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균과 오물이 묻은 손으로는 밥을 먹을 수 없고, 주민의 심부름도 할 수 없으며, 택배를 다룰 수도 없으니, 하루 평균 손을 씻는 횟수가 서른 번, 어떨 때는 쉰 번이 넘을 때도 있었다. 하루에 몇십 번씩 손을 씻는 이가 경비원 말고 누가 있을까? 우리의 손은 하루 종일 더러운 쓰레기를 만지는 손이지만 그런 이유로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손이라고, 감히 자부한다. - P87

"어이,경비! 이 새끼, 너 전에 공기업에 근무했었다며? 거기서 국민 세금을 마구 쓰던 습관을 아직 못 고쳤군! 주민들 피같은 돈 들어가는 공동 수돗물을 펑펑 써? 이 새끼, 당장 잘라야 할 놈이네. 네가 버린 수돗물 값은 네 월급에서 까게 해주마. 너 오늘 아주 제대로 걸렸어." - P98

"너 아니라도 일할 사람은 널려 있다." 이 말은 아파트 자치회장의 언어습관에 가까웠다. 감사와 이사, 그리고 동대표들도 마찬가지였다. 조금만 비위가 상해도 대뜸 해고를 입에 올리기 일쑤였다. 실제로 자를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내뱉는 일이 더 많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관리소장 훈시에서 "~하면 자른다"라는 말은 빠진 적이 없었다. - P112

휴게 시간에 쉬어서는 안 되는 더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 일 잘한다는 경비원이란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는 다음 재계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경비원들 가운데 휴게 시간에 제대로 쉬는 경비가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일하는 내내 휴게 시간이 근무시간보다 바쁠 때가 더 많았다. - P126

"늙은 나의 가난은 이제는 바꾸기 힘든 상수일 테지만 젊은 자네에게 가난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그런 변수에 불과할 것일세.신념을 갖게." 하지만 나는 이 말을 하지 못한다. 어느 시인은 "가난은 순간적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했지만 이 시대의 가난은 순간적이지 않아 보였다. 보통은 되물림되고 빠져나오기 어려운 ‘늪‘이 되는 것 같았다. - P150

노을 아파트에는 관리실 직원을 위한 샤워장이 있었다.그러나 경비원들에게 샤워장을 열어 준 것은 딱 한 번뿐이었다. 엄청난 양의 퇴적 쓰레기 배출 작업으로 5시간 동안 강제 노동을 하던 날,1인당 5분씩만 쓰는 조건으로 관리실 전용 샤워장을 열어 준 것이다. - P174

하지만 경비에게는 꽃잎도 치워야 할 쓰레기다...
"이 사람 경비원 되려면 아직 멀었군. 그렇게 꽃잎만 쓸다가 다른 일은 언제 하나. 꽃은 말이야, 봉오리로 있을 때 미리 털어 내야 되는 거야. 꽃이 아예 피지를 못 하게 하는 거야. 그래야 떨어지는 꽃잎이 줄어들거든. 주민들이 보게 되면 민원을 넣게 되니까 새벽 일찍 털어야 해." - P181

여름 내내 경비원은 아무리 더워도 물을 마음대로 마시지 못했다. 버스와 승객이 드나드는 경비 초소는 1분도 비워 둬서는 안 되는 곳이다. 덥다고 물을 양껏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어 초소를 비우는 시간이 길어진다. 나는 물을 마시더라도 목구멍으로 넘기지 않고 입안에 오랫동안 머금고만 있곤 했다. - P240

"병이 났다고요? 그럼 빨리 사직서를 제출하세요.
그러면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사직서를 내지 않으면 무단결근으로 해고하게 되며 이 경우 실업 급여를 못 받게 됩니다." - P244

내가 일했던 모든 시급 일터에서 고용주의 요구는 항상 똑같았다. "최저임금으로 최고의 노동을 바쳐라!"고용주들이 자신만만하게 이렇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시급 노동 인력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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