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
이지민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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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괜찮은 소설집

이제 나와 동시대를 보낸 작가들의 전성시대다.

쿨하면서도 모두들 적당한 루저들이며.

그런 모든것에 연연하지 않는 우리 세대.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감이 담겨있다.

타파웨어랄까.. 키티랄까.. 그런 우리들만의 코드.

 

나랑 너무 잘 맞는 작가의 발견!

 

결국 보면서 밤을 꼴딱 샜다는..

실력있는 단편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이시다.

 

 

 

# 그러니까 나는 카프카만큼 나쁜 남자를 사랑했던 것이다.
   카프카는 한 여자와 두 번 약혼하고 결혼은 안 했다.
   바로 그런 놈을 나쁜 놈이라고 하는 거다.
   여자에게 헛된 꿈을 꾸게 하는 남자는 나쁘다.
   그러나 그런 이들은 대부분 카프카처럼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멋진 존재들이다.
   그도 그랬다.

 

# 애인과 헤어지고, 의사한테 금주를 권고받고, 운전도 할 수 없게

   된 남자는 어린아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많을 때는 일주일에

   다섯 번이나 나를 불러냈다. 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사도

   를 발휘하는 여자였다. 나는 그를 대신해 문을 열어주고, 가방을

   들어주고,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작성했다. 그는 나에게 그날의

   피곤지수를 설명하며 택시를 잡으라고 했다. 그는 턱짓 하나로

   나에게 이것저것 다 시켰다. 나는 새삼 그의 뻔뻔함에 놀랐지만

   곧 이해할 수 있었다. 예쁜 여자가 그렇듯 잘생긴 남자도 관심과

   배려를 받는 쪽에만 익숙하기 마련이었다.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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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위험한 책-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00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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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책은 한 사람의 운명이나 인연을 만들기도 해체하기도 할

수 있는 충분히 위험한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난 이 책의 제목이 원제인 종이로 만든 집이었으면 더 좋았

을 것도 같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고심했을 이 제목은 책에 인생을 거는 이들의

이야기를 훨씬 더 미스테리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보는 내내 가끔씩 섬뜩했다.

더 책에 몰두하다간 이런 꼴을 당할지도 몰라.. 하는 경고.ㅋㅋ

 

집착이란 원래 화를 부르지만,

비블리오필리(bibliophily)의 이야기는 언제나 신난다.

 

 

 

# 책 한 권을 버리기가 얻기보다 훨씬 힘겨울 때가 많다. 우리는

  궁핍과 망각 때문에 책들과 계약을 맺고, 그것들은 다시는 되돌아

  오지 않을 지난 삶에 대한 증인처럼 우리와 결속되어 있다.

  책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동안 우리는 축적의 환상을 가질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책을 읽을 때마다 정신적인 소득을 기입하듯

  해와 달과 날을 기록하곤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첫장에 자기 이름

  을, 공책에 빌려갈 사람의 이름을 적고 난 연후에야 책을 빌려주

  곤 한다. 공공 도서관처럼 도장을 찍고 소유자의 카드를 꽂아놓은

  책들도 본 적이 있다. 책을 잃어버리는걸 달가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차라리 반지나 시계, 우산 따위를 잃는 편이, 다시는 읽지

  않더라도 낯익은 제목만으로도 우리가 과거에 누렸던 감정을 일

  깨워주는 책 한권을 잃는 것보다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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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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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Gut Gegen Nordwind 

 

원제의 북풍보다는... 번역본의 바람이 훨씬 어감이 좋다.

바람의 방향따위..

사랑에 빠진 그와 그녀에겐 중요하지 않으니까.

 

오랜만의 독일 소설인데,

특유의 재치와 유머.. 그리고 냉정한 비꼼...등이 너무 적절하게

포진해있다.

 

심지어 2008년에 만나는 이메일 소설이라니.

첫장부터 마지막까지 일관성 하나로 밀고나간 작가의 뚝심과

글재주에 탄복탄복이다.

 

국내 굴지의 신문사 문학담당 기자가 진짜로 올해 읽은 소설중 최고라고 할만하다.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로맨스를 빙자한 심리와 철학과 교묘한 수사학이 모두 들어있다.

도무지 정답이 없는 두 사람에게 선물한

작가의 더할나위없이 멋진 엔딩에도 박수를...

 

가장 맘에드는 건 제목.

 

책을 3분의 2쯤 읽을 때 제목이 등장하는 순간 가슴이 떨렸다.

참 좋은 말이다.

새벽 세시...

들리는 건 바람소리 뿐일 때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행복할까?

 

 

 

# 대답을 회피하는 것도 일종의 대답

 

# 모험을 찾는 사람들은 정작 모험을 하지는 못합니다.

 

# 딱 한 번만 만난다고요? 그 만남에서 뭘 기대하세요?

 

- 알아보기, 마음 가벼워지기, 긴장 풀기, 우정, 만남 뒤의 좋은

  감정, 북풍에 대항할 최상의 처방전, 들뜬 마음으로 보냈던 삶의

  한 시기를 품위있게 마무리하기, 아직 답을 듣지 못한 복잡한

  물음들에 대한 단순 명쾌한 답변, 아니면 당신 말대로 '적어도

  재치있는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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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커플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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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와 한 여자가 우연히 만나 미묘한 사랑을 느끼기까지,

그들이 함께 했던 9번의 저녁식사, 나눴던 대화들,

끌리면서도 주저하고 망설이면서도 거침없이 다가가는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

 

우연도, 삼각관계도, 어설픈 줄다리기도 없는

담백 그 자체인 연애소설.

시종일관 담담하고 건조하기까지한 소설이지만

읽는 내내 프랑스 영화 한 편을 보듯 두 남녀의 몸짓 속에

속마음이 보인다.

 

일문학을 전공한 프랑스 드라마 작가이자 소설가인

엠마뉴엘 베른하임의 소설..

그녀의 다른 소설들도 궁금하다.

 

 

 

# 그는 그녀를 깨물어서 몸에 상처를 남겼어야 했다.

   엘렌느가 손가락을 구부릴 때마다 그를 기억하도록 오른손

   집게손가락 마디에 통증이 꽤 일어날 만한 상처를 냈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상처가 아무는 즉시 그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마디의 주름 안에 숨겨진 흉터가 보이지 않게 되면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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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쿨하게 한걸음
서유미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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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나와 동갑내기 소설가의 첫 작품이다.

2007년 창비와 문학수첩 상을 동시에 받은 기대주라고 한다.

 

 

현실을 나긋나긋 즐거운 화법으로 옮겼지만,

일상의 비루함이 무척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감출수도, 가려지지도 않는 우리네의 현실이 말이다.

 

187편의 소설을들 제끼고 1등을 한 소설의 특징은

문장이 담백하다는거다.

더멋을 부리면 부담스러워지고,

정성을 덜하면 맛이 없어지는 문장의 딱!! 알맞은 간을

잘 맞추는 소설이다.

 

2년동안 서울을 떠나 원주에서,

장편 2편과 단편 15편을 완성했다는 작가.

하루도 쉬지 않고 새벽기도를 드리고

도서관을 출석해 책을 읽고 글을 썼다는 작가의 결연한 의지가

열매를 맺은거다.

 

한편으론 대단하고 한편으로 존경스럽다.

앞으로도 루저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을거라니..

기대가 된다.

 

# 나도 내 마음을 또렷이 알 수가 없었다. 일단 회사는 그만두기로

   한 것이고, 그렇다면 왜 다른 회사를 고르는 데 이토록 까다롭게

   구는 걸까. 정말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 다른 일이라면

   무슨 일? 혹시 그냥 좀 쉬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닌가? ... 나는

   어느 대학 어느 과에 지원할까, 이후 처음으로 심각하게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 길은 의외로 많았다. 하지만 삼십대

   가 되니 나도 어쩔 수 없이 갈 수 있는 길과 갈 수 없는 길을 나누

   게 된다. 하고 싶은 것은 이상하게도 갈 수 없는 길에서 반짝이는

   기분이다. 물론 내가 잃을 거라고는 시간밖에 없지만 그래도 두

   렵기는 하다. ... 이정표와 목적지가 사라진 도로 위에 망연히

   서 있는 기분이었다. 뒤에서는 끊임없이 경적 소리가 들려오고

   낯선 차가 내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면서 욕설을 퍼붓는

   다. 누군가는 차창 밖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머뭇머뭇, 핸들을 어디로 꺾어야 할지 모르겠다.

 

# 생각해보니 영화표를 살 때 말고는 오늘 한번도 입을 열지 않았

   다. 별로 나쁘지 않았다. 쓸데없이 주절거릴 때보다 나았다.

   침묵도  때로는 쓸쓸함을 이기는 방법이 되는 것 같다.

 

#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어떤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중요하지

   않거나 심지어 쓸모없는 것일 때가 있다... 왜 간절히 바라는 것

   은 가능성을 살짝살짝 비켜가면서 몸과 마음을 달아오르게 만들

   까? 그 좌절된 열망과 탄식의 에너지로 다시 돌진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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