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 한 알 - 일화와 함께 보는 장일순의 글씨와 그림
최성현 지음 / 도솔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우연히 읽은 책이 뇌리를 강타하는 쾌감은 언제라도 상쾌한 일이다. 주변에서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니었고, 그냥 지나가는 것일 뿐이었다. 그러나 치기 만만한 20대에게 그는 고리타분한 늙은이일 뿐이었다. 여기 저기서 그 분의 서화를 보기도 했다. 원주에서 살다보면 느닷없는 그의 서화에 전혀 낯설지 않다. 밥집을 가도, 술집을 가도, 공방을 가도 볼 수 있다. 그 분의 죽음을 전파를 통해 들으면서도 그냥 이제 가셨구나 하는 감정 뿐이었다. 이를테면 내가 지금 쓰게 될 이 글은 그 분을 진정한 스승으로, 큰 사람으로 각된 나의 뒤늦은 고백이다. 천리를 기어라. 만물을 감싸 안아라. 언제나 간결하고 쉬운 그의 말은 처음엔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사시는 분도 있구나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책 자체가 무슨 깊이를 가진 것도 아니어서 쉽게 읽히지만, 그 분의 언설도 그리 낯선 위대한 인물의 말 같지도 않다. 서글서글한 이웃집 할아버지의 잔잔한 한 마디, 바로 그것일 것이다. 모진 삶을 살아오시면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의 구절을 몸소 실천하셨다 한다. 이 책을 다 읽던 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그 분의 삶과 인품을 떠올리고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한 인간의 생애가 우주로 퍼져나갈 수만 있다면, 우리 세상도 살 맛 날 듯도 하다. 그 날부터 생긴 변화는 참 많다. 내 기분에 얽매여 쉽게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던 내가 사라졌다. 이젠 늘 웃는다. 살 맛이 나는 듯도 하다. 아무리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나를 다스려야 한다고 다짐한다. 짜증을 내어 될 일이 아니다. 원통하고 분하다고 남을 증오하고 미워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모든 것을 섬기고 받들 때, 그것은 나를 살리고, 타인을 살리고, 우주를 살린다. 나도 이제 나를 살리고, 기어서 밑으로 밑으로, 누구라도 섬기고 사는 삶을 실천하며 살아보려 한다. 육성으로 뵙진 못했지만, 또 한 분의 스승으로 떠받들 큰 어른이 계셔서 정말 다행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