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쿨하게 한걸음
서유미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판매완료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나와 동갑내기 소설가의 첫 작품이다.

2007년 창비와 문학수첩 상을 동시에 받은 기대주라고 한다.

 

 

현실을 나긋나긋 즐거운 화법으로 옮겼지만,

일상의 비루함이 무척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감출수도, 가려지지도 않는 우리네의 현실이 말이다.

 

187편의 소설을들 제끼고 1등을 한 소설의 특징은

문장이 담백하다는거다.

더멋을 부리면 부담스러워지고,

정성을 덜하면 맛이 없어지는 문장의 딱!! 알맞은 간을

잘 맞추는 소설이다.

 

2년동안 서울을 떠나 원주에서,

장편 2편과 단편 15편을 완성했다는 작가.

하루도 쉬지 않고 새벽기도를 드리고

도서관을 출석해 책을 읽고 글을 썼다는 작가의 결연한 의지가

열매를 맺은거다.

 

한편으론 대단하고 한편으로 존경스럽다.

앞으로도 루저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을거라니..

기대가 된다.

 

# 나도 내 마음을 또렷이 알 수가 없었다. 일단 회사는 그만두기로

   한 것이고, 그렇다면 왜 다른 회사를 고르는 데 이토록 까다롭게

   구는 걸까. 정말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 다른 일이라면

   무슨 일? 혹시 그냥 좀 쉬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닌가? ... 나는

   어느 대학 어느 과에 지원할까, 이후 처음으로 심각하게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 길은 의외로 많았다. 하지만 삼십대

   가 되니 나도 어쩔 수 없이 갈 수 있는 길과 갈 수 없는 길을 나누

   게 된다. 하고 싶은 것은 이상하게도 갈 수 없는 길에서 반짝이는

   기분이다. 물론 내가 잃을 거라고는 시간밖에 없지만 그래도 두

   렵기는 하다. ... 이정표와 목적지가 사라진 도로 위에 망연히

   서 있는 기분이었다. 뒤에서는 끊임없이 경적 소리가 들려오고

   낯선 차가 내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면서 욕설을 퍼붓는

   다. 누군가는 차창 밖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머뭇머뭇, 핸들을 어디로 꺾어야 할지 모르겠다.

 

# 생각해보니 영화표를 살 때 말고는 오늘 한번도 입을 열지 않았

   다. 별로 나쁘지 않았다. 쓸데없이 주절거릴 때보다 나았다.

   침묵도  때로는 쓸쓸함을 이기는 방법이 되는 것 같다.

 

#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어떤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중요하지

   않거나 심지어 쓸모없는 것일 때가 있다... 왜 간절히 바라는 것

   은 가능성을 살짝살짝 비켜가면서 몸과 마음을 달아오르게 만들

   까? 그 좌절된 열망과 탄식의 에너지로 다시 돌진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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