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3 - 상, 하>을 리뷰해주세요
밀레니엄 3 - 상 -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 밀레니엄 (아르테) 3
스티그 라르손 지음, 박현용 옮김 / 아르테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는 고인이 된 현실이 안타까운 소설가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가의 마지막 작품. 50세, 작가가 세상에서 살다간 세월, 그 나이가 될 때까지 나는 과연 뭘 해낼 수 있을까? 그리 멀지 않은 강박의 나이. 

스웨던의 작가 故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읽기 전, 수첩에 적어 놓은 짤막한 메모이다. 소설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진즉에 버렸지만, 50세의 나이에 늦깎이 나이에 소설가로 이 정도의 파장을 불러온 작가를 보면 불현듯 욕심이 나다가도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은 제풀에 꺾이고 말았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읽힌 책(2008년)이이면서, 1부가 영화화 되어 유럽 북구에서 흥행 신기록을 달리고 있는 작품으로 적어도 앞으로 영화를 통해서라도 작가가 계획했던 10부작 중에서 유작으로 남은 3부작에 대한 반응은 갈수록 커질 것임에는 분명하다.  

스웨덴의 대기업, 언론사, 병원, 비밀첩보기관에 이르기까지 사회 구조의 안팎으로 엮인 거대한 ‘빅 브러더’들의 살인, 협박, 사기, 갈취 등 기득권 유지를 위한 추악한 이면을 딱딱한 사회인문서적이 아닌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숨 막히는 스릴러 소설, 차라리 마약”이라는 평가를 받는 소설로 풀어냈다.  

주인공 이름도 그렇지만 예오리 뉘스트림 등 곱씹어 읽어 봐도 당최 입에 붙지 않는 스웨덴 식 등장인물 이름을 비롯해 각종 냉전 시대의 북유럽 내 갈등, 스웨덴 정치사, 기업 스캔들 등은 밀레니엄 소설이 아니었다면, 고작 뮤지션 아바(ABBA)나 자동차 기업 볼보(Volvo) 정도나 겨우 아는 내가 평생 가야(!) 관심을 가질 사안이 아니다.  

“언론 보도의 진실 판단 여부“는 부차적 문제가 된 지 오래, “누가 어떻게 전할 것인가”하는 언론 포장과 유통 문제가 언론 관련 최대 쟁점이라는 건 미디어법을 놓고 직권상정을 강행하는 한국만 봐도 뻔한 일이다. (민생문제와 관련이 없는 이 문제를 두고 직권상정 강행, 의원직 사퇴 등의 초강수가 나오는 이유는, 다 아는 얘기지만, 언론 장악이 정권 창출의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역시 다 아는 얘기인데, 장악한 언론의 방향성을 사회가 따라간다는 것이다.)  

스티그 라르손의 작품은 워낙 복선이 치밀하고 흥미진진한 추리소설 구조를 따와서 그렇지, 실제 사건과 인물 이름을 거론하는(이 역시 내 눈에는 낯설기만 하지만) 소재와 다루는 내용은 꽤 무겁다. 이 소설 한 편으로 사회의 이면과 권력의 속성을 보는 시각을 뒤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정치, 사회에 별 관심이 없는 세대와 계층의 눈길을 돌리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이 대성공을 거두었다.  

문화 컨텐츠의 기본인 텍스트의 높은 완성도는 비슷한 소재와 주제를 두룬 소설 출간뿐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으로 이어지면서 더 큰 파장을 낳을 것이다.  

사회의 비리를 파헤치는 문제를 다룬 스릴러물이나 첩보영화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소설 <밀레니엄> 시리즈의 실질적 주인공은 잡지사 ‘밀레니엄’ 주변 인물들로 이들은 직원이 열 명도 되지 않는 소규모 잡지사의 일개 직원들이다.  

사회를 보는 일차적인 눈 역할을 하는 이들의 역할은 3부 마지막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백미! 법정에서 제대로 드러난다. 보통의 비슷한 정치, 군사, 기업을 다룬 소설과 영화가 스릴 넘치는 대결 구도 이후 악당의 물리적 패배 이후 경찰 수갑으로 마무리를 했다면, <밀레니엄>은 잡지사 ‘밀레니엄’을 중심으로 합법적인 재판 과정에서 빠져나갈 여지를 완벽하게 틀어막기 위한 증인 모색, 증거의 수집, 더불어 언론 공조와 사건 관련 책 출간을 통한 여론 형성 등 법정 대결을 위한 수순이었다고 봐야 한다.  

‘빅 브러더’들을 절망으로 몰아붙인 종목은 죽음이 아니다.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검찰, 법정, 언론이라는 세 가지 경기에서 완패를 당했을 떼라야 비로소 고개를 떨군다.  

이 책의 가치는 “신데렐라는 왕자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며 키스로 마무리하는 방식을 뛰어 넘어 “신데렐라와 왕자는 평민과 왕족 간의 계급 차를 극복하기 최선을 다 했습니다”라는 식으로 현실 적용 가능한 무대로 대중 소설의 패러다임을 확정했다는 데에 있다. 상투적으로 말하면 재미와 작품성을 고루 갖춘 건 물론이다. 

<밀레니엄> 시리즈의 단점이라면 작가가 장르소설 독자들의 눈높이를 한껏 높여놓고는 그만 고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만한 작품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절망감을 벗어나게 해줄 작품을 찾기 위해 고심해야 할 것 같다. 또, 워낙 빠르게 읽히는 바람에 눈에 덜 띠기는 하지만 3부 한국 초판본에는 이름이 뒤바뀌거나 오자와 띄어쓰기 등 맞춤법 오류가 간간히 눈에 띤다는 점도 살짝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