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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 feed
M. T. 앤더슨 지음, 조현업 옮김 / 지양어린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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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d : 1 <동물 등에> 먹이[모이]를 주다; <어린이·환자 등에게> 음식을 먹이다; <아기에게> 젖을 주다; 양육하다, 2 <연료를> 공급하다(supply); <램프에> 기름을 넣다; <연료·원료를> 보급하다; <보일러에> 급수하다; 3 <귀나 눈 등을> 즐겁게 하다, <허영심 등을> 만족시키다(gratify) 《with》;<화 등을> 돋우다 《with》[영어사전]

 

feed : 인간의 뇌 속에 직접 이식한 컴퓨터 시스템. 텔레파시 형태로 채팅이 가능하고, 온갖 지식과 정보를 피드넷을 통해 직접 공급받는다. 교육, 소비, 문화 등 모든 사회생활을 피드로 수행한다. 또한 신체의 기본적인 조절 능력인 뇌기능을 대행하는 피드에 이상이 생길 경우, 기억 상실, 근육 마비 증세가 올 수 있으며, 싱크로율이 제로에 이르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M.T. 앤더슨의 소설 <피드feed>]  


M.T. 앤더슨의 소설 <피드feed>의 의미는 피드의 사전적 의미를 사회정치인 코드로 재해석한 단어이다. 1. ‘먹이를 주다’는 주인공 타일러스의 어린 ‘냄새쟁이’ 동생이 하루 종일 어린이 방송 채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대목을, 2. ‘(연료를) 공급하다’는 개인 의사 선택과 상관없이 스펨 메일처럼 폭주하는 배너 광고를, 3. ‘<귀나 눈 등을> 즐겁게 하다’는 환각제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가상 체험 ‘멜’과 의미가 상통한다. 

 

한마디로 피드는 ‘욕망의 충족’이다. 소설 속에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 상태(허기, 더위)나 보는 시선(쇼핑, 게임장)에 따라 정보가 피드를 타고 머릿속으로 직접 들어온다. 자본주의의 극단이라는 설정이니만큼 경쟁업체의 각종 정보가 물밀 듯이 들어온다. 그러나 정보의 통제권은 ‘개인’에게 있지 않다. 다만 무시를 할 뿐이다. 선택권 또한 마찬가지다. 그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선별된 정보를 두고 선택을 한다고 착각을 할 뿐이다.  

 

작가는 <피드>가 미래소설이 아니고, 지금 직면한 문제를 논하기 위해 가상의 미래 이미지를 비유적으로 차용했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미디어 통제와 장악 문제는 당장 우리에게도 꽤 익숙하다. 지난 7월 22일, 언론법 개정을 두고 “언론법 날치기, 민주주의 파괴 폭거”라는 과격한 말들이 오간다.  

 

“우리 생활을, 영화와 노래와 광고에서 온 이미지들을 빼 버리고선 생각할 수 없어요. 그 이미지들이 모두 우리에게 요구하는 건 더 나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더 나은 소비자가 되라는 거예요” 329쪽 ‘작가와의 대화’  

 

 

우주여행이 가능한 시대, 피드로 모든 생활이 편리해진 ‘접속’의 시대,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달 합병 문제로 미국과 지구 동맹(주로 제3제국이 소속)의 갈등이 있고, 끔찍한 환경 파괴와 이에 따른 부작용이 있다.   

 

 

사회 제도의 적응 산실이라고들 하는 학교대신 재택교육을 받는 바이올렛, 아버지는 내부 칩 형태가 아닌 몸에 짊어 매는 구형 피드 등짐을 사용하면서 한물간 ‘문자’에 매달리는 가난한 대학교수이고, 이혼한 어머니는 피드 시스템 자체를 혐오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바이올렛은 사회가 요구하는 ‘더 나은 소비자’의 요건과 맞지 않는다. 남자친구인 타일러스가 보기에는 오락, 드라마, 쇼, 쇼핑, 유행을 따라가기에도 바쁜 친구들과 달리 ‘골치 아픈 남의 일일뿐’인 정치, 사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바이올렛이 별종으로 분류된다.   

 

 

타일러스 일행이 피드에 대항하는 급진적 해커의 습격으로 피드가 망가졌을 때, 부유한 집 아이들과 달리 가난(하다기보다는 시스템을 거부하는)한 바이올렛은 피드 수리에 곤혹을 겪는다. 그리고 기업의 치료 지원 요청도 바이올렛이 ‘더 나은 소비자’의 행태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를 당한다.  

 

 

타일러스는 자신과 전혀 다른 시선을 가진, 다시 말해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바이올렛에게 점점 흥미를 잃는다. 심지어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바이올렛의 채팅을 무시하거나, 뇌 기능을 잃기 전에 애써 전송한 그녀의 소중한 기억을 바탕 화면 휴지통 비우듯 지워버린다.   

 

 

하지만 타일러스도 점점 깨닫고 있었다. 자신이 선택한 시스템이라는 게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를.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이식 받은 피드의 세계를 무시할 수 있을까. 바이올렛의 주검을 앞에 두고도 피드에서는 “울적한가요? 그럼 청바지를 입어요!”라는 광고를 보낸다. 싱크로율 0%, 피드에서 밀려나 비참하게 죽은 바이올렛 앞에서 타일러스는 이야기한다. 


“이건 피드에 대한 거야. 이건 아주 보통 아이에 대한 거야. 아무것도 생각할 줄 모르던 아이가 어느 이상스러운 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여자애를 만났지. (…) 그 마지막 날에 미국의 배경에 다연 저항하게 되는데, 그건 아주 정신적인 그들의 사랑 이야기야.”

피드가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 타일러스 안에서 발현된 사고 능력이 피드의 광고 장막을 뚫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죽은 바이올렛이라는 존재는 피드 시스템에서는 그저 삭제한 프로그램 뒤에 남은 불필요한 ‘레지스트리’ 정도의 존재일 뿐이다.  

 

 

허나 타일러스의 이야기를 통해서 바이올렛은 이제 피드에 저항한 소녀,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찾아 떠난 선도자가 된다. 어쩌면 ‘새로운 세상을 여는 신화 속 주인공’으로 등극할 지도 모른다.   

 

 

바이올렛을 통해 싹을 틔운 타일러스의 사고가 소설 <피드>로 폭발하기 시작했을 때(그의 후일담이 소설<피드>라고 유추할 수 있다) 창문 너머로 바이올렛의 아버지는 묵묵히 정원에 엎드려 풀을 뽑는 모습이 보인다. 피드 클릭을 통해 쇼핑으로 대리 노등을 하는 피드인에게는 볼 수 없는 직접 노동이다. 피드에 저항하는 ‘생각’과 ‘실천’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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