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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 달을 산다는 것 - 여행 같은 일상, 일상 같은 여행
양영은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이런 이벤트 참 좋다. 모두 다 힘든 코로나 시기, 함께 이기자는 이벤트의 일환으로 출판사 측에서 신청자에 한해 무료로 책을 나눠 주었는데, 감사하고 기뻤다.
21세기는 기업의 이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이런 사회 공헌(?!) 프로젝트가 더 각광받는 시기잖아. 예를 들어 파타고니아 브랜드처럼 '아무 회사에게나' 자신들의 옷을 팔지 않는 기업 정신이라든가,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이라든가, 환경 및 사회 문제를 고려해서 공모전을 열어 실제로 수상작을 다음 해에 실용화하는 통신사라든가... 어떤 출판사는 동물관련 책만 출판하는데, 책 판매 일정 부분은 유기견 보호소 사료로 기부를 하더라. 같은 물건을 사야 한다면 자연스레 이런 쪽 일을 하는 기업쪽으로 소비자가 기울어지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서평 의무가 없지만, 그래도 '이벤트'로 받은 책이니 간략하게나마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려고 한다.

20명이 각각 10페이지에서 20페이지 정도, 자신이 일본에서 한 달간 살았던 경험을 쓰고 있다.
프리랜서도 있고 학생도 있고, 직장인도 있고. 글들도 다들 잘 써서 읽는 데 거부감이 없었고 어떤 글들은 개인적으로 공감가는 부분도 꽤 있어서 조금 더 길게 썼으면 좋았을텐데 싶은 사람들도 있었다. 몇 명의 글에서는 현지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와 개인적인 조언도 꽤 있어서 해당 도시로 장기간 머무르는 사람들이라면 유용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이 책의 단점을 꼽자면 딱 두 가지인데,
일단 하나는 목차에서도 보여지듯이 한 달 살기 도시들이 묶여있지 않고 나누어져 있다는 점. 묶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도쿄면 도쿄로 다 묶고, 교토면 교토로 다 묶고, 이렇게 하면 독자가 해당 도시에 산 사람들에 대해 비교도 되고 그 도시에 대한 이해도도 더 높아졌을 것 같다.
그 다음은 - 이건 사람마다 느끼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일본에서 한 달 살기를 계획하려는 사람들이라면, 20명 중에서 5~7명은 일본에서 한 달 살기 경험이 무려 10년 전인 사람들 글이 있어서 - 본인이 중점을 두는 한 달 살기 계획에 따라 도움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 책 출판 날짜가 2019년인데 2010년이나 2011년에 살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한 달 수기를 쓴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그 글들도 다 재밌었지만, 만약 이제 그 도시에 살려고 계획을 짜는 사람들이라면 그 10년 사이에 여러가지가 바뀌었을 수도 있으니까...

외국어 공부하는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은데, 나는 학원이나 스터디 모임보다는 혼자 공부하거나 인터넷 강의가 더 잘 되었기 때문에 위의 글에 공감이 갔다. 여담이지만, 난 꼭 현지에 가야 현지 언어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따지면 난 러시아어를 잘 해야하는데 할 줄 아는 건 그저 욕같은 '고맙습니다'밖에 없으니까. 결국 본인 마음 문제인 것 같다. 시간 문제가 아니라.
...확실히 무언가를 '같이'하면 더 잘 할 수 있는 건 맞다. 그걸 모르는 게 아니다. 외국어를 배우러 외국에 가는 이유도 그렇게 '같이' 할 수 있는 환경에 스스로를 넣기 위함일 거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운동하기 싫다가도 헬스장가면 운동을 무조건 2시간씩 하게 되는 것처럼. 그런데 그냥... 개인의 성격 차이로 그런 '같이 환경'이 맞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 오히려 더 부스터를 받는 경우도 있다는 거.

일본에 살면서 한국과 다른 여러가지 주의 점들이 나온다.
예를 들어 소비세 문제라든가, 식당에서 주문하지 않아도 나오는 오토시라든가, 남자 목욕탕에 여자 세신사가 있는 일이라든가, 집 계약 문제, 셰어하우스 이야기, 자전거 사용 방법(교토), 3.8리터 생수통이 있으면 무료로 마트에서 물 제공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든가... (그런데 3.8리터 들기를 아무리 운동이라고 생각해도 너무 무거울 것 같은데....) 그리고 매우 특이하게 생각했던 어학원 기숙사 이야기. 어학원에 기숙사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거기서 전기세를 비롯해 관리비 문제는 전혀 모르는 부분이라...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어쩐지 일본어가 배우고 싶어져서 일본어 교재를 검색하던 중, 우연히 어떤 출판사의 일본어 어학 교재 서평 이벤트를 보고 신청했는데 덜커덕. 선정되어 버렸다. ...이거 나보고 진지하게 일본어 공부하라는 거 맞지?
이 책의 작가들처럼 유창한 일본어가 아니라 그냥 여행할 때 간단하게 일본어 정도만 할 수 있는 레벨이 되었으면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일단 히라가나부터 난 모르겠어요. 그래도, 요근래 우울하던 와중에 (대체 난 이 도시에서 얼마나 임시 거주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어야 하는거야!!!라고 울부짖으며) 간만에 무언가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나도 이 사람들처럼 한 달 살기 여행한다고 생각하고 일본어 한 번 공부해보려고요.
...역시, 다소 힘들고 괴로운 날들이 있어도 매일매일 열심히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나는 것 같다.
좋은 기운같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