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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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완료


그가 타고난 재담꾼이란 얘긴 수없이 들어왔는데...

읽어보니 끄덕!

 

이건 뭐 낄낄 거리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더란 말이지.

 

가지많은 나무 바람잘 날....

이 말은 정말 대한민국의 모든 일일드라마와 아침드라마 등등에서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어와서

무슨 대한민국 대표 구호처럼 되버렸는데..

그 뻔한 구호를 이렇게 재미나게 풀어내다니.

 

평균나이 49세.

모두 세상에 나가 박터지게 깨지고 돌아온

세명의 자식과 손녀하나.

 

그래도 끈끈하고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이 가족이

정말 하나도 밉지가 않다.

 

그래도 지극히 소설이란.. 허구란..

냄새가 풍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간만에 광속으로 읽힌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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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두 장의 사진- 카피라이터 최현주의 포토에세이
최현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판매완료


사물의 겉과 속이 아니다.

빛과 그림자라던가, 각도를 달리한 사진이 아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어쩜 이런 연상이!!!싶은

두 장의 사진이 하나의 글로 묶어 있는 아주 특별한 포토에세이.

 

이 책의 카피는

"낯선 풍경들 간의 관계를 발견하는 재미,

                       그 연상과 상상의 사진놀음"

 

예를 들면 캄보디아 한 사원의 댓돌에 놓인 수 많은 조리 슬리퍼와

우포 늪 위를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짓..

그들에겐 접힌 날개와 펴진 날개라는 공통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표지의 저 꽃 술과 바짝 들어올린 눈썹처럼...

전혀 상관 없는 사물들의 접점이 이 책엔 담겨있다..

짝을 이뤄.

 

카피라이터 치곤 지나치게 불교에 귀의되어 있고..

-모든게 삼라만상의 이치라는 듯한 설법..-.-++-

글이 좀 진부한듯 길어 에세이 자체는 맘에 안들지만

사진은 아주아주 맘에든다.

 

게다가 아시아의 숨은 곳곳과

우리나라의 후미진 마을 어귀어귀까지..

내가 평생 가보지 않을 곳까지 들어있어 아주 신선하다.

 

독고다이를 읽으면서 부터 아주 신선한 아이템의 책이라

꼭 한번 보고 싶던 책.

 

랜덤하우스에서 김민정 시인이 기획한 책들..

THE感 이 시리즈들은 아주 기획이 돋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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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줄의 글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

그 한줄의 글로 인해 사람은 얼마만큼이나

글이 묘사하는 대상을 전폭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

그 뼈저리게 무서운 글의 힘이 숨겨져 있다.

이 추리소설엔.

 

반전이라는게 어느 장르에서나 불쑥거리고 튀어나와

심지어 반전을 위한 반전까지 나오는 세상에서..

적어도 이 소설 정도의 반전이라면

그게 모범 답안이 되겠구나.. 싶다.

 

히가시노 게이고...

나는 정말 이 작가가 무섭다.

 

2000년에 발표한 이 소설 속엔

겨우 PC가 등장하고 팩스가 최신 기기이며...

이메일 같은 건 먼 미래의 얘기에 해당되는 시점에서..

트릭을 만들고 그들 나름대로 꽤나 정교한 트릭이라며

호들갑을 떨지만,

작가는 유유히 시대를 초월한다.

 

그의 소설은 지나치게 앞서거나 지나치게 정교해서

도무지 시대적 배경이란 게 필요 없을 정도니..

이 정도는 되어야 추리든 장르소설이든..

대가라는 칭호를 얻는 게 아닐까?

 

예의 그의 특기처럼 누가! 범인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범인을 다 말해줘도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었던

<용의자 X의 헌신>처럼,

일찌감치 범인이 누군지 알려져도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WHY와 HOW가 남아있으니까.

그게 바로 인간에 대해 골똘히 연구하는 작가가

진짜 써야할 주제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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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에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6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작가의 재기는 소설의 첫 챕터부터 시작된다.

긴장이 흐르는 도시의 뒷골목..

가출한 소녀를 찾아가는 탐정..

그리고 결코 만만치 않은 가출 소녀를 붙잡은 순간!

소녀는 늙고 앙큼한 고양이가 되고

하드 보일드스러운 탐정은 동물 실종 전문 C급 심부름센터

직원으로 돌변한다. 

 

 80%는 동물찾기, 20%는 불륜조사인 변두리 사립탐정의

유쾌하고 쪼잔한 사건 해결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결코 웃음 속에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작가의 성실함과 장난기가 밉지않다. 

 

33세의 멀대 탐정과

88세의 초 꼬부랑 할머니 비서의

코믹 액션 반전 뭉클 탐정극!

 

조연은 열혈 동물 애호 부부와 와인을 즐기는 노숙자,

졸부 풍 야쿠자 조직과 어묵 냄새 풍기는 재즈 바의 J,

다수의 견공들과 고양이와 이구아나 되시겠다.

 

유쾌하고 재밌어서 두께의 압박도 잊었던 소설,

오기와라 히로시!!

아주 걸출한 재밌는 소설가 발견!

 

주인공이 그토록 외치는 하드보일드’란

비정하고 냉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차갑게 바라본다는 뜻의

문학용어.

 

불필요한 수식을 일체 하지 않고 신속하게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쌓아 올리는 쿨함으로 많은 마니아들, 남자들의 로망으로 사랑받아온 이 장르가 깜찍한 할머니 아야의 등장으로 삶은 계란이 되어버리는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ㅋㅋ

 

피립 말로의 대사를 아주 많이 인용하지만,

절대 레이몬드 챈들러의 분위긴 아니라는 거. ㅎㅎ

아주 재밌다. 11월을 즐겁게 시작하게 한 아주 재밌는 책.

 

 

 

# “하드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

    부드럽지 않으면 살 자격이 없고!”


 

# 이야기 속에 나오는 건 이야기 속의 일인거야.

   책 속에 나오는 사람이란 계속이란 게 없으니까 편하겠지만

   말이야. 사람의 일생이란 건 쓸데없는 계속이 길어.

 

# 옛날 개한테는 물면 물 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요즘 개는 느닷

  없이 물어. 자기 주인도 상관 안 해. 뭐, 마음의 병 같은 거지.

  권세증후군이라고... 자신을 무리의 보스라고 착각하는 거지.

  자신이 가장 위대하고 뭐든 자기 뜻대로 된다고 믿어버려.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갑자기 감정을

  폭발시켜. 봐, 요새 아이들하고 똑같잖아. .. 강아지 때 과잉보호

  를 받으며 자라는 것이 원인이야.

 

# 하늘은 좋다.

   하늘에는 문도 열쇠도 없다.

 

# 나는 필립 말로로부터 고독은 악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 노인은 거짓말 안 해. 부처님 곁에 가까이 있으니까

 

# 밤은 사람에게서 거리감을 빼앗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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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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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달>처럼 참으로 어려운 소설을 쓰던 이 작가가

너무나 쉬운 글로 책을 읽는 방법을 설파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꼭 집어

정연하게 말하는거다.

 

막힌 속이 풀리는 것 같고

읽는 내내 책 프로 하면서

PD와 죽도록 싸우던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난 참 같이 일하는 사람과 트러블 없이 일하는 스타일인데...

-그러니까 어지간하면 꾹꾹 속으로 참는 -.-++ -

속독과 실용서에 중독된 그 PD분과는 정말...

참을 수 없도록 하나에서 열까지 맞지 않았다.

 

이 책은 그런 것은 절! 대!  독서가 아니라고!

양의 독서에서 질의 독서로 전환하라고!!

조곤조곤 차분하지만 집요하게 설득한다.

 

정말 한권 사서 보내드리고픈 심정이다.

 

그러나 이 책 또한 속독으로 대충 단어만 기억하실까봐..

자신의 무의식이 멋대로 기억하는 단어만 결국 남을까봐..

무서워서 못보내겠다.

 

작가들이 숨겨놓은

그 수많은 장치와 단서와 비밀을 알아가는 독서!

 

자 이제부터 더 집요하게 독서에 파고들 시간이다!

 

 

 

 

# 슬로리더란, 다른 사람의 흥미를 끄는 독자인 것이다.

 

#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일수록 뒤집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언어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자만하지 않고 사전을 가까이 하는

   법이다.

 

# '나는 사형집행인의 수하에 있어도 철자는 바로 쓸 생각이다.'

                                                 -테오필 고티에(프랑스 작가)-

 

# 문화는 전파과정에서 '오독력(誤讀力)'에 의해 풍부해지며,

   이는 책도 마찬가지이다....확실히 '오독력'은 책의 가능성을

   확대시켜준다. 그러나 '작자의 의도'를 완전히 무시하고 언제나

   '오독력'에 의지해서 책을 읽는 사람은,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도

   늘 독선적인 결론만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독자로서의

   가능성을 편협하게 하는 독서법이다.
   책을 읽는 또 하나의 기쁨은 타자와의 만남이다. 자신과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여 자신의 생각을 보다 유연하게 만드는 것,

   이를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오독'을 즐기고 다른 한편으

   로는 '작자의 의도'를 생각하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 좋은 책에는 어느 것에나 수수께끼가 존재한다. 그것을 푸는

   기술은, 독자 개인이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 소설가가 책을 느리게 읽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은 생각하면서

   책을 읽기 때문이다.중요한 구절을 만날 때마다 책을 놓아두고

   생각에 잠긴다...... 말할것도 없이 '생각'이라는 행위야말로 독서

   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속독이란 요컨데 머리를 사용하지

   않는 독서이다. 반면 '지독(遲讀)'은 즉 '지독(知讀)' 이라고도

   할 수 있다.

 

# 한 권의 책을 구석구석까지 음미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묵독을

   해야한다. 리듬감을 즐기고 싶을 때는, 쓸쓸하게 혼자 읽지 말고,

   누군가에게 읽어달라고 하는 편이 더 낫다. 

 

# 자신에게 정말로 중요한 책을 오 년 후, 십년 후에 가끔씩 꺼내

  다시 읽어보라. 그 인상의 변화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성장의

  흔적을 실감할 것이다. 외관의 변화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보존해

  준다. 그러나 내면의 변화를 실감나게 해주는 것은 책이다. 

 

# 같은 영화를 몇번씩 보는 사람은 있지만 같은 책을 몇번 씩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책은 '재독'에 가치가 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 책과

   그런 관계를 만들 수 있다면, 책은 더없이 소중한 인생의 일부가

   될 것이다.

 

# 책이란 아직 읽지 않았다고 해서 비굴해질것이 아니라 읽으면

  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읽고 나면 그 순간부터 그것을 읽은

  사람과 똑같아 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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