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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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완료


 

원제 : Gut Gegen Nordwind 

 

원제의 북풍보다는... 번역본의 바람이 훨씬 어감이 좋다.

바람의 방향따위..

사랑에 빠진 그와 그녀에겐 중요하지 않으니까.

 

오랜만의 독일 소설인데,

특유의 재치와 유머.. 그리고 냉정한 비꼼...등이 너무 적절하게

포진해있다.

 

심지어 2008년에 만나는 이메일 소설이라니.

첫장부터 마지막까지 일관성 하나로 밀고나간 작가의 뚝심과

글재주에 탄복탄복이다.

 

국내 굴지의 신문사 문학담당 기자가 진짜로 올해 읽은 소설중 최고라고 할만하다.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로맨스를 빙자한 심리와 철학과 교묘한 수사학이 모두 들어있다.

도무지 정답이 없는 두 사람에게 선물한

작가의 더할나위없이 멋진 엔딩에도 박수를...

 

가장 맘에드는 건 제목.

 

책을 3분의 2쯤 읽을 때 제목이 등장하는 순간 가슴이 떨렸다.

참 좋은 말이다.

새벽 세시...

들리는 건 바람소리 뿐일 때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행복할까?

 

 

 

# 대답을 회피하는 것도 일종의 대답

 

# 모험을 찾는 사람들은 정작 모험을 하지는 못합니다.

 

# 딱 한 번만 만난다고요? 그 만남에서 뭘 기대하세요?

 

- 알아보기, 마음 가벼워지기, 긴장 풀기, 우정, 만남 뒤의 좋은

  감정, 북풍에 대항할 최상의 처방전, 들뜬 마음으로 보냈던 삶의

  한 시기를 품위있게 마무리하기, 아직 답을 듣지 못한 복잡한

  물음들에 대한 단순 명쾌한 답변, 아니면 당신 말대로 '적어도

  재치있는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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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커플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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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완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우연히 만나 미묘한 사랑을 느끼기까지,

그들이 함께 했던 9번의 저녁식사, 나눴던 대화들,

끌리면서도 주저하고 망설이면서도 거침없이 다가가는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

 

우연도, 삼각관계도, 어설픈 줄다리기도 없는

담백 그 자체인 연애소설.

시종일관 담담하고 건조하기까지한 소설이지만

읽는 내내 프랑스 영화 한 편을 보듯 두 남녀의 몸짓 속에

속마음이 보인다.

 

일문학을 전공한 프랑스 드라마 작가이자 소설가인

엠마뉴엘 베른하임의 소설..

그녀의 다른 소설들도 궁금하다.

 

 

 

# 그는 그녀를 깨물어서 몸에 상처를 남겼어야 했다.

   엘렌느가 손가락을 구부릴 때마다 그를 기억하도록 오른손

   집게손가락 마디에 통증이 꽤 일어날 만한 상처를 냈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상처가 아무는 즉시 그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마디의 주름 안에 숨겨진 흉터가 보이지 않게 되면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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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쿨하게 한걸음
서유미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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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나와 동갑내기 소설가의 첫 작품이다.

2007년 창비와 문학수첩 상을 동시에 받은 기대주라고 한다.

 

 

현실을 나긋나긋 즐거운 화법으로 옮겼지만,

일상의 비루함이 무척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감출수도, 가려지지도 않는 우리네의 현실이 말이다.

 

187편의 소설을들 제끼고 1등을 한 소설의 특징은

문장이 담백하다는거다.

더멋을 부리면 부담스러워지고,

정성을 덜하면 맛이 없어지는 문장의 딱!! 알맞은 간을

잘 맞추는 소설이다.

 

2년동안 서울을 떠나 원주에서,

장편 2편과 단편 15편을 완성했다는 작가.

하루도 쉬지 않고 새벽기도를 드리고

도서관을 출석해 책을 읽고 글을 썼다는 작가의 결연한 의지가

열매를 맺은거다.

 

한편으론 대단하고 한편으로 존경스럽다.

앞으로도 루저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을거라니..

기대가 된다.

 

# 나도 내 마음을 또렷이 알 수가 없었다. 일단 회사는 그만두기로

   한 것이고, 그렇다면 왜 다른 회사를 고르는 데 이토록 까다롭게

   구는 걸까. 정말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 다른 일이라면

   무슨 일? 혹시 그냥 좀 쉬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닌가? ... 나는

   어느 대학 어느 과에 지원할까, 이후 처음으로 심각하게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 길은 의외로 많았다. 하지만 삼십대

   가 되니 나도 어쩔 수 없이 갈 수 있는 길과 갈 수 없는 길을 나누

   게 된다. 하고 싶은 것은 이상하게도 갈 수 없는 길에서 반짝이는

   기분이다. 물론 내가 잃을 거라고는 시간밖에 없지만 그래도 두

   렵기는 하다. ... 이정표와 목적지가 사라진 도로 위에 망연히

   서 있는 기분이었다. 뒤에서는 끊임없이 경적 소리가 들려오고

   낯선 차가 내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면서 욕설을 퍼붓는

   다. 누군가는 차창 밖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머뭇머뭇, 핸들을 어디로 꺾어야 할지 모르겠다.

 

# 생각해보니 영화표를 살 때 말고는 오늘 한번도 입을 열지 않았

   다. 별로 나쁘지 않았다. 쓸데없이 주절거릴 때보다 나았다.

   침묵도  때로는 쓸쓸함을 이기는 방법이 되는 것 같다.

 

#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어떤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중요하지

   않거나 심지어 쓸모없는 것일 때가 있다... 왜 간절히 바라는 것

   은 가능성을 살짝살짝 비켜가면서 몸과 마음을 달아오르게 만들

   까? 그 좌절된 열망과 탄식의 에너지로 다시 돌진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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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2
김영하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지난번 하이델베르크 편보다 훨씬 두껍고 알차다...만

김영하란 네임밸류에 도쿄, 그리고 여행이란 단어까지 들은 사람들은 아마 뭔가 더 거창하고 풍부한 내용을 뽐내는 책을 상상할 것 같다.

 

그래도 난 참 좋았다.

한국 살림 접고 머나먼 나라에서 창작활동을 하시겠다는 아주 배아픈 그의 행로에 대한 비난도,

그의 단편소설 마코토를 보고 '그래 역시 김영하는 이랬어..'하며

가없는 용서를 베풀었고, 정체를 알수없이 쏟아져나오는 여행서에 대한 그의 일침에 '바로 이거야..'라며 쌍수를 들었으니...

그의 저력이란 게 확실히 있다는 거다.

 

이번 여행기에선 롤라이 35로 도쿄를 찍었는데,

이 불편하기 짝이없는 카메라 덕분에 이 책의 도쿄는 흔들리고 부유하고 방황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래도 나도 하나 장만해 볼까?

하는 욕심이 생기는 녀석.

 

선착순으로 준다는 도쿄 엽서 중 레인보우 브릿지 사진이 맘에들고, 엽서를 들여다 보며 그의 세번째 여행자 책도 선! 착! 순!으로 사게 될거란 생각을 하고만다.

 

 

 

# 탐욕

 

  한번의 여행에서 모든 것을 다 보아버리면 다름 여행이 가난해진

  다. 언젠가 그 도시에 다시오고 싶다면 분수에 동전을 던질 게

  아니라 볼 것을 남겨놓아야 한다. 

 

 

# 난 그런 인간이 제일 싫다. 남한테 몹쓸 짓을 하고 미워할 수도

   없게 만드는 인간. 아주 이기적인 것들이다.

 

# 현대의 어떤 행위들은 그것의 궁극적 물질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유사한 곤란에 처해 있다. 웹아트를 하는 미술가가 자신이

  실은 미켈란젤로나 로뎅과 같은 예술가임을 입증해야하는 문제,

  휴대폰 소설을 스는 작가가 하이쿠 시인 바쇼와 자신이 같은 존재

  임을 증명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 처음에는 여행자가 여행 안내서를 선택한다.

  그러나 한번 선택하면, 그 한권의 여행 안내서가 여행자의 운명을

  결정한다. 짧은 여행기간동안 여행자는 여행 안내서 한권의 체제

  에 익숙해지기에도 힘이 든다. 어떤 여행안내서는 서울로 돌아오

  는 비행기 안에서 비소로 그 체제를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여행

  안내서들은 방대한 정보를 담고있어 여행자들은 그 안의 일부만

  을 몸소 경험할 수 있을 뿐이다. 즉, 여행자는 여간해서는 자신이

  선택한 책 바깥으로 나갈 수가 없다. 여기에서 우리는 '텍스트의

  바깥은 없다'는 롤랑 바르트의 말을 다시 한번, 이상한 방식으로

  떠올리게 된다. 여행안내서는 분명 책이다. 그리고 책의 어떤 속

  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여행안내서는 마치 책에 관한 모든 금

  언을 희화화 하는 것처럼 보인다.  

 

# 내게 여행은 어떤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포기하면서 만족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호텔은 집이 아니고 여행 가방에는 모든것

  을 담을 수 없으며 먹고 싶은 것을 다 찾아 먹을 수도 없다.

  카메라도 마찬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거기 익숙해

  지는 수밖엔 도리가 없다. 그리고 그 안에서 최상의 결과를 뽑아

  내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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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음식연구가 황혜성
안혜령 지음 / 나무숲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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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는 한국의 손맛을 잇다

나무숲 출판사의 예술가 이야기 시리즈 다섯번째 편이다.

 

나는 황혜성에 대해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는데

그건 그분은 내 외할머니 뻘이시기 때문에 내 기억 속 그녀는

궁중음식 연구가-이긴 하지만 궁녀 출신인줄 알았다. -.-++-

이래서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하는거다.

 

알고보니 그 옛날의 신여성이자 인텔리였던 황혜성.

여고시절부터 일본 유학에 23세에 숙명여전의 교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최연소 여교수의 탄생 아닌가.

 

교수가 된 이후 조선 왕조의 마지막 수라상궁인 한상궁을 만나

이른바 과외수업으로 궁중 요리를 전승받게 된거다.

그 바쁜 와중에 아이를 다섯이나 낳고,

하나를 잃고,

책을 쓰고,

끊임없이 배우며,

학생들을 가르친거다.

 

꼼꼼하고 집중력이 대단했다는 그녀.

음식을 대하는건 생명을 대하는 거라며

만드는 이도 받는 이도 겸손하게 대하라는 말까지..

버릴 게 없는 여장부였더라.

 

그녀가 의궤까지 뒤지며 썼던 책들을 구해보고 싶은데..

너무 오래된거라 모두 절판..

청계천 일대를 뒤져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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