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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고 싶은 날 - 스케치북 프로젝트
munge(박상희) 지음 / 예담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그림 그리고 싶은 날 (스케치북 프로젝트)

회화의 정석 따윈 잊어라, 선만 그릴 줄 알면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다! <그림 그리고 싶은 날> 카피이다. MUNGE 씨가 '나도 멋진 그림들로 스케치북을 가득 채우고 싶다''라는 작고 소박한 바람은 출간되면서 기획 카피로 나왔다. 많이 들었던 문구이다. 하지만 시선을 잡아끈다. 요 사이 공연을 즐겨 보면서 어느 순간부터 무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미술에 관심이 가던 참이다. 사서 쌓아놓은 미술 관련 도서만 몇 권이지 모르지만 주로 감상할 때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이지 내가 직접 손으로 그리는 경우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곰곰이 돌이켜보니 한참이긴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스케치북 한 권을 내가 그린 그림으로 가득 채워 짝사랑하는 친구 누나에게 선물해준 일이 있었다. 요즘 말로 하면 일러스트 북이라고 부르려나, 다른 아이들이 베끼기 바쁠 때, 나름 독창적인 그림체와 캐릭터로 누나의 마음을 사로잡아 칭찬을 받았던 뿌듯한 추억이다. 뭐, 원하는 게 칭찬만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더 올라가면 7살 즈음,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고, 딱히 놀만한 장난감이 없어 그랬나 모르지만, 단칸방 벽지를 온통 화폭 삼아 그림을 그려댔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단칸방보다 더 비좁은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그림을 그리기는커녕 두껍고 각진 이 책을 들고 있기도 버겁다. 스마트폰을 든 사람들은 혹시나 책 모서리로 치지나 않을까 경계하는 눈치다. 컴퓨터 자판이 익숙해진지 오래, 일하면서 마음만 바빠 적어대는 메모조차도 알아보기 힘든 괴팍한 흘림체로만 남았다. 이 책 한 권 읽었다고 내가 그림을 그리려나? 글쎄 당장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동기부여보다 실제 연습 과정과 독특한 나만의 스케치북을 만드는 과정을 담아 실습용으로 알맞은 책은 나와 거리가 멀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 펜을 다시 잡아봐” 권유하는 책을 두고, 한때 만화 좀 그렸다는 애기를 들었다는 내가, 책 구성이 어쩌고저쩌고, 한글 함초롬바탕체로 다다다닥, 늘어놔봐야 헛일이다(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가격이 솔찬히 올라갔을 성 싶은 양장판 구성은 오래두어도 변치 않는 모양새를 자랑하지 싶다. 분명 언제고 다시 집어 들어 보고 직접 시현을 해볼 때가 오리라 믿는다. 우선 주변에 재능 있는 새싹에게 대여 및 양도도 고려중이다.

연말도 슬슬 다가오고 두루 신경 쓸 일이 많은 30대 직장인 입장에서 이 책의 미덕은 글씨 대신 MUNGE의 작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품집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머리를 식히는 데에도 그만이니, 과하게 얘기하면 개인전 도록이라고 해도 좋다. 작품을 보면 그녀가 얘기하는 그림이란 호당 얼마씩 하는 미술관용 그림이 아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어디로든 가서, 껌 종이든 포장지든 여백을 두고 그 감성을 담으라고 권유한다. 손으로 스윽슥 그리는 그림은 한편으로 쉼을 즐기고 기억하는 아이템으로도 좋다. 굳이 그림이 아니어도 그녀가 제안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기초적이고 대중적인 아트워크’ 스크랩도 멋진 스케치북 프로젝트라고 귀띔한다. 그 자체로 한 장의 작품인 아티스트들의 명함도 좋은 수집 대상이다.  

 이외에도 스케치북 만들기 과정이나 드로잉 도구, 물감 등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준비에 대한 친절하고 자세한 소개가 곁들여졌다. 기획사 직원들의 발품이 한몫 했겠지만 이 책 한 권으로 어느 정도 준비는 확실히 할 수 있을 듯하다. 소제목이 죄다 영어라 다소 거부감이 들기는 하지만 친근한 그림처럼 글도 그러하니 미리 주눅들 필요는 없다. 읽고 나면 평소 흔히 듣나 싶지만 헷갈리는 미술용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남들과 다른 나만을 위해 용기를 내볼 때가 예상보다 일찍 찾아올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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