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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
김현진 지음, 전지영 그림 / 레드박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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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읽으면서 생소했던 대목은 생소한 ‘부치’ 레즈비언의 일화를 밝힌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그리고 스트레이트의 공통점’도, 남자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까발린  ‘연애 편견을 해부하다’도 아니었다. 작가의 소개에서 언뜻 보이지만 ‘나가는 말’에서 밝힌 MB에 대한 강한 적의였다.

그렇다고 ‘연애에 관한 책을 쓴다’와 ‘MB가 싫다’가 서로 죽이 딱딱 맞게 호응할 이유도 없지만 이 책 출간이 늦어진 이유가 “이명박과 그의 일당들 때문”이라니 말이다. 그 이유로 ‘이런 시국에’ 연애를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MB정권 이전의 자칭 ‘B급 연애사’에 기반을 둔 이 책이 MB와 상충할 이유가 있을까 싶단 말이다.

삶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시점이 부끄럽다는 얘기는, 김현진 식으로 이야기 하자면 이미 사랑이 식고 사랑할 의지도 없으면서 “사랑하니까 헤어지자‘는 식으로 치졸한 변명을 늘어놓는 찌질이들의 대사처럼 들린다. ‘이 시국이니까 연애지’라는 식의 마무리는 완전히 80년대 운동권 구호다. 시국과 연애라니!

물론 그녀하고 하고픈 얘기가 이런 허술한 식은 아니다. ‘때리거나 돈 뜯거나 하는 쓰레기 같은 남자의 홍수에 파묻혀’ 산전수전 다 겪은 자신의 글을 읽고, 같은 고민과 걱정에 빠진 여성들이 위안을 받아 힘을 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힌다.

어쭙잖은 조언 따위는 생략하고 가식과 꾸밈없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연애기다. 나와 해당사항이 없으면 가볍게 읽고 말면 될 걸(꽤 수컷의 속성을 다룬 곳곳의 지적은 정말 날카롭고, ‘남자의 조건’의 항목들은 정말 새겨들을 만하다), 꼬투리 잡고 늘어지는 이유가 뭔가 말이다.

사랑은 현실이니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 따위에 넘어가지 말고, 냉정하게 돈도 데이트 할 정도는 벌어야 하고, 몸매를 가꾸려는 노력도 하라는 지적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자기계발서, 처세술 관련 책 읽는 남자는 매력 없다’는 지적에서 이 책은 과연 자유로운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도발적인 책 제목처럼 좀 더 뻔뻔하고 도도해도 될 뻔했다.

그런데 그녀 스스로 이 책의 지질한 얘기들이, 서자인 홍길동을 바라보는 아비의 심정 같은 게 아니라면 굳이 그냥 시사주간지도 아니고 ‘<시사IN>, <한겨레>’, 이른바 진보잡지라고 명시를 해서 칼럼을 쓰고 있다는 식의 소개를 할 필요가 있나 말이다. 

책으로는 처음이었으나 난 그녀의 칼럼을 꽤 많이 주의 깊게 읽는 독자 중 한 명이었다. 그녀가 기륭전자 단식에 참여하면서 겪은 일화나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농성 현장에서의 생생한 글을 기억하고 있다. 책에서는 안 보이지만, 그녀는 이 책의 인세를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조에 기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돈 없이 잘 노는 법’을 궁리하는 그녀에게는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고, 적지 않은 금액일 게다.

그만큼 그녀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지만 그렇다고 특정 성향의 르포만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다만, 애초 당당하게 살았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그녀이니만큼, 책 여기저기 사소한 소심함이 ‘티’가 아니라 ‘들보’처럼 보이는 게 불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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