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니체를 읽는가 (올컬러 에디션) - 세상을 다르게 보는 니체의 인생수업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송동윤 엮음, 강동호 그림 / 스타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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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정식 출간한 니체 전집은 두꺼운 양장본으로 총 21권 분량이다. 누구나 니체라는 이름을 들어 알고 있으나, 막상 니체를 읽으려고 하면 눈앞이 막막해지는 게 사실이다, 알다시피 한 문장 한 문장 예사롭지도 않은 바, 기계적 분량이 많아서가 아닌데, 21권이면 분량도 꽤나 압도적이다. 이른바, 정신없이 분초를 다투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니체란, 저 멀리 어디쯤 있는 범접하기 어려운 무엇이 되었다.


정식으로 출간한 니체 전집이 아니어도 니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국내만 해도 니체 관련 수백 종의 관련 서적을 출간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럼에도 니체가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의미는 아니다. 쓴 걸 달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살짝 맛만 본다고 해도 니체 정신의 정수를 담으려면 쓰다고 하면 쓴 맛을 각오해야 한다. 스타북스에서 나온 '나는 왜 니체를 읽는가' 역시 니체의 문장을 담고 있으니 큰 틀에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절대 니체를 안다고 해서도 안될 일이다.


이 책의 제목이 의미하듯 엮은이가 니체를 왜 읽었으며, 니체의 어떤 글귀가 그의 마음을 관통했는지 걸러서 풀어낸 책이다. 다시 말해 감독이자 소설가인 송동윤이 인생에서 방황할 때 그에게 위로가 되었던 바, 동시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사는 독자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도록 꾸민 버전이다. 하여 이 책은 체를 향해 방향을 살짝 틀어볼 수 있을 여지를 주는 아주 친절한 입문서인 동시에 출간 기준 2023년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렵고 딱딱하고 불 같고 오리무중인 니체가 아닌 아포리즘으로 니체를 만나 볼 수 있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라는 속담처럼 같은 책을 읽었다고 한들 어디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가, 독자 각자의 몫이다. 이 책의 장점은 니체를 부담 없이 만나볼 수 있도록 시작점에 세워주는 한편,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15가지로 주제를 나누어 상황이나 기분이나 이해도에 따라 필요한 장을 골라 읽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머리로만 이해하는 철학이 아닌 가슴이 뒤따르는 철학자로 니체를 꼽는 바, 강동호 화백의 일러스트는 니체의 독특한 세계관을 글과 함께 정서적으로도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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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탄생 - 기획이 곧 예술이다
소홍삼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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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러 다닌 지 4년 차, 여전히 취미 수준이지만 뚫린 눈과 귀가 있으니 이런저런 얘기를 보고 듣고는 한다. 취미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라, 공연 리뷰를 쓰기 위해 여기저기 찾고 보다보면 나름 눈이 뜨이는 순간이 온다는 게다. 공연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가 물론 있다. 영화나 TV와 달리 많은 정보가 있지 않다보니 선입견이나 휘둘리는 일이 적은 데다, 무대와 객석의 가까운 거리를 두고 매번 다른 연기에 매번 다른 감흥을 주기 때문이다. 남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내 개인 취향에 맞는 공연을 만끽하는 일은 오로지 하고만 대화가 가능한 일이다.

 

역으로 타 매체에 비해 관심도가 낮고 정보가 많지 않아 무대 주변과 관련해 돌아가는 상황을 알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연극을 즐겨보는 입장에서 전문잡지가 한 종 있기는 하나, 주로 공연 관련해 전문 평 위주라-또 이런 이유로 읽기도 하지만-작품이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과정을 좀처럼 알기가 쉽지 않다. 몇몇 뮤지컬을 제외하고는 작품 흥행을 담보하기 힘든 바,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배경에 걸맞은 지원체계나 시스템이 있다는 걸 알고 난 뒤 호기심이 더했던 참이다. 제작 배경을 알면 작품 이해를 작가, 연출, 배우 외 이해의 폭을 확장할 수 있다.

 

나름 관객치고는 돌아가는 사정을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대의 탄생>은 내가 지레짐작으로 알고 있던 몇 가지에 대해 그 배경을 밝힌다. 좀처럼 주목하지 않는 무대 뒷얘기인 셈이다. 공연 관련 기획 홍보를 담당했던 저자 소홍삼의 분석은 주먹구구로 알고 있거나 알려진 작품 제작 배경을 꼼꼼하게 분석해 요약하여 전달한다. 기획 마케팅을 가르치는 교수답게 작품 혹은 장르별로 구분해 실은 10가지 공연기획 말미에는 경영자 시각에서 바라본 분석을 내놓는다. 그가 다룬 사례는 성공 못지않게 실패한 경우를 들어서 반면교사로 삼는다. ‘특별한 이슈 역시 부재했다. 언론에 소개된 자료는 하나같이 작품의 규모나 수준 등 공연전반에 대한 소개 글 정도() 많은 화젯거리가 있었음에도 이를 총집합한 작품 전체에 대한 묶음기사만이 제공돼 홍보의 상승효과나 지속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98p ‘운동장 오페라’)와 같은 지적은 공연 기획이 아니더라도 분야가 다른 경우에서도 새겨들을 만하다.

 

다만 무대예술을 자체가 예술성, 역사성 등 단순히 흥행만을 두고 성패를 진단하기 어렵다보니 분석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그의 분석이 다소 일반론에 그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앞서 머리말에서 밝혔듯, 예술경영이나 공연기획에 관심이 있은 학생들을 위한 지침 역할에 충실한 셈이다. 이 책의 장점은 현장을 목소리를 일관된 기획 방향을 잡아서 채집하고 요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추천사처럼 기록을 소홀히 하는 공연계의 경향에 따라 현장 관계자가 아니면 모를 이야기들을 담아서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운 논란에서 중심을 잘 잡고 있는 셈이다.

 

2010320, LG아트센터에서 우연치 않게 독일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쉬(Pina Bausch) 추모작 <카페 뮐러 & 봄의 제전>을 보러간 적이 있다. 그녀는 LG아트센터와 맺은 인연으로 개관 10주년 기념 공연인 이번 작품에서 <카페 뮐러> 무대에 직접 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2009년 그녀가 갑작스레 작고하면서 피나 바우쉬 부퍼탈 탄츠테아터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찾은 추모 공연을 본 셈이다.

 

이전까지 피나 바우쉬를 전혀 몰랐던 나는 현대무용극인 작품을 보고는 피나 바우쉬에 대해 책과 자료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서 그녀의 발자취를 쫓았다. 그녀를 실제로 볼 기회가 있었으나 결국 무대에서 영원히 보지 못하는 현실은 영화 애호가와는 다른 갈증을 준다. 아무려나 내 관심을 연극이나 뮤지컬에서 무용, 클래식, 오페라, 국악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게 된 계기였다. 그리고 <무대의 탄생>에서는 내가 또 알지 못했던 한국과, 정확하게는 LG아트센터와 그녀와의 소소한 인연을 풀어낸다. 이 대목만으로 이 책은 나에게는 제값을 한 셈이다.

 

참고로, 악극, 서커스 등 일반 관객들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서도 생생한 목소리와 더불어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고 있어 관심을 가지고 장르를 이해하기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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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고 싶은 날 - 스케치북 프로젝트
munge(박상희) 지음 / 예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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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고 싶은 날 (스케치북 프로젝트)

회화의 정석 따윈 잊어라, 선만 그릴 줄 알면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다! <그림 그리고 싶은 날> 카피이다. MUNGE 씨가 '나도 멋진 그림들로 스케치북을 가득 채우고 싶다''라는 작고 소박한 바람은 출간되면서 기획 카피로 나왔다. 많이 들었던 문구이다. 하지만 시선을 잡아끈다. 요 사이 공연을 즐겨 보면서 어느 순간부터 무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미술에 관심이 가던 참이다. 사서 쌓아놓은 미술 관련 도서만 몇 권이지 모르지만 주로 감상할 때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이지 내가 직접 손으로 그리는 경우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곰곰이 돌이켜보니 한참이긴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스케치북 한 권을 내가 그린 그림으로 가득 채워 짝사랑하는 친구 누나에게 선물해준 일이 있었다. 요즘 말로 하면 일러스트 북이라고 부르려나, 다른 아이들이 베끼기 바쁠 때, 나름 독창적인 그림체와 캐릭터로 누나의 마음을 사로잡아 칭찬을 받았던 뿌듯한 추억이다. 뭐, 원하는 게 칭찬만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더 올라가면 7살 즈음,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고, 딱히 놀만한 장난감이 없어 그랬나 모르지만, 단칸방 벽지를 온통 화폭 삼아 그림을 그려댔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단칸방보다 더 비좁은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그림을 그리기는커녕 두껍고 각진 이 책을 들고 있기도 버겁다. 스마트폰을 든 사람들은 혹시나 책 모서리로 치지나 않을까 경계하는 눈치다. 컴퓨터 자판이 익숙해진지 오래, 일하면서 마음만 바빠 적어대는 메모조차도 알아보기 힘든 괴팍한 흘림체로만 남았다. 이 책 한 권 읽었다고 내가 그림을 그리려나? 글쎄 당장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동기부여보다 실제 연습 과정과 독특한 나만의 스케치북을 만드는 과정을 담아 실습용으로 알맞은 책은 나와 거리가 멀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 펜을 다시 잡아봐” 권유하는 책을 두고, 한때 만화 좀 그렸다는 애기를 들었다는 내가, 책 구성이 어쩌고저쩌고, 한글 함초롬바탕체로 다다다닥, 늘어놔봐야 헛일이다(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가격이 솔찬히 올라갔을 성 싶은 양장판 구성은 오래두어도 변치 않는 모양새를 자랑하지 싶다. 분명 언제고 다시 집어 들어 보고 직접 시현을 해볼 때가 오리라 믿는다. 우선 주변에 재능 있는 새싹에게 대여 및 양도도 고려중이다.

연말도 슬슬 다가오고 두루 신경 쓸 일이 많은 30대 직장인 입장에서 이 책의 미덕은 글씨 대신 MUNGE의 작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품집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머리를 식히는 데에도 그만이니, 과하게 얘기하면 개인전 도록이라고 해도 좋다. 작품을 보면 그녀가 얘기하는 그림이란 호당 얼마씩 하는 미술관용 그림이 아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어디로든 가서, 껌 종이든 포장지든 여백을 두고 그 감성을 담으라고 권유한다. 손으로 스윽슥 그리는 그림은 한편으로 쉼을 즐기고 기억하는 아이템으로도 좋다. 굳이 그림이 아니어도 그녀가 제안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기초적이고 대중적인 아트워크’ 스크랩도 멋진 스케치북 프로젝트라고 귀띔한다. 그 자체로 한 장의 작품인 아티스트들의 명함도 좋은 수집 대상이다.  

 이외에도 스케치북 만들기 과정이나 드로잉 도구, 물감 등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준비에 대한 친절하고 자세한 소개가 곁들여졌다. 기획사 직원들의 발품이 한몫 했겠지만 이 책 한 권으로 어느 정도 준비는 확실히 할 수 있을 듯하다. 소제목이 죄다 영어라 다소 거부감이 들기는 하지만 친근한 그림처럼 글도 그러하니 미리 주눅들 필요는 없다. 읽고 나면 평소 흔히 듣나 싶지만 헷갈리는 미술용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남들과 다른 나만을 위해 용기를 내볼 때가 예상보다 일찍 찾아올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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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 읽는 성경 이야기 : 신약 - 개정판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한은경 옮김 / 생각의나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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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와 오랜 세월 상상력이 빚은 명화가 함께 어우러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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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 읽는 성경 이야기 : 구약 - 개정판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한은경 옮김 / 생각의나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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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와 오랜 세월 상상력이 빚은 명화가 함께 어우러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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