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꼬마 모두를 위한 그림책 32
이마무라 아시코 지음, 사카이 고마코 그림, 조혜숙 옮김 / 책빛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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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에게는 “이쁜이 이불”이라는 작은 천 조각이 있었다. 스누피의 라이너스처럼 어딜가나 가지고 다녔는데 어느 날 엄마가 더럽다면서 버렸다. “이쁜이 이불 이쁜이 이불 어디갔어” 찾는데 엄마가 버렸다고 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음이 터져라 울었는데 어찌나 슬프고 어찌나 아프고 어찌나 억울하던지, 중년이 된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남아 있다. 아마 그때 내 나이가 4살. 많아야 5살? 유치원 들어가기 전이었으니까 그 나이대였을 것이다. 엄마는 더럽다면서 버렸지만(더러운 게 당연하다 정말 어딜 가나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애초 그 “이쁜이 이불”은 내가 안아달라고 하면 짜증내는 엄마 때문에 대신 가지고 다녔던 거라. 


이 책은, 그렇게 사라진 나의 “이쁜이 이불” 입장에서 쓰여진 예쁜 동화같다.



이야기 시작은 늘 꼬마에게 괴롭힘(?)을 당해 지친 사자 인형과 코끼리 인형, 기린 인형의 가출에서 시작된다.

코끼리 인형은 매일 꼬마가 자신의 귀에 코 풀고 입 닦아 화가 나고,

사지 인형은 매일 꼬마가 자신의 코를 깨물어서 화가 나고,

기린 인형은 매일 꼬마가 자신의 “목을 콱 잡고는 해머던지기 선추처럼 멀리 던져 버려”서 화가 난다.

그래서 모두들 이 집을 떠나기로 한다.



집을 떠나서 가기로 결정한 곳은 자신들의 고향, 동물원 인형 가게.

아. 어떻게 가나.

버스를 타야 하나 지하철을 타야 하나 택시를 타야 하나. 



고향으로, 그러니까 동물원 인형 가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 택시든 버스든 지하철이든, 일단 어떻게 타지?

겨우 돌아간다 하더라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 이렇게 외모가 망가졌는데?

인형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때 갑자기 쥐가 나타난다. (인형이 아니다!)

쥐가 나타나서, 자신도 가출한다고 한다.

꼬마가 너무 울어서 짜증난다면서.

사라진 자신의 코끼리와 사자와 기린을 찾으며 너무 울어서, 시끄러워 더 이상 이 집에 못 살겠다면서. 



쥐의 말을 듣고 꼬마가 어떤지 확인하는 코끼리, 기린, 그리고 사자.

목이 터져라 울고 있는 꼬마를 보고 코끼리와 기린과 사자 인형은 마음을 바꾼다. 

그것이 괴롭힘이 아니라 사랑이었음을 느꼈기 때문이겠지. 



내가 "이쁜이 이불"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놀란다. 어떻게 그때 일을 기억하냐고, 그때 네가 몇 살이었는지 아냐고. 그리고선 대화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어린 시절을 기억하다니 넌 분명 머리가 좋다는 식으로. 그런데 그건 머리가 좋아서 기억하는 게 아니라(내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아인슈타인급 아니면 99.9% 사람들 머리는 다 거기서 거기다) 너무 강렬한 감정을 경험했기에 기억하는 건데, 미안함인지 무지인지 부모는 자꾸 엉뚱한 대답을 늘어 놓는다. 


그래서 나는 동화를 좋아한다.

내 마음 어느 한 곳에 있었던 아팠던 기억을 치유해 주기 때문에. 


내가 늘 가지고 다녀서 늘 더러웠던 나의 "이쁜이 이불".

얼마나 도망치고 싶었을까. 

...차라리 도망쳤다고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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