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을 리뷰해주세요.
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
윤준호 외 지음 / 지성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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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웨스트 환경기구의 수석 연구원 존 라이어가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에서 첫 번째로 소개하는 물건이 바로 자전거다. 요즘 연비를 올린 하이브리드 자가용이 족족 출시되고 있지만 두 발로 직립보행을 하는 대신 디스크, 관절질환, 치질이라는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인간에게는 역시 두 발로 달리는 자전거가 제격이다. 

경제적이고 윤리적이며 환경친화적이며 몸 건강과 정신 건강에 두루두루 좋은 자전거 타기의 장점은 자전거 애호가 아홉 명의 소회를 담은 <자전거, 도무지 헤어 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에서 두고두고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들을 두고 대한민국 대표 자전거 애호가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아무려나 자전거에 푹 빠진 이들의 면면을 보면 밴드 멤버, 음악 평론가, 만화가, 라디오 디제이 등등 자동차의 속도만큼이나 자본주의의 정점을 향해 치달리는 한국 사회에서 나름의 독자적인 생존법을 구가하는 이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자전거 메신저(택배)인 지음 씨인데, 기호를 넘어 삶에서 우러나오는 자전거에 대한 그의 얘기는 꽤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목표를 향해 고속도로의 일직선을 추구하는 자동차와는 달리, 가는 길 내내 시골길 마냥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자전거와 그들의 삶이 조화를 이룬 덕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누구라도 어린 시절부터 배우기 쉽고 간편한 자전거와 함께 한 추억이 있지 않은가.

운동과는 담을 두 겹으로 쌓고, 삼겹살을 자랑하던 내가 음식조절을 하지 않았음에도 한때나마 10Kg 감량을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 덕분이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전거를 다시 끄집어내는 게 맞는데, 저자들처럼 마냥 즐거워할 수만도 없는 게 나름 사연이 있다. 우선, 이 자리를 빌어서 대략 5~6년 전 초봄, 충정로 파출소 앞에 세워두셨던 자전거 주인에게 심심한 사과를 보낸다.  

설마 파출소 앞에 두었는데, 하고 안심을 하셨겠지만 새벽 2시까지 원치 않는 술에 취한데다 지갑을 잃어버려서 집은커녕 사우나를 갈 수도 없는 상황에다 파출소의 환한 간판 덕에 자전거가 흐릿한 눈에도 단박에 들어왔다. 

아무려나 느닷없는 객인을 싣고도 얌전히 달려주는 자전거가 쓰린 속을 달래주었다. 슬슬 속력을 내봤다. 새벽 찬 기운이 술기운을 슬슬 몰아내주기도 했지만 오랜 만에 타본 자전거는, 어린 그 시절처럼 제법 흥미진진한 구석이 있었다. 

차마 차도로 나갈 엄두는 못 내고 인적이 드문 인도로 슬슬 달렸는데, 지하도 말고는 건널목을 좀처럼 찾기 힘든 세종로 4거리 앞에서 냅다 이순신 동상 앞으로 가로질러간 기억이 생생하다. 쉬다가 타다가를 반복하면서 장장 여섯 시간 걸려서 기어이 집에 도착했다. 바로 출근을 해야 할 시간이었지만 난 냅다 퍼져서 오후 늦게까지 잠이 들고 말았다. 

아! 사과를 한다고 해놓고서는 절도 행각을 마치 추억 여행처럼 기술하고 말았다! 이왕 말나온 김에 좀 더 뻔뻔하게 들이대자면, 그때 자전거가 없었다면 아마 길바닥에서 노숙을 하다가 구완와사가 왔을지도 모르거니와, 까맣게 잊고 지냈던 자전거의 매력을 되찾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새벽녘에 잠자는 서울 한복판을 관통하는 기분과 온몸이 녹이 슨 듯 어마어마한 근육통에 시달렸던 한 주가 떠오른다. 

미술평론가 반이정의 ‘두바퀴의 수난사 : 빈곤한 자전거 도둑들의 도시’를 읽고는 내내 가시처럼 걸려 있던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이후 마당 한쪽에 있는 자전거를 볼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결국 이웃집 아이의 차지가 되고 말았다. 

그 이후로 사거나 받아서 자전거를 내내 타고 다녔는데, 인과응보인지 툭하면 도난당했다. 지하철 입구 거치대에 세워둔 수십 대의 자전거 중에서 내 자전거만 쏙 없어졌을 때에는 정말 누가 보고 있나 싶기도 했다. (그때 이후로 번호키 자물쇠는 사지 않는다.) 

딱 봐도 질긴 녀석으로 자물쇠를 구해 걸었더니 안장을 쏙 빼가는 일이 벌어졌다. 일부러 키에 맞춘다고 싯포스트(seatpost)를 늘이고 전립선 보호 안장으로 바꾼 지 일주일도 안 되어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로 목(?) 없는 자전거는 창고에 처박힌 채로 나올 줄을 모른다. “타고 가다가 그냥 사고나….” 저주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다가 멈춘다. 

하! 누가 누구를 탓하랴! 그리하여 자전거 주인께 사과를 올린다. 자전거 저주를 제발 풀어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내 자전거를 가져간 이들이여! 부디 오래오래 아껴주길 바란다. 

주자가 <근사록>에서 말하길 ‘공자의 논어를 읽어서, 읽기 전과 읽은 후나 그 인간이 똑같다면 구태여 읽을 필요는 없다’라고 했던가, <자전거, 아홉가지 매력>을 읽고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면 구태여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니.

아무래도 이야기가 많이 빗나갔지 싶은데, 뭐 이런 게 또 자전거가 건 저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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