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작가의 풍성한 탐구 영역이다.그 예측 불가함, 그 기이함, 그 무한한 다양성이 끝없는 소재가 되어주는 것이다. 위대한 사람들은 종종 일관성의 외양을 보인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은 서로 갈등하는 사항들이 다양하게 뒤섞여 있는 모순의 보따리다. - P15

글쓰기는 내게 숨쉬기처럼 자연스러운 본능이었고, 내가 글을 잘 쓰는지, 아니면 못 쓰는지 곰곰 생각해보지도 않았다.그로부터 몇 년이 흘러간 뒤에 비로소 글쓰기 능력은 고통스럽게 획득해야 하는 미묘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내 머리에 떠올랐다.이것을 발견하게 된 것은 내 생각을 종이 위에 표현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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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살아있는 여성 철학자의 이름을 몇 명이나 떠올려 볼 수 있을까. 저자 줄리엔 반 룬은 뉴욕의 한 서점에 갔을 때 철학분야 진열대에 놓인 32권 저자가 모두 남성인 것을 보고 씁쓸해 했다. 그녀는 “죽은 백인 남성들”의 철학이 아닌, 여성 사상가들의 사유로 여성의 일상을 쓰고자 했다.

 

 

줄리엔 반 룬은 각기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여성 철학자와 활동가를 만나 사랑, 우정, 일, 놀이, 두려움 그리고 경이로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대화의 내용은 어린 시절, 엄마가 되고 난 후 일상, 학계에 들어가는 일, 오랜 친구와의 이별 등. 저자 자신의 경험 이야기도 함께 펼친다. 철학적 사유와 개인의 일상생활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철학자 낸시 홈스트롬은 마르크스가 말했던 것처럼, 여전히 자본시장에서 노동자는 자유와 의식을 억압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노동투쟁과 페미니즘의 통합을 제시한다. 여성은 보육, 건강보험, 더 좋은 학교가 필요하다는 것을 남성보다 더 절실하게 느끼고 때문이다.

    

 

소설가 시리 허스트베트는 놀이가 아이의 자아감각 형성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놀이는 상호주관적이기 때문에 엄마와 아이가 함께 노는 시간은 그만큼 중요하다. 심리학자 비고츠키는 아이가 하는 ‘상상 게임’은 추상적인 사고 발달에 도움을 주고, 조금 더 자란 자기 자신을 창조하기까지 한다고 말한다. 또한 놀이는 아이의 용기를 시험하게도 한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허스트베트와 반 룬은 아이와의 놀이 경험을 공유하며, 놀이란 위험을 향해 스스로 밀어붙이고, 한계를 시험하는 행위라는 것에 동의한다. 저자는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다양한 놀이를 허용하면 어떨까 제안한다.

    

 

철학자 로지 브라이도티는 개인의 완전체를 상징하는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을 거부한다. 인간은 타자와 상호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홀로 완벽할 수 없다. 브라이도티는 사람은 외부와 겹겹의 관계에 놓여있기에 개방성과 수용성을 가진 우정에 관심을 둔다.

 

 

버지니아 울프에게 비타 색빌웨스트의 존재 자체는 특별한 에너지원였다. 비타는 울프의 글쓰기에 긍정적인 힘을 주고 상상력을 제공해 줬다. 브라이도티는 울프의 글쓰기가 “외부를 향한 숨구멍이 나 있는 유동적인 감수성이 활성화”된 결과물로 보았다. 브라이도티의 철학의 핵심은 사람과의 연결이기에 타인에게 항상 마음의 문을 열고 있으라, 주문한다.

    

 

여성 철학자, 활동가, 소설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담을 들려준다. 아이를 학대하는 엄마로 오해받았던 일,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던 유년기, 우울증을 앓았던 오랜 친구와의 이별 이야기 등. 저자는 과거를 돌아보면서 좀 더 나은 선택은 없었는지 성찰한다.

 

 

철학적 사유는 일상 생활에서 우리의 경험을 들여다 보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책에 나온 여섯명의 사상가와 활동가의 대화를 읽으며 독자는 친구, 일, 사랑에 관한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상가들의 조언을 따라 더 깊게, 새로운 방향으로  일상의 문제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철학은 내가 내던져진, 내가 스스로 던져 놓는 이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도움을 준다. - P13

-마르크스 생각들이 이전에 비해 지금이 더 중요한가요?
-그렇다고 봐요. 생태학적 위기 때문이죠.
-지구상의 모든 곳을 향해, 자연의 모든 측면을 향해, 확장해 나아가는 체제로서의 자본주의 분석말이에요. 멈출 수가 없어요. <공산당 선언>에 그런 구절이 있을 거예요. "그것은 모든 곳의 모든 모퉁이에까지 다다른다." - P149

‘되기‘는 자아를 비우는 것, 외부와의 가능한 만남들을 향해 자아를 열어젖히는 것과 연관된다.
"나는 뿌리 박고 있다, 하지만 흐른다."(울프)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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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에서 사랑한다는 것은 방어막을 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위험과 혼란, 그리고 타인의 존재방식 속으로 용감하게 파고들기.비논리적이고 무질서한 일이다. 시간과 의미와 목적에 대한 이전의 이해를 혼란에 빠뜨린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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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의 일기 중에서)

비타는 여기 있었다. 그녀가 가버리자 나는 저녁의 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ㅡ 어떻게 해서 봄이 오는지를, 이른 등불과 섞이는 은색의 빛, 거리를 내달리는 택시들. 감정들과 한데 섞인, 삶이 시작된다는 거대한 감각을 느꼈다. 내 느낌의 본질이지만 설명할 수는 없는...봄이 시작됨을, 비타의 삶이 너무도 충만하고 넘실거림을, 그리고 모든 문들이 열려 있음을 느꼈다. - P304

비고츠키는 ‘놀이 속에서 아이는 자유롭지만, 이것은 환상일 뿐인 자유이다‘라고 썼다. ‘상상된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게임은 동시에 규칙 속에서 벌어지는 게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놀이는 종종 우리에게 용기를 어느정도 시험하라고, 일상의 경계를 밀고나가거나 넘으라고, 이야기를 만들 때처럼 현실의 상황을 모방하되 ‘좀더 치고나가보라‘고 요구한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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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차라리 러시아 식으로 추하게 놀아나는 것이 나을 성싶고,그게 아니면 룰렛으로 돈벌이를 하고 싶습니다. 다섯 세대 후의 호프가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말입니다. 제 자신을 위해서라도 제게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자신이 자본을 위해서 필요하다거나 아니면 자본에 종속되는 어떤 존재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 P285

나는 곧바로 1백 굴덴을 빨간색에 걸어서 승리를 거뒀고,2백 굴덴 전부를 빨간색에 걸어 또 이겼다. 그러고 나서 4백 굴덴 전부를 검은색에 걸었는데 다시 내가 이겼다.8백 굴덴을 몽땅 망크에 걸었더니 또 나의 승리였다.

먼저 있던 돈과 함께 계산해 보니 1천 7백 굴덴이었는데, 그렇게 되는 데에는 불과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그렇다.이런 순간에는 지나간 실패의 기억들을 떠올리지 못하게 마련이다! 나는 목숨을 거는 것 이상의 모험을 해서 그 돈들을 손에 넣었다. 대담하게 모험을 했고, 결국에는 다시 한번 사람 축에 끼게 된 것이다! - P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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