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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 우리시대의 지성 5-016 (구) 문지 스펙트럼 16
다니엘 페낙 지음, 이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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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문학과 지성사, 2004)

이 책은 아이(학생)들이 책에서 멀어지는 이유와 다시 책에 가까워지는 방법, 그리고 독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마치 소설처럼이나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독서가 우리 생활과 멀어지는 것은 비단 우리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바킬로레아의 본고장 프랑스에서도 책읽기에서 멀어지는 아이(학생)들을 붙들기 위한 많은 고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겠다.

다니엘 페나크는 아이(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라고 말한다. 조선시대 강담사들 처럼 말이다. 그리고 질문을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아이들이 궁금증을 가지고 스스로 알아 질문하는 것만 답변해 주라는 것이다. 그러면 책 읽는 즐거움을 스스로 터특해 갈 것이니까.

--------------------------------- 눈길 가는 몇몇 구절 ------------------------------------- 

(1) 아이는 그저 자신의 리듬을 따라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 리듬은 다른 아이들과 반드시 같아야 한다는 법도, 평생을 한결같이 언제나 일정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아이에게는 저마다 책읽기를 체득해나가는 자신만의 리듬이 있다. 때론 그 리듬에 엄청난 가속이 붙기도 하고, 느닷없이 퇴보하기도 한다. 아이가 책을 읽고 싶어 안달을 하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포식 뒤의 식곤증처럼 오랜 휴지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60-61쪽)

(2) 아이는 누구나 훌륭한 독자가 될 자질을 타고난다. 그리고 주위의 어른들이 몇 가지 지침만 잊지 않는다면 아이는 언제까지고 훌륭한 독자가 될 것이다. 우선은 어른들이 … 아이에게 열정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 배우고자 하는 아이의 열의를 북돋워주어야 할 것이다. … 아이와 함께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 볼 것이다. … 아이가 그 즐거움을 맘껏 누릴 수 있도록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69쪽) … 무상의 즐거움(70쪽)

(3) 책은 거대한 외부 세계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준다. 책은 우리로 하여금 우연으로 가득 찬 일상사를 멀찍이서 내려다볼 수 있게 해준다. (108-109쪽)

(4) 좋아하는 소설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첫 문장 외우기(154쪽)

(5) 소설이 주는 진정한 즐거움은 작가와 나 사이에 형성되는 그 역설적인 친밀감을 발견하는 데 있다. 홀로 씌어진 그의 글이 혼자서 소리 없이 읽어내리는 나의 목소리에 의해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되살아나는 것이다.(155쪽)

(6) 독자들의 권리(188-189쪽)

    1) 책을 읽지 않을 권리

    2) 건너뛰며 읽을 권리

    3)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4) 다시 읽을 권리

    5)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6) 보바리즘을 누릴 권리(오로지 감각만의 절대적이고 즉각적인 충족감, 212쪽)

    7)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8)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9) 소리내서 읽을 권리

   10)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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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피아드 -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세계신화총서 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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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의 『페넬로피아드-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문학동네,2005)를 읽고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읽었다. 흥미의 원천이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 속의, 또는 <오디세이아> 속의 오디세우스 이야기가 아닌, 신화 속의 숨겨진 내밀한 비밀을 엿본다는 관음증적 쾌감이다. 스파르타 최고의 미녀이자 아내 페넬로페의 사촌 언니인 헬레네에 대한 오디세우스의 사랑, 그리고 헬레네의 양보를 통한 페넬로페와의 결혼, 트로이아의 둘째 왕자 파리스와 도망간 헬레네 때문에 일어난 전쟁에의 참전과 종전 후 오디세우스의 실종, 그리고 들리는 이중적인 소문들, 재산을 노리고 덤벼드는 구혼자들과 그들에게서 재산을 지키기 위한 페넬로페의 사투(수의 짜기와 열 두명의 시녀를 통한 정탐과 이간질), 모권에 도전하는 아들 텔레마코스, 오디세우스의 귀환 후 구혼자들과 함께 죽은 열 두명의 시녀, 그리고 그들의 오디세우스에 대한 복수.

  작가는 혼령이 된 페넬로페, 헬레네 등을 등장시키기도 하고, 시녀들의 코러스를 도입하며, 심지어는 21세기의 법정으로 오디세우스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그 속에서 신화 속의 가려진 페넬로페를 보게 되고, 모계 사회에서 부계 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의 희생을 보게 되고, 새로운 신화인 여성의 역사를 보게 된다. 번역자는 우리에게 "21세기의 여성들은 과연 노예제도가 존재했던 신화시대에 비해 얼마나 더 자유롭고 평등해졌는지" 묻고 있다.

  여기에 옮긴이의 말을 첨부한다.

  "고대 서사시풍으로 붙여놓은 제목에서부터 우리는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당당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페넬로피아드.' 그것은 곧 '남성들의 신화' 속에 가려졌던 '여성들의 신화' 혹은 좀더 현실에 가까운 신화를 펼쳐 보이겠다는 포부이며 의욕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는 페넬로페와 그녀의 열두 시녀를 화자로 삼아 그들의 속사정을 낱낱이 들려준다. 시쳇말로 '허스토리(herstory)'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일리아드』, 그리고 오비디우스와 베르길리우스, 불핀치 등을 통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쟁쟁한 영웅과 미녀들이 훨씬 더 인간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시녀 이야기>에 이어 두 번째 읽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이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게 하는 흥미진진함이 오랜만에 나를 사로 잡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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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정원
미셸 깽 지음, 이인숙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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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프랑스 비시 정권 하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한 아버지와 삼촌의 이야기를 삼촌에게서 들음으로써 피에로로 사람들을 웃기려는 초등학교 교사인 아버지를 이해해 가는 나의 이야기이다.

 

  나는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무보수로 불려나가 삐에로 복장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아버지(앙드레)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한 아버지로 인해 어릿광대 삐에로를 싫어(12쪽)하게 된 나는 가족과 함께 보러 간 베르나르 비키의 영화(96쪽) "다리"를 보고 난 후 가스똥 삼촌에게서 아버지와 삼촌 자신, 그리고 니꼴 숙모의 이야기를 듣는다.

  레지스탕스 세포조직에 가담해 활동중 아버지와 함께 두에 역의 변압기를 폭파시킨 이야기, 그러다 독일군에게 체포되어 고문을 당한 이야기, 그들이 잡혀온 이유가 폭파의 진범을 잡기 위한 인질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구덩이 감옥에서 같은 이유로 잡혀온 앙리와 에밀과의 만남, 삐에로였던 독일 군인 베르나르 비키와의 인간적 만남, 이후 진범이 잡혀 사형은 면했으나 수용소로 이송된 이야기와 수용소에서의 탈출, 독일 패망 후 진범으로 처형당한 사내의 아내를 찾아가서 알게 된 진실 (두에 역의 전기공이었던 그는 자신의 아내에 의해 고발되었는데, 폭발이 일어나던 날 그는 폭발물을 설치하러 온 두 사람을 목격하고 숨어서 지켜 보다가 변압기 폭발에 화상을 입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그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뜻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자신의 아내의 의견에 동조하고 아내는 자신의 남편을 범인으로 고발하게 된다), 형제가 둘 다 그녀에게 끌리게 되고 그 중 삼촌인 가스똥이 그녀 니꼴과 결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지금의 니꼴 숙모가 바로 그녀라는 이야기. 그제서야 나는 삼촌과 숙모의 진한 애정, 그리고 니꼴 숙모를 바라보던 아버지의 눈길을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와 삼촌, 숙모 다 돌아가셨고, 나는 나이가 들어 아버지의 삐에로 복장이 든 가방을 들고 모리스 파퐁의 전범 재판이 열리는 보르도 법정으로 간다. 엉터리 화장에 너덜너덜 해진 광대옷을 입은 어릿광대는 경찰들에 의해 입장이 저지되었으나, 판결이 내려지던 날 법정의 서기는 어릿광대의 말을 듣게 된다.

  "이 세상에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아폴리네르의 시집 <칼리그람>의 시귀가 인용된 이 작은 작품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가? 칼리그람의 시귀절에 보이는 처절한 정원과 석류 이야기는 작품의 제목 <처절한 정원>과 서술자의 아버지인 앙드레의 입을 통해서 나타난다.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극한 상황 속에서 떠올리게 되는 석류의 상큼한 자극은 얼마나 자유를 그립게 하겠는가 말이다. 이상도 죽어가면서 레몽을 외치지 않았던가. 석류의 붉은 원액의 상큼한은 죽음을 목전에 둔 그들에게 삶의 처절한 이미지로 다가오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내가 보기엔 처절한 정원은 석류는 그들의 삶의 절규에 다름 아니다.

  유럽인들에게 자신들의 숨겨진 죄의식과 양심, 시련을 떠올리기에는 너무도 적절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러한 인상적인 구절과 우리 삶의 우연적인 전개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소설집에 대해 그다지 감명을 받지는 못했다. 2001년 프랑스 출판계를 뒤흔들고 영화로 만들기에 가장 좋은 소설로 선정되었고, 전세계를 울렸다는 허울좋은 이 작품에 대한 예찬이 과연 정말인가 의아스럽기만 하다. 한 시대를 처절하게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 속에서 피어나는 적과의 우정, 그리고 한 여성과 남성의 희생 정신.. 이런 것들이라면 좋다. 그 정도라면 우리에게도 충분히 읽힐 수 있다.

  이 소품이 전세계를 울린 경이적인 책이 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의아스럽기만 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줄곧 번역자(또는 편집자) 의 의식이 의심스럽기만 했다. "지구 전체를 흔든, 짧고 아름다운 우화 같은 소설!"이라니. 독일에 저항한 프랑스인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무엇을 전할 수 있지? 일제에 목숨 걸고 저항한 우리의 역사를 생각할 때 과연 우리가 이 소설에서 얼마만큼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을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이 소설이 제국에 의해 식민지 경험을 했던 제 3세계 국민들에게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지. 프랑스인들과 유럽인들이 감동받았다고 말한다면 수긍이 간다.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인간이 인간을 고발하고 실험 대상으로 거리낌없이 던져주던 과거의 기억, 자신들이 지우고 싶던 과거의 망령 앞에서 그들은 다시 한 번 치를 떨며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억지로 떠올렸을 것이다. 그들의 깊은 마음 속의 양심은 다시 한 번 그 기억을 떠올리며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되며, 그런 치욕적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진정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식민지의 치욕스런 역사를 가진 나라들에게도 그 이야기가 감명을 준다는 것은 참으로 의아스럽기만 하다.

 

 부기 1: "공복으로서 거역할 수 없는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항변하는 파퐁은 나치의 꼭두각시 정권이었던 비시 정권하에서 보르도 지역의 치안 부책임자로서 1942년부터 1944년까지 1,590명의 유대인을 체포하여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낸 인물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행정장관, 파리 경찰국장, 예산장관 등을 역임하며 자신의 과거를 숨겼다. 1981년에야 그의 반인륜적 범죄가 밝혀져 1999년 재판이 열렸다고 한다. 자신의 친일 행각을 숨기고 남한 정권에서 권력을 행사하고 돈을 불리고 유세를 떨던 친일파에 대한 우리의 단죄는 어떠했는가?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희망이 있는가?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기에-이것은 소설 외적 접근이지만- 충분한 소재인 듯도 하다. 단지 소재만...

 

 부기 2: 아뽈리네르 시집 『칼리그람』중에서

 

                           우리의 처절한 정원에서

                    석류는 얼마나 애처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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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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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상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인간은 결국 선하다는 것을 믿고 있기 ‹š문입니다. 혼란과 불행과 죽음 위에 내 희망을 쌓아 올릴 수는 없습니다. 나는 세계가 차츰 황폐해져 가는 것을 보고 수백만의 고통을 직접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늘을 보면 언젠가는 모든 일이 다 잘 되고 이 잔악함도 결말이 나고, 또 다시 평화와 고요가 돌아오리라고 믿습니다.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이상을 잃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어쩌면 정말 그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날이 올 지도 모르니까요."

-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 중 1944년 8월 1일자 일기 중에서
-127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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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황석굴 - 인류의 위대한 유산 2
타가와 준조 지음, 박도화 옮김 / 개마고원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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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화이며 예술을 다루고 있고, 또한 여행기이다.
내가 돈황 석굴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때가 언제이던가...
한 소설가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윤대녕이 아니다.
윤대녕의 울림도 큰 것이지만 그보다 내겐 오랜 것이다.
윤후명의 <돈황의 사랑>...
소설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소설을 읽은 직후 나는 <돈황석굴>이라는 타가와 준조의 글을 빌려 읽었고
이번에 다시 그 책을 들여다 본다.
이번엔 윤후명이 아니라 윤대녕 때문이다. 사막은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아직도 내 주변을 떠돌고 있구나.

낙준이라는 걸승에 의해 처음 조성된 돈황석굴...
그 후 4세기 중반부터 14세기까지 천년에 걸쳐 만들어졌다는 석굴...
현재 남은 석굴만도 4백 92개, 남북 1,600미터의 길이에 여러 층의 석굴이 뚫려있다.
웅장하다... 천년에 걸친 조성이라니....

각 시대별 미술의 특징이 들어있고 불교가 서역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온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유적...
그들이 석굴을 조성하고, 불상을 조각하고, 불화를 그리면서 염원한 것은 무엇일까?
지나간 많은 흔적들이 사라졌지만 아직 남은 것만으로도 거대하다.

이 책을 쓴 타가와 준조는 일본 NHK <실크로드> 취재반의 일원으로 돈황석굴을 둘러보고 이 글을 썼다. 예전에 KBS에서 소지로의 오카리나 소리와 함께 본 기억이 있는 바로 그 길에서 보이던 것이다. 비디오라도 구할 수 없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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