마음을 바꾼다. 

그것이 괴롭힘이 아니라 사랑이었음을 느꼈기 때문이겠지. 



내가 "이쁜이 이불"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놀란다. 어떻게 그때 일을 기억하냐고, 그때 네가 몇 살이었는지 아냐고. 그리고선 대화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어린 시절을 기억하다니 넌 분명 머리가 좋다는 식으로. 그런데 그건 머리가 좋아서 기억하는 게 아니라(내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아인슈타인급 아니면 99.9% 사람들 머리는 다 거기서 거기다) 너무 강렬한 감정을 경험했기에 기억하는 건데, 미안함인지 무지인지 부모는 자꾸 엉뚱한 대답을 늘어 놓는다. 


그래서 나는 동화를 좋아한다.

내 마음 어느 한 곳에 있었던 아팠던 기억을 치유해 주기 때문에. 


내가 늘 가지고 다녀서 늘 더러웠던 나의 "이쁜이 이불".

얼마나 도망치고 싶었을까. 

...차라리 도망쳤다고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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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제린
크리스틴 맹건 지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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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에는 소설 제목이 ‘귤’인줄 알았다. 탄제린이라고 해서.

스릴러라면서 한국말로 제목이 <귤>, 이렇게 하면 어딘가 민망(?)해서 그냥 영어 제목으로 <탄제린>이라고 한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탄제린은 귤과 동음이인어라는 걸 알았다. 모로코의 도시 탕헤르, 그리고 그 도시에 사는 외국 사람들을 현지인들이 탄제린이라고 부른단다.

이 책은 1956년 모로코의 도시 탕헤르에서 대학교 동창이자 룸메이트였던 영국 여자 앨리스와 미국 여자 루시의 무서운 우정 - 만 18세에 시작되어 21살 탕헤르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의 격정 가득한 - 인간 관계를 다루고 있다.



처음에는 읽기가 조금 힘들었다. <나를 찾아줘>의 길리언 플린 소설같다고 책 띠지와 홍보문에 적혀 있길래 기대를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머리채를 질질질 끌고 가는 <나를 찾아줘>와는 달리 소설 도입부의 1/10 정도는 의도적인 집중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술술술.

한 때는 가족 이상의 우정이었지만 이제는 떼어버리고 싶은 과거이자 거부하고 싶은 옛 우정을 잘 묘사했고, 답답하고 미칠 것 같은 앨리스의 심리에 실화를 다루었던 영화 <엔젤 오브 마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저 사진의 여인이 앨리스일까 루시일까 고민했는데, 결국 옷 차림새 묘사를 봐서는 루시일거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중간에 잠깐 루시 옷을 입은 앨리스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저 여자는 루시같은 붉은 머리를 가졌을 것 같아서.



이 책이 작가의 첫 소설인데, 출판되기 전부터 조지 클루니에게 판권이 팔려 조만간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을 맡는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스칼렛 요한슨이 맡을 배역이 누가 될까 상상하면서 읽었다. 스칼렛 요한슨은 대본 선택에 실패가 없는 배우이기도 하고 여리여리 연약 소녀 역할도 액션 배우도, 엄마 역할도 무서운 역할도 모두 다 어울리는 전무후무한 배우라 앨리스든 루시든 다 어울릴 것 같은데.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마성의(?) 루시 역을 해주었으면 했다. 앨리스는... 글쎄. 에이미 아담스?

영화가 시나리오를 어떻게 만들어지냐에 따라 흔한 반전 스릴러가 되든지 영화 <나를 찾아줘>처럼 무섭고 오싹한 작품이 될 것 같다.



(…) 나는 도저히 그 골칫거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영국에 돌아온 지 겨우 몇 달이 지났을 뿐이고 존을 알게 된 시간은 그보다 더 짧았지만, 그 순간 나는 분명히 느꼈다고 확신했다. 그의 흥분, 그의 에너지가 우리 주위의 공간을 체우고 더운 여름 공기를 가르며 솟구치는 것을. 나는 그것을 붙잡고, 움켜쥐고, 그 중 일부는 나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에 적극적으로 달려 들었고, 그 발상이 우리 사이에 자리를 잡게 했다.


존 메켈리스터는 내가 꿈꿔왔던 이상형은 분명 아니었지만 - 그는 시끄럽고 사교적이고 자신만만했으며 종종 무모했다 - 나는 그가 제시한 기회를 만끽하고 있었다.

다 잊을 기회, 지난 일은 묻어 두고 돌아설 기회.

앨리스에 대한 설명은 저 문장으로 가능할 것 같다.

어떤 사건으로 계속 도망치고 도망치고 도망치다가 결국 원치 않은 관계와, 비틀려진 인간관계가 구원이라 생각해 붙잡다가 결국 지옥으로 끌려가는 사람의 이야기.



루시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루시 메이슨은 자신의 유용성에 비해 오래 살았다.

사실 처음부터 딱히 쓸모있는 존재는 아니었다고, 나는 환멸과 함께 깨달았다.

그녀는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자식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고,

열 살 이후 그녀의 생존은 그 자체로 기적이었다.

그녀는 생존의 방법을 찾았다.

정비소에서 아버지와 다른 남자들과 지내면서,

책을 한 권씩 읽었고, 읽고 쓰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으며,

보다 많은 것, 보다 나은 것을 약속하는 장학금을 받았다.

(...) 그런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했다.

그녀는 오래 전에 죽었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루시 욕을 못 하겠더라.



책을 다 읽고 나면 분명, 루시같은 사람은 피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존같은 사람도. 유세프(혹은 조세프)같은 사람도. 사실 모로코의 독립 상황으로 인한 혼란은 나에게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그 혼란으로 득을 본 사람은 루시니까 분명 작품 상 의미는 있을 것이고, 지금처럼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은 1956년 이야기니 책에 나오는 일말의 사건들이 앨리스의 불행으로 이어질 정도로 가능하다는 건 잘 알겠지만, 그냥 21세기로 배경을 바꾸어도 충분히 스릴 넘치게 재구성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런 오싹하고 갑갑하고 무서운 스릴러들을 읽을 때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건 결국 자기 자신뿐인 것 같다. 외롭다고 아무 우정, 아무 사랑이나 덥석 물다가는 - 사랑이 고프다고 사람한테 의존하다가는, 결국 늘 불행한 현재와 함께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앨리스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불쌍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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