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나이 먹은 여인은, 장미빛으로 물든 젊은이의 빰과 붉은 입술로 인해 고귀하게 소진되어 생기를 잃을 때만 자신의 미덕을 증명할 수 있다.그러나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젊은 애인을 성적으로 만족시키려는 도착행위는 여인을 망가지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준다는 것은 일종의 신경증이요, 격렬함이요, 병적인 이기주의이다. - P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시목과 한여진을 3년 만에 다시 볼 수 있다니. 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 2가 다음 달 시작한다. <비밀의 숲> 마지막 16부가 끝난 후, 해당 방송사 게시판에는 시즌 2를 원하는 팬들의 요청이 넘쳤다. 나도 그들 중의 하나였다. 매회 방송이 끝나면 라이브 톡에서 배우들의 대사에 숨겨진 의미와 범인을 알아내려 비숲 팬들과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 조승우가 맡은 검찰 황시목. 그는 어린 시절에 받은 뇌수술의 부작용으로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냉철한 이성으로 수사를 진행해 온 시목은 검찰 스폰서 관련 살인 사건을 맡는다. 활발하고 따스한 성격의 한여진 경위가 시목의 팀에 합류하며 수사는 다각도로 전개된다. 


새로운 증거와 용의자들이 예상치 못하게 계속 등장해 누가 진범인지 매 회차 헷갈렸다. 마지막 2편을 남겨두고서야 배후 조정자와 진범의 실체가 드러난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혼란스런 수사선 상에서 황시목은 범인을 쫓으면서도 검찰내부에서 왜 이런 일을 벌어졌는지, 사건의 큰 그림은 무엇인지 고민에 빠진다. 드라마의  제목 그대로 나무가 아닌 ‘숲’을 보아야 진범을 찾을 수 있다.

    

 

시즌 2에서도 은폐된 사건의 내부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시즌 1만큼이나 스토리가 탄탄하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여 시청자들을 농락하길, 기대한다.  이번 시즌에도 사건이 숨막히도록 빠르게 전개된다면... 시목과 여진의 러브라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역시나 없을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잡균과 오물이 묻은 손으로는 밥을 먹을 수 없고, 주민의 심부름도 할 수 없으며, 택배를 다룰 수도 없으니, 하루 평균 손을 씻는 횟수가 서른 번, 어떨 때는 쉰 번이 넘을 때도 있었다. 하루에 몇십 번씩 손을 씻는 이가 경비원 말고 누가 있을까? 우리의 손은 하루 종일 더러운 쓰레기를 만지는 손이지만 그런 이유로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손이라고, 감히 자부한다. - P87

"어이,경비! 이 새끼, 너 전에 공기업에 근무했었다며? 거기서 국민 세금을 마구 쓰던 습관을 아직 못 고쳤군! 주민들 피같은 돈 들어가는 공동 수돗물을 펑펑 써? 이 새끼, 당장 잘라야 할 놈이네. 네가 버린 수돗물 값은 네 월급에서 까게 해주마. 너 오늘 아주 제대로 걸렸어." - P98

"너 아니라도 일할 사람은 널려 있다." 이 말은 아파트 자치회장의 언어습관에 가까웠다. 감사와 이사, 그리고 동대표들도 마찬가지였다. 조금만 비위가 상해도 대뜸 해고를 입에 올리기 일쑤였다. 실제로 자를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내뱉는 일이 더 많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관리소장 훈시에서 "~하면 자른다"라는 말은 빠진 적이 없었다. - P112

휴게 시간에 쉬어서는 안 되는 더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 일 잘한다는 경비원이란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는 다음 재계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경비원들 가운데 휴게 시간에 제대로 쉬는 경비가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일하는 내내 휴게 시간이 근무시간보다 바쁠 때가 더 많았다. - P126

"늙은 나의 가난은 이제는 바꾸기 힘든 상수일 테지만 젊은 자네에게 가난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그런 변수에 불과할 것일세.신념을 갖게." 하지만 나는 이 말을 하지 못한다. 어느 시인은 "가난은 순간적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했지만 이 시대의 가난은 순간적이지 않아 보였다. 보통은 되물림되고 빠져나오기 어려운 ‘늪‘이 되는 것 같았다. - P150

노을 아파트에는 관리실 직원을 위한 샤워장이 있었다.그러나 경비원들에게 샤워장을 열어 준 것은 딱 한 번뿐이었다. 엄청난 양의 퇴적 쓰레기 배출 작업으로 5시간 동안 강제 노동을 하던 날,1인당 5분씩만 쓰는 조건으로 관리실 전용 샤워장을 열어 준 것이다. - P174

하지만 경비에게는 꽃잎도 치워야 할 쓰레기다...
"이 사람 경비원 되려면 아직 멀었군. 그렇게 꽃잎만 쓸다가 다른 일은 언제 하나. 꽃은 말이야, 봉오리로 있을 때 미리 털어 내야 되는 거야. 꽃이 아예 피지를 못 하게 하는 거야. 그래야 떨어지는 꽃잎이 줄어들거든. 주민들이 보게 되면 민원을 넣게 되니까 새벽 일찍 털어야 해." - P181

여름 내내 경비원은 아무리 더워도 물을 마음대로 마시지 못했다. 버스와 승객이 드나드는 경비 초소는 1분도 비워 둬서는 안 되는 곳이다. 덥다고 물을 양껏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어 초소를 비우는 시간이 길어진다. 나는 물을 마시더라도 목구멍으로 넘기지 않고 입안에 오랫동안 머금고만 있곤 했다. - P240

"병이 났다고요? 그럼 빨리 사직서를 제출하세요.
그러면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사직서를 내지 않으면 무단결근으로 해고하게 되며 이 경우 실업 급여를 못 받게 됩니다." - P244

내가 일했던 모든 시급 일터에서 고용주의 요구는 항상 똑같았다. "최저임금으로 최고의 노동을 바쳐라!"고용주들이 자신만만하게 이렇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시급 노동 인력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 P2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해 초 아이와 미디어아트 전시회에 갔다. 카메라가 설치된 원형 아치, 비디오 화면으로 둘러싸인 터널, 피아노 연주자가 없이 자동으로 연주되는 피아노등. 전자기술에 기반한 예술작품들이 전시회장을 채웠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미술관 입구에 설치된 백남준의 ‘프랙탈 거북선’이었다. 300대의 텔레비전 화면마다 제각기 변하는 영상과 화려한 조명은 이것이 바로 "미디어아트의 출발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백남준은 불협화음을 작곡했던 쇤베르크 음악에 매료된다. 현대음악을 깊게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간 그는 미학, 음악, 선사상 등 폭넓은 공부를 한다. 아내인 시케코를 만나고 예술적 동지인 엔지니어 아베 유야와 함께 영상으로 여러 실험을 시작한다. 저렴하고 복잡하지 않은 기술로도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장난감 가게에서 무선 조종기를 구입해 <로봇 K456>을 완성한다. 흥미롭게도 백남준은 로봇이 길을 건너다가 차에 치여 부서지게 한다. 그는 “로봇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인간적 고뇌와 감성을 지닌 것은 물론 죽음까지도 경험하는 인간화된 기계”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백남준은 독일에서 케이지와 보이스 같은 전위 예술가들은 만나 기존 예술에 반기를 드는 ‘플럭서스’ 예술운동에 참여한다. 전위음악에 심취한 백남준은 기존의 클라리넷, 오보에, 바이올린이 중심이 된 클래식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고 연주하고자 한다. <피아노 포르테를 위한 연습곡>에서 백남준은 유리를 치거나 긁으면서 공포감을 만들고 객석에 앉아 있는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가위로 자른다. 공연장 밖으로 나간 백남준은 객석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공연이 끝났”음을 알렸다.



연주자들은 악보 대신 명령어를 받기도 한다. “관객쪽으로 완두콩을 던져라, 몸에 면도 크림을 발라라...다시 나와서 아기용 고무젖꼭지를 입에 물고 피아노를 연주하라.” 피아노를 도끼로 부수고, 검은색 잉크에 머리를 담아 흰 종이 위에 머리카락으로 그림 그리기, 막 도살한 황소의 머리를 전시장 입구 천장에 걸어 놓는 등. 백남준은 재미있고 때론 기괴한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개인적인 유희에만 머물렀던 백남준은 텔레비전을 새로운 예술의 소재로 보았다. 귀로만 듣던 음악을 눈으로 보는 시각예술로 표현하고자 했다. 11대의 텔레비전을 한 방에 설치하여 관람객의 목소리와 행동에 따라 텔레비전 화면이 변하도록 했다.  “참여와 소통을 전제로 하지 않은 예술은 독재 혹은 혼자만의 예술이다” 이후로 인공위성을 이용한 작품을 만들면서 여러 국가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 그리고 지구 반대편 나라의 사람들간의 연결을 예술의 주된 주제로 삼았다.


 

이 책의 저자는 뉴욕 특파원으로 있을때 백남준의 아내인 시케코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나의 사랑, 백남준>을 펴냈다. 이번 책에서 그는 동,서양의 유목민으로 살았던 백남준의 발자취를 따라 4개국 8개의 도시를 방문한다. 백남준이 작업했던 스튜디오, 공연장, 음악 학교, 그의 자료가 보관된 박물관 등. 촘촘한 이동 경로가 사진과 함께 전개된다. 예술가 친구, 아내 시케코와의 인터뷰도 싣고 있어 비디오 아티스트 뿐 아니라 전위예술가로 살았던 백남준의 소소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책 중간에 몇몇 작품에 관한 QR코드가 있어 작품 설명과 연결된 공연 영상을 보는 편리함도 있다. 하지만 백남준의 모든 작품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에 유튜브에 검색을 하면서 책읽기를 권한다.

 

 



조상들이 뛰놀던 몽골 벌판을 가보라. 피라미드도 에펠탑도 아크로폴리스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그곳에는 아무런 문명도 남아 있지 않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 우리 조상들이 살던 초원의 미학이다. 내 작품도 마찬가지다. 낡은 진공관은 10년도 못 간다. 나는 세상에 나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예술을 한 것이다. 왜 무엇을 남기려 하느냐. - P2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의 선도 좋지만 한국의 샤머니즘에 비하면 무척이나 따분하다. 한국의 무당이 훨씬 창의적이다. 한국의 무속은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한마디로 소통이다. 점과 점을 이으면 선이 되고, 선과선을 이으면 면이 되고, 면은 오브제가 되고, 결국 오브제가 세상이 되는게 아닌가?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한국의 무속은 따지고 보면 세상의 시작인 셈이다." - P40

"여기 같이 있는 백남준 군은 다행히 머리가 좋고 또 그런 심미안도 있는 것 같소. 그는 유리를 깨고 무대 위에서 피스톨을 쏘아서 그 유리 깨지는 소리와 피아노 소리가 서로 어울리는 것을 실제로 시험해보겠다고 하오. 나는 그에게 그 방면의 장래를 부탁할 수밖에 없소." (작곡가, 윤이상)

"문학과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인 섹스가 오로지 음악에서만 금기시된 이유가 무엇일까...섹스는 음악에서 배척당한다. 하지만 바로 이 배척이 문학과 회화와 동일한 위치에 있는 고전예술로서의 음악이 가진 소위 ‘위대성‘의 근본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음악도 D.H. 로런스, 프로이트 같은 인물을 기다린다." - P1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