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돌보며>를 리뷰해주세요.
어머니를 돌보며 - 딸의 기나긴 작별 인사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지음, 유자화 옮김 / 부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한국은 2018년이면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 14% 이상)로 진입한다. 지금도 한국의 의약시장 규모는 2008년 기준 세계 12위 수준이다. 현재 다국적 의약기업이 가장 눈여겨보는 분야는 노인질환 관련 분야이다.  

한국사회에서 돈벌이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는 원인 중 가장 큰 이유는 노후에 대한 사회복지체계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경제력이 없는 노인들의 빈곤, 가난, 고통, 외로움 등 삶 전반에 대한 문제는 당장 시급한 사회 이슈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욱 우려를 하는 점은 삶의 처우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개인에게 돌리는 현 사회 제도는 젊은 세대를 ‘돈 버는 기계’로 내모는 악순환을 반복케 한다.

그래서 건강한 노년을 위한 안티 에이징(anti aging)의 기본 조건으로 금연, 절주, 체중감량, 휴식,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조절, 타인과의 유대관계 등을 꼽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항목들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한국 사회는 미래에 저당 잡힌 삶을 사는 사회이다.

미국의 여성 작가인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실제로 7년 동안 돌본 기록인 <어머니를 돌보며>를 읽으면서 가장 눈에 띤 부분은 집에서 보낸 2년 이후, 노인 요양원에서 보낸 삶에 대한 기록이다.

감상적인 부분을 최대한 절제하고 자신이 겪은 7년의 과정을 담담하게 과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적은 이 책은 사회시스템을 고발하는 식의 내용은 아니다. 예순이 가까운 그녀 자신도 녹내장을 앓는 등의 과정 속에서 힘들게 버틴 삶에 대한 비망록이자 이후 같은 과정을 겪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이다. 

미국인구 3억 명 중 4천만 명이 아예 의료보험 시스템으로부터 격리된 미국 영리의료시스템의 공포는 익히 알려진 터, 그녀의 어머니와 심장병을 앓는 아버지는 다행히도 보험사의 혜택을 받는 축에 속한다.  

그럼에도 사설 노인 요양원에서 만난 “평생 그런 사람을 다시 만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할 정도로 고마웠던 직원은 요양원 서기 빌리로, 보험금 문제로 짜증내고 화를 내는 저자를 위해 “아버지가 60일간의 장기요양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여섯 차례나 어머니의 의무기록을 인쇄해 블루 실드(미국 의료보험 조합)에 보내” 주었기 때문이다. 빌리는 “거의 착취라고 할 만큼” 요양원에서 힘들게 일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해 “월마트에 가서 또 일해야 했다”고 말한다.  

사실, 저자는 치매를 앓는 부모를 둔 자녀들을 위한 “실제적이고 직접적인 답이 될 정보”로 “11. 언제나 당신의 말을 들어 주고 당신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는 하느님 뿐”이라고 할 정도로 개인적인 태도, 각오, 다짐에 지침을 쓴 것이지,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에 대한 비판서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책 속에는 요양원의 시설, 직원 등에 대한 불만이 섞여 나온다.  

어머니의 투병 기간 7년 중 요양원에서 보낸 5년 세월에 저자의 헌신이 뒷받침 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망상, 우울증, 기억상실, 거동 불편 등이 점점 심해진 5년 세월은 치매 초기 집에서 함께 보낸 2년 세월보다 더 힘겨운 인내의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이 책에는 저자의 이웃집 친절한 아주머니 같은 애정과 염려와 동질감이 책 전체에서 가득 묻어난다. 그럼에도 자국 내 의료시스템 밖에 있는 4천만 명에 속한 치매환자의 가족들에게는 전혀 다른 차원의 논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거나 박수를 보내기가 힘들다. 노인 문제에 관한 한 우리 가족 역시 나머지 4천만 명에 속한다는 현실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