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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러스틴의 세계체제 분석 ㅣ 당대총서 20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이광근 옮김 / 당대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뭔가 알 수 없는 혼동으로 도무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한다. 소련을 위시한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미국 혼자 자신이 세계 제일의 경찰인 양 자처하며 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과연 미국의 일방적 지배가 우리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미래일까? 그럼 우리의 대안은 무엇일까? 일본과 손을 잡는 것? 중국은 어떤가? 아니면 두 나라 모두와? 그것도 아니라면 아시아 공동체나 제3세계와의 연대는?
우리가 숨쉬고 살아가는 현대는 분명 바뀌고 있고 지금도 한시도 쉬지 않는 변화 속에 있다. 그 혼돈을 월레스틴은 근대의 세계체제가 붕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나의 체제가 붕괴하고 또다른 세계체제가 나타나는 와중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체제의 붕괴는 어느 한 순간에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그게 68년 혁명 이후의 지금까지의 변화를 관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월레스틴은 변화된 세계체제가 어떤 것일지에 대해서 이 책에서 답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미국과 영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한 구조조정과 국경개방의 압력에 대해 취약한 자본의 국가들이 성공할 수 없으며, 일시적으로 성공할 지라도 그 성공 또한 바라는 수준에는 터무니없이 약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현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으로 다보스의 정신과 포르토 알레그레의 정신 간의 투쟁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보스의 정신이란 (전지구적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던) 발전주의를 폐기하고 대신 글로벌리제이션이라는 테마를 들고 나왔으며, 영국의 대처정권과 미국의 레이건정권이 이에 앞장섰다. 글로벌리제이션은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에 모든 국경을 개방할 것을 핵심으로 요구했다. 대처와 레이건 정권의 주장은 이론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적으로는 '워싱턴 컨센서스'라 불렸으며, 이 이론의 보급을 위한 장으로 마련된 것이 다보스(Davos)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이었으며, 국제금융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가 워싱턴 컨센서스의 주요 집행관이 되었다.
한편,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는 슬로건을 내건 세계사회포럼(WSF)은 전세계적인 문제나 여러 국가들이 얽혀 있는 문제들로부터 일국 내부의 소규모 지역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제각각 다양한 정치색을 띤 운동세력들의 만남의 장으로 설명되고 있다.
우리가 섣불리 우리의 미래에 대해 장밋빛 환상을 꿈꾸거나, 잿빛 회색의 성채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보다 냉정히 우리의 현재를 돌보는 것이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 미래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